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만한 섹스는 없다?
  • 조재민 (자유 기고가) ()
  • 승인 2007.04.09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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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주택, 부부 방 따로 설계...프랑스는 '수면 여권' 발급

 
프랑스 정부는 최근 주 35시간 근무에 피로해진 직장인들이 잠이 모자라 고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구의 56%는 부족한 잠 때문에 좋은 근무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충분한 잠을 잘 수 있는 여러 가지 묘안도 나온다. 보건부는 심지어 마음 놓고 잘 수 있는 ‘수면 여권’을 발급하고 있는데 달콤한 잠나라로 들어가는 평생 비자를 신청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프랑스는 언제 어디서나 편히 잘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나폴레옹 선물’도 주었다. 하버드 대학의 공중보건연구소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총기를 운반하는 운전자들은 그렇지 않은 운전자들보다 더 폭력적이다. 이것도 잠과 관련이 있다는 얘기다. 잠은 심장에 좋다. 좁은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사람 2만3천6백명을 조사한 결과 이들 대부분이 수면 부족에 시달리고 있었다. 아테네 의과대학의 연구에 의하면 한 주에 3번 이상 낮잠을 자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심장병에 걸릴 위험이 37% 낮았다. 잠은 운동이나 독서의 쾌감을 대신해준다.
심지어 미국 가정에서는 잠을 대리 섹스로 간주한다. 뉴욕의 불면 전문의 아서 스필먼은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 ‘잠은 새로운 섹스’라고 정의했다. 사람들은 그것을 원하고 필요로 하지만 충분히 얻지 못한다. 이 기준에 따르면 프랑스인들이 주 25시간 근무 시스템에서 잠을 통한 대리 섹스를 즐길 날은 아직 멀었다. 잠이 주는 성감(性感)을 아는 사람들은 하루 세 번 이상 낮잠을 잔다. 잠은 또한 파트너 없이 할 수 있는 섹스라는 점에서 매우 편리하다.
미국 주택협회는 지난 3월 맞춤형 주택의 60%는 부부의 각방을 설계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부는 각방을 쓸 때  함께 잘 때보다 더 행복을 느끼는 경우가 있다. 뉴욕 타임스는 부자들이 ‘코 고는 방’을 만든다고 전했다. 코 고는 방은 침실에 붙어 있는 작은 공간이다. 출입구도 다르다. 침실에는 잡동사니가 많지만 코 고는 방은 텅 비어 있다. 두 방은 방음재로 분리되어 있다. 시카고의 부자들은 별장의 침실을 아예 코 고는 방으로 개조한다.


미국, ‘수면 중 성적 행위’ 강연 인기


 
잠에 관련된 온갖 이론들은 ‘무분별한 소비가 새로운 빈곤’이라는 학설과 비슷하다. 의학계는 ‘수면 중의 행동 반응’(sexual behavior in sleep)이라는 이른바 SBS 이론을 연구했다. 즉 색증(色症)에 걸린 사람들은 잠자는 도중에 상대를 강요하는 버릇이 있으나 현재로는 치료법이 없다. 이 증세가 심하면 부부 관계에 문제를 일으킨다. 세계 최고의 SBS 전문의 마이클 모건은 뉴햄프셔 대학에 SBS 연구실(sleepsex.org)을 개설했다. 미국 수면의학연구소는 SBS를 아직 불면증 리스트에 올리지는 않았으나 SBS에 관한 모건 박사의 TV 강연은 갈수록 인기가 높다.
수면이 대리 섹스라는 주장은 다소 파격적이지만 그만큼 관심을 끈다. 그러고 보면 ‘잠이 보배’라는 동양의 속담은 잠과 섹스의 오묘한 관계를 진작부터 설파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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