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기술이 월북했나
  • 남문희 전문기자 (bulgot@sisapress.com)
  • 승인 2006.10.16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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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소형화 기술 제공” 지적 나와…미국 견제 위한 전략일 수도

 
북한은 과연 어떻게 핵무기 소형화 기술을 확보할 수 있었을까. 보통 핵무기는 플루토늄이나 고농축 우라늄 같은 핵물질과 이들 핵물질을 원하는 시간에 최대 효율로 폭발시키기 위한 주변 장치들로 구성된다. 특히 우라늄탄에 비해 폭발 과정이 복잡한 플루토늄탄의 경우 고도의 기폭 장치를 포함해 많은 주변 장치가 필요하고 이들을 소형화하기 위한 정밀 기술과 제어 기술이 요구된다. 이런 기술들이야말로 하루아침에 획득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고, 또한 특정 산업 분야만이 아닌 전산업 분야가 고도로 발달하지 않으면 안 된다. 따라서 북한이 이를 확보했다면 그것은 자체의 기술적 능력에만 의존한 것이라기보다는 외부에서 최소한 설계도와 핵심 부품을 입수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10월9일의 핵실험 직후 러시아의 핵 소형화 기술이 북한에 흘러 들어간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이런 이유로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국내에서는 한나라당 공성진 의원이 이같은 첩보를 정보기관이 입수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고, 영국의 존 라지 박사 역사 러시아 기술 제공설을 주장했다.

핵실험 이후 북한이나 러시아가 보인 행동 역시 뭔가 이상한 점이 있기는 하다. 중국에는 핵실험을 하기 20분 전 통보한 북한이 러시아에는 2시간 전에 통보한 사실이나, 러시아의 세르게이 이바노프 국방장관이 확신에 찬 어조로 북한이 핵클럽에 아홉 번째로 가입했음을 일부러 기자 회견까지 해서 밝힌 것도 이례적이다. 이바노프의 기자 회견 내용을 본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핵실험 전에 뭔가를 알고 있지 않았다면 하기 어려운 얘기들이 많았다”라고 평하기도 했다.

최근 한반도 주변 정세나 중동 정세 등을 볼 때, 러시아가 난처한 상황에 처한 북한에 소형화 기술 제공이라는 결정적 수를 둘 이유는 충분해 보인다. 우선 지난해에는 북·중 관계가 긴밀해지면서 러시아가 한반도 문제에 끼어들 여지가 거의 없었던 반면, 올해는 지난 2,3월께 북·중 간에 불미스러운 일로 틈이 벌이지면서 북한이 러시아에 손을 내밀었다.

앞으로 좀더 확인이 필요한 사항들이지만, 이 과정에서 핵기술 제공 대가로 그동안 중국에 주기로 했던 북한의 자원 개발권이나 원산항 등 동해쪽 항구 이용권 같은 것이 러시아로 넘어갔을 수도 있다.

또한 중동의 이란과 깊은 관계에 있는 러시아로서는 북한의 핵무장을 도움으로써 미군 전력을 동북아에 묶어두는 효과를 거둘 수도 있다. 또한 북한을 통해 이란이 핵탄두 기술을 넘겨받아 핵무장하는 길도 터놓으려고 했을 수 있다. 중동 국가에 대한 미국의 전쟁 전략은 한반도와 마찬가지로  항공모함을 통해 접근한 후 미사일을 공격하는 방법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매우 유사하다. 즉 북한이 얻고자 하는 전술핵 능력을 이란 역시 필요로 하고 있는 것이다. 즉 최악의 경우 이란 수출까지 염두에 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북한의 핵탄두가 시장 거래를 거쳐 이란으로 넘어가고 이란이 핵 억지력으로 미국의 무력을 차단하게 될 경우 러시아는 동북아와 중동에서 막강한 지정학적 이익을 거둘 수 있다.

미국의 네오콘으로서는 그동안 이스라엘의 안전에 위협이 되는 중동 국가들을 제압하기 위해 전세계를 테러 전쟁의 공포로 몰아넣고, 또 그 일환으로 한반도 문제 해결을 거듭 방해하며 지연시켜왔지만, 이제는 거꾸로 그 대가를 치르게 될지도 모른다. 북한의 핵무장에 이은 이란의 핵무장이 그것이다. 북한의 핵실험 이후 미국이 북한의 핵 보유를 기정 사실화하며, 이란에 핵을 이전하는 것을 전전긍긍하는 모습도 그들이 관심이 어디에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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