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은 날고 연속극은 기네
  • 김지은 (자유 기고가) ()
  • 승인 2007.07.02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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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중국에서 ‘한류 스타’ 인기 여전…‘한류 드라마’는 열기 시들

 
지난 몇 년간 한류 열풍의 주역이었던 ‘한류 드라마’의 상황이 좋지 않다. 지난해 아시아 시장을 휩쓴 <대장금>을 이을 대작 드라마가 부진한 가운데 2007년 상반기 아시아권 방송 한류의 현황은 매우 어두운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6월 중국 상하이와 일본 사이타마 현에서는 ‘한류 스타’들이 참석한 페스티벌이 열렸다. 그들은 중국 팬과 일본 팬들로부터 대대적인 환영을 받았다. 두 페스티벌의 열기는 한류의 지속적인 성공 가능성을 엿보게 한다. 이 밖에도 드라마로 이름을 알린 많은 한류 스타들이 연기가 아닌 다방면의 활동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다. 아시아권에서 아직도 인기를 누리는 한류 스타들. 그러나 그들은 <겨울연가>와 <대장금>의 시절을 그리워한다.
지난 6월23일, 일본 사이타마 현 굿윌돔에서 공유·윤계상·장혁·조인성·지진희·차태현 씨를 주인공으로 ‘한류, 로맨틱 페스티벌 2007’이 열렸다. 3만여 명의 일본 팬들 앞에서 장장 4시간 동안 진행되었다.
‘한류, 로맨틱 페스티벌 2007’은 이민우·신혜성·전진·SS501·Battle·하울&J·풍경·린·아이·제노·김정훈 등이 축하 무대를 펼치는 등 3백여 명의 스태프가 동원된 대규모 콘서트였다. 성황리에 마친 이 페스티벌은 최근 일본에서 열린 한류 행사 중 최대 규모라는 평가를 받았다.
일본 팬들은 행사 당일 무더운 날씨에도 새벽부터 몰려들었다. 한글로 쓴 플래카드가 나부끼고, 소녀 팬들이 우르르 달려가고, 어설픈 우리말 구호가 울리고, 팬들이 만든 실사 크기의 인물 포스터가 길을 막고, 경기장의 응원 모습을 방불케 하는 응원전이 펼쳐지기도 했다. 후지TV·아시히TV·산케이 스포츠를 비롯한 100여 일본 매체가 이 행사를 집중 취재했다. 행사 관계자는 “6월23일은 ‘한류 열풍’이 아닌 ‘한류 태풍의 날’이었다. 어디서든 한류 스타 6인의 식을 줄 모르는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안재욱씨와 류시원씨도 최근 일본에서 콘서트를 성황리에 마쳤다. 류씨는 6월13일 고베를 시작으로 나고야, 사이타마 등 3개 도시에서 ‘류시원 재팬 라이브투어 위드 유’를 7회에 걸쳐 펼쳤다. 류시원씨는 일본에서 드라마 연기자보다 가수로서 더 알려졌다. 최근 발매한 4집 앨범 <위드 유>까지 모두 오리콘차트 톱 10에 오른 진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안재욱씨 또한 ‘2007 안재욱 재팬 투어콘서트 퍼스트 트래블링’을 6월22일 요코하마 파시피코 국립대홀을 시작으로 4개 도시에서 공연했다.

 
한국 드라마, 중국·타이완에서 ‘고전’


 
한편 6월12일 중국 상하이에서는 ‘상하이TV 페스티벌’이 열렸다. 가수와 연기자로 인기를 끌고 있는 장나라씨와 드라마 <궁>의 김정훈씨는 한국공동관에서 주최한 한국 드라마 홍보대사 위촉식과 기자간담회, 팬 사인회에 참석했다. 장나라씨는 이미 지난 6월8일과 9일 베이징에서의 첫 개인 콘서트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드라마 <궁>으로 최근 중국·싱가포르·타이완·필리핀 등 아시아권에서 인기를 얻은 김정훈씨 역시 수백 명의 팬을 행사장으로 불러들였다.
이날 행사에는 첸 량 ‘상하이TV 페스티벌’ 조직위원장이 참석했고, 현지 방송사와 언론 관계자, 해외 바이어 등 4백여 명이 넘는 인파가 몰려 두 스타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100여 명이 넘는 취재진들은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특히 <궁>은 상하이TV 페스티벌의 부대 행사로 열리는 매그놀리아 상 시상식의 TV시리즈 부문 심사위원상을 수상해 눈길을 끌었다. <궁>의 인기에 힘입어 김정훈씨는 중국 합작 드라마 <연애병법>의 주인공으로 발탁됐다.
그러나 한류 스타들의 활약상과 현지의 뜨거운 열기가 한류 드라마 수출 실적에는 크게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스타들의 표정과 달리 현지에 간 한류 드라마 마케팅 담당자들의 표정은 어두웠다.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KBI)은 최근 한국 드라마 주요 수입 국가인 일본·중국·타이완 등 아시아 3개국의 올 상반기 한국 드라마 수입 및 편성 현황을 조사한 결과 증가세가 눈에 띄게 둔화되거나 정체 현상을 보이고 있어 지난해에 이어 본격적인 한류 침체 위기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상하이TV 페스티벌에서도 프로그램 수출 상담 총액이 전년도 9백77만 달러에 비해 3분의 1가량 감소한 약 6백50만 달러 정도에 그쳤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2005~2006년 상반기 정점에 이른 한국 프로그램의 해외 수출 실적이 향후 지속적인 하향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특히 중국의 경우 2006년 한국 영상물에 대한 수입 제한 조처 이후 한국 드라마의 진출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2007년 1/4분기 SARFT(중국국가광파전시총국)의 수입 허가를 받은 외국 드라마는 총 28편인데, 이 중 한국 드라마는 <웨딩> <프라하의 연인> <열여덟, 스물아홉> <불꽃놀이> 등 4편에 불과했다. 일본은 7편이었다.

 
‘한류 연착륙’ 위한 종합 대책 필요


 
최대 수출 시장인 일본의 경우도 심각하다. 전년 동기 대비 공중파 3사의 대일본 수출액은 5% 내외의 증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2006년까지 최근 5년간 매년 30~40% 이상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온 점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는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일본 내 한국 프로그램 방영 채널 수도 대폭 줄었다. 2005년 최대 64개에 달했던 한국 프로그램 편성 방송국 수는 2006년 2월에는 36개로, 2007년 5월 현재는 30개로 줄었다. 특히 마니아층이 포진되어 있는 케이블TV나 위성TV 등 유료 방송 시장보다 대중적 파급력이 큰 공중파 TV의 축소 규모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한때 주요 시청 시간대 30%를 한국 프로그램으로 채우던 타이완은 한국 프로그램 수를 절반으로 줄였다.
상하이TV 페스티벌에 다녀온 KBI 글로벌마케팅팀 강익희 팀장은 “아시아권에서의 침체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나라별로 다른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일본·타이완 등 철저한 시장 논리에 의해 움직이는 시장에 대해서는 면밀한 현지 조사를 거쳐 진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또 반한류·혐한류 정서로 인해 진입 장벽이 생긴 국가들에 대해서는 쌍방향적 방송 문화 교류 확대 등 정책적 지원 방안을 마련해 한류가 연착륙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아시아 지역에 조성된 한류 트렌드가 과거 1990년대 초반까지 타이완 및 중화권에서 흥행되다 소멸된 일류(日流)처럼 되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다”라는 우려와 함께 위기 돌파 대안을 마련해 시급히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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