일본 통일교 증후군 ‘혐한 감정’과 연관있나
  • 도쿄ㆍ채명석 편집위원 ()
  • 승인 2006.05.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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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한국산 종료’확대 보도 계속

 

 

 통일교가 또 다시 일본 언론의 집중 포화를 맞고 있다. 지난 4월21일 전 올림픽 신체조대표선수 야마자키 히로코가 갑자기 통일교를 탈퇴하겠다고 선언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야마자키는 작년 8월26일 잠실 올림픽 경기장에서 열린 국제  동 결혼식에 참가해 이른바 ‘통일교 증후군’을 일으켜 온 장본인이었다.

 그는 대중 주간지 《주간 문춘》에 기고한 수기에서 통일교에 입교한 것도 국제 합동 결혼식에 참가한 것도 모두 잘못이었다고 고백하면서 “통일교 교리가 새빨간 거짓임을 깨달았기 때문에 탈퇴하기로 결심했다”라고 밝혔다.

 46일 간의 실종 소동 끝에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그는 똑같은 폭탄 발언을 하고, 지금가지 통일교의 ‘움직이는 광고탑’으로 활약해 온 자신의 행동을 깊이 반성한다고 말했다.

 아먀자키의 갑작스런 실종과 탈퇴 선언은 한때 주춤했던 통일교 보도에 기름을 끼얹는 격이 됐다. 일본 언론들은 야마자키의 발언을 연일 크게 보도하면서 이른바 ‘통일교 문제’를 또 다시 집중 거론하기 시작했다.

 특히 연예 화제를 많이 다루는 민간 텔레비전의 대형 프로들이 아침 저녁으로 이 문제를 보도하고 있는데, 통일교 화제가 없으면 이 프로는 무너질 것이라는 비아냥을 들을 정도로 통일교 보도에 열을 올리고 있다.

 작년 통일교의 합동 결혼식을 가장 비판적으로 보도해 통일교측으로부터 결혼식 취재를 거부당한 TBS가 집계한 바에 따르면 일본의 텔레비전이 작년에 가장 많이 보도한 화제는 통일교 문제였다. 스모선수와 인기 탤런트의 약혼 화제가 작년 총 67시간에 걸쳐 방영되었던 데 비해 통일교 문제는 총 75시간이나 방영되었다는 것이다.

 일본 언론들이 이처럼 통일교문제를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집중적으로 보도하고 있는 배경은 무엇인가.

 작년의 합동 결혼식 과열 보도가 보여주듯 유명 연예인이 결혼식에 참가한 것이 큰 이유 중의 하나이다. 일본 언론들의 통일교 보도가 처음 점화된 것은 작년 6월께였다. 도중 주간지 《주간 문춘》이 야마자키는 통일교 신자이며 합동 결혼식에도 참가한다는 사실을 폭로하면서부터였다. 이어 여배우 사쿠라다 준코 역시 똑같이 합동 결혼식에 참가할 것이란 사실이 밝혀지자 일본의 상업주의 언론들은 이 화제로 법석을 떨었다. 실제 결혼식이 거행된 작년 8월26일엔 일본의 취재진 2백여명이 서울에 몰려들었다. 각 텔레비전 방송국은 이 합동 결혼식 모습을 하루 종일 일본에 생중계하기도 해 일부 식자들로부터 ‘전파 낭비’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교회78개, 회원40여만

TBS에서 통일교 보도를 맡은 한 관계자는 “유명 연예인이 끼여 있어 통일교 과열 보도로 이어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통일교 자체가 합동 결혼식뿐만 아니라 여러가지 사회문제를 일으키는 종교 단체라는 것도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다. 따라서 통일교에 대한 보도가 시청률 경쟁과 상업주의적 측면에서만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통일교의 환부에도 메스를 대고 있기 때문에 과열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작년 6월 야마자키의 통일교 입교와 최근 탈퇴를 모두 특종 보도한 《주간 문춘》의 관계자는 “처음에는 통일교 보도가 화제 중심으로 나갔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통일교 전체의 비리를 파헤치는 것이 초점이다”라고 말했다. 다시 말하면 합동 결혼식 화제에서 출발한 통일교 보도가 이제는 통일교 전체 문제로 확산되어 일본 언론계의 통일교 증후군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통일교가 일본 언론의 표적으로 등장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일본의 통일교는 59년 10월, 밀항선을 타고 건너간 최상익이란 전도사에 의해 세워졌다.

