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급자에게 ‘입장 표명’ 했을 뿐이고?
  • 안성모 (asm@sisapress.com)
  • 승인 2009.03.10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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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재판 재촉’ e메일로 논란 불러온 신영철 대법관

ⓒ시사저널 유장훈

신영철 대법관이 서울중앙지법원장 시절 판사들에게 보낸 ‘촛불 재판 재촉’ e메일이 일파만파의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급기야 신대법관이 e메일을 보내게 된 경위에 대한 법원 자체의 진상조사까지 이루어질 판이어서 사법부의 체면이 영 말이 아니다. 신대법관이 ‘상급자로서 할 일을 했을 뿐이다’라고 해명하고, 이용훈 대법원장도 “그게 무엇이 문제가 될 일이냐”라며 그를 두둔했지만 뒷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진상조사가 끝나면 모든 것이 밝혀지겠지만 부적절한 행위였다. 위헌 제청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지켜보자며 일부 재판이 중단된 상황에서 내려온 법원장의 ‘입장 표명’은 판사들에게 ‘부당한 압력’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사법부는 국민의 권익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이다.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한다면 사법부는 더 이상 존립할 가치가 없다. 좌절과 혼란만 안겨줄 뿐이다. 사법부의 독립이 강조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리는 권력의 시녀로 전락해 무고한 생명을 앗아갔던 사법부의 ‘부끄러운 과거’를 잊지 못하고 있다. 독립의 대상은 외부 권력만이 아니다. 내부 권력으로부터의 자율도 중요하다. 판사 개개인은 독립적으로 재판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법원장이 재판 진행에 관해 간섭한다면 그 정도가 아무리 사사롭더라도 부당하다. 부당한 간섭은 법관의 독립은 물론 사법부의 권위와 위엄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관련 판사들도 자신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법원장의 e메일이 자신의 재판에 영향을 미쳤는지, 초심이 흔들리지는 않았는지 ‘법관의 양심’을 놓고 살펴보아야 한다. 만약 그러한 사실이 있었다면 자숙하고 반성해야 한다. 외부 권력이든 내부 권력이든 독립은 스스로 떳떳할 때에만 지켜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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