 《일본종교총람》에 따르면 현재 교세는 14개 교구 78개 교회에 회원 수 40여만명으로 되어 있다. 이처럼 짧은 기간에 급격히 교세 확장을 거듭한 관계로 일본의 통일교는 수많은 잡음을 냈다. 그 중 대표적 경우가 82년 4월 일본 국회에서까지 문제가 된 이른바 ‘靈感 상법’이다. 일본의 통일교 문제 전문가 아리타 요시후씨에 따르면, 통일교가 불탑이나 인감을 영적 효험의 대상으로 판매하기 시작한 것은 60년대 중반 무렵부터였다.

 일본의 통일교는 이러한 물품의 방문 판매로 안정된 기틀을 마련했으나, 반대로 판매 과정에서의 마찰이 사회 문제화되어 언론들의 집중 공격을 받게 된다. 특히 문선명 교주가 탈세죄로 실형을 언도받은 80년대 중반 통일교의 영감 상법은 주간지 《아사히 저널》에 의해 그 비리가 샅샅이 폭로되었다.

 영감 상법은 야마자키의 통일교 탈퇴 문제에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아리타씨는 일본의 통일교가 순수한 종교 단체라기보다는 ‘宗産 복합체’ 라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라고 규정하고 “이같은 종산복합체적 성격 때문에 일본 언론의 표적이 되고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다시 말하면 일본의 통일교가 경제 활동에 치우친 나머지 수많은 사회 문제를 파생시킴으로써 스스로 무덤을 파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일본의 통일교가 언론의 표적이 되고 있는 또 다른 이유로 정치 지향성을 든다. 자민당은 85년 일명 스파이 방지법이라 불리는 국가비밀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국가기밀 누설을 처벌할 근거를 마련하여 스파이 천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것이 법안 제출 이유였다.

 일본 언론들은 이때 통일교와 그 산하 단체인 승공연합이 국가 비밀법 제정에 깊이 개입돼 있다고 폭로하고, 국회 통과를 극력 반대하는 논진을 폈다. 이 때문에 통일교는 일본 언론들의 도마 위에 올려지게 됐다.

 

문교주와 가네마루는 ‘친한’ 사이

 또한 문선명 교주의 방일 문제도 통일교 비판의 빌미를 제공해 왔다. 문교주는 79년 일본 입국을 신청했으나 일본 법무성에 의해 기각되었다. 영감 상법과 합동 결혼식이 문제가 된 것이다. 그후 문교주의 방일 신청을 똑같은 이유로 계속 기각되어 왔는데 작년 봄 14년 만에 일본 입국이 갑자기 허용되었다. 일본 언론들은 문교주가 84년 미국에서 1년6개월의 실형 언도를 받았기 때문에 일본의 출입국관리법상 상륙이 허가되지 않는 인물인데도 입국이 허용되었다며 그 경위를 물고 늘어졌다. 최근 발행된 《주간 문춘》은 그 경위를 가네마루 신 전 자민당 부총재의 입김이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 잡지는 탈세죄로 구속된 가네마루에게 문교주의 입국 허용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검찰에게 수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일본 언론계의 통일교 증후군은 일본 통일교의 영감 상법과 정치지향성 때문에 일어난 현상이다. 거기에 3년 만에 재개된 국제 합동 결혼식이 기름을 끼얹었다는 얘기가 된다.

 그러나 주일대사관의 한 관계자는 ‘통일교 즉 한국’이라는 선입견 때문에 일본 언론들이 문제를 삼고 있는 경향도 없지 않다고 지적한다. 즉 통일교가 바로 한국산 종교이기 떄문에 일본 언론이 이를 확대보도한다는 것이다. 그 관계자는, 지금 일본의 다른 신흥 종교들은 왜 문제가 되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또 통일교의 정치 지향성을 문제삼는다면 공명당의지지 기반인 창가학회가 더 큰 문제가 아니냐고 반문한다.

 작년 여름 합동 결혼식이 끝난 직후의 일이었다. 텔레비전에 출연하려고 일본에 들른 ‘서태지와 아이들’은 가는 곳마다 통일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 공세 때문에 진땀을 빼야 했다. “누구에게나 신앙의 자유는 있는 것 아니냐”라는 것이 서태지와 이이들이 애써 만든 대답이었지만, 이같은 현상이 최근 들어 부쩍 늘고 있다는 것이 이곳 한국인들의 한결같은 느낌이다.

 작년은 종군위안부 문제로 일본의 ‘嫌韓감정’이 분출했던 해이기도 했다. 합동 결혼식을 계기로 1년째 지속되고 있는 일본의 통일교 증후군이 혐한 감정과 직·간접적으로 연관성이 있지 않은가 염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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