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의 달인’ 만들기 부모 하기 나름이다
  • 안성모 (asm@sisapress.com)
  • 승인 2010.01.05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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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이 모은 ‘눈높이 가정 교육’ 성공 사례들

ⓒ시사저널 임영무


‘공부 잘하는 비법이 따로 있을까.’ 학부모라면 누구나 궁금해하는 사안이다. 그 비법만 안다면 남부럽지 않게 자녀를 키울 수 있을 것 같다. 최소한 우리 아이가 또래에서 뒤처지지는 않았으면 하는 것이 부모의 마음이다. 하지만 하루아침에 성적이 쑥쑥 올라가는 마법과도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최근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한 해 동안 사교육 없이 자녀 교육에 성공한 학부모의 사례를 모은 자료집을 냈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신 홑부모 가정, 어머니가 외국인인 다문화 가정 등 어려운 환경 속에서 일구어낸 값진 성과들이다. 자료집 사례를 발췌해 정리했다.

사례1 봉원중학교 학부모 | 전주은씨

피아노 교사인 전주은씨의 딸 미나는 서울 봉원중학교 3학년에 다니는 입시생이다. 이번에 학교장 추천을 받아 국제고에 원서를 넣었다. 친구들 상당수가 강남이나 목동에 있는 학원에 다녔지만, 미나는 집에서 부모님과 함께 공부했다. 영어는 오랫동안 수출 일을 해 온 아버지가 맡아 가르쳤고, 수학은 어머니 전씨가 책임졌다. 매일 공부해야 할 일정 분량을 정해주고 저녁에 확인하는 방법으로 꾸준히 해나갔다. 전적으로 학교 교육을 믿고 부족한 부분은 부모가 가정 교사로서 역할을 한 것이다.

특히 책 읽기를 강조했다. 어릴 때부터 책을 통해 새로운 세계와 만나고 간접 경험을 넓힐 수 있도록 했다. 책은 주로 대여를 했는데, 아이가 보기 전에 먼저 읽고 어떤 내용인지 확인을 했다. 그런 후 아이에게 질문을 하고 대화를 나누었다. 독후감 쓰기 보다는 말로 표현하기를 더 많이 했다. 영어 교재도 아이가 잘 알고 있는 성경을 선택했다. 철자를 무조건 외우게 하기보다는 이야기를 계속해서 들려주고 또 읽어나가도록 했다. 성경 다음은 영어로 읽는 세계 명작이었다. 아이 입장에서도 이미 책 읽기를 통해 알고 있는 내용을 영어로 접하기 때문에 별 거부감 없이 읽어나갔다.

사례2 인수중학교 학부모 | 오정삼씨

오정삼씨는 딸 한아로 하여금 어릴 때부터 공동체 생활을 경험하도록 했다. 동네에 가톨릭 스카우트인 ‘푸른솔 지역대’를 창설해 아이가 단원으로 활동할 수 있게 했다. 학교에 입학한 후에도 습지 기행이나 철새 관찰 등 자연 생태를 직접 보고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여름 방학 때마다 간척 사업이 한창인 새만금 갯벌을 걸으면서 그 변화 과정을 기록하게 했다. 환경 관련 공모에 여러 차례 수상하면서 홍콩 습지도 방문하고 일본에 생태 연수를 다녀올 기회도 가졌다.

한아는 자기 주도 학습을 하는 습관이 몸에 배었다. 그 비결은 다름 아닌 규칙과 시간표를 어기지 않는 학습 지도였다. 생활 기록들은 일일이 보관해두었다. 한아는 이따금씩 자료철을 들추어보면서 더 나은 학습 계획을 세우기도 한다. 시험 기간에도 학습 계획표를 직접 작성한다. 스스로 시간 관리 계획을 세운 만큼 학습 성과도 아주 높게 나타나고 있다. 한아는 이번에 서울국제고 특별 전형으로 응시 원서를 냈다.

사례3 서울장지초등학교 학부모 | 다카기 준코 씨

일본인 다카기 준코 씨는 아직 한국말이 서투르다. 한국인 엄마처럼 교육에 관한 정보가 많지도 않다. 그러다 보니 ‘아이를 어떻게 키울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준코 씨가 내린 결론은 우선 칭찬을 많이 해주자는 것이었다. 장난감을 사고 옷을 고르는 일에서부터 아이 스스로 생각해 선택하게 하고, 잘 골랐을 때는 칭찬을 아끼지 않아 자신감을 키워나가게 했다. 새로운 것을 시작할 때도 그랬다. 둘째아이가 한글과 자전거를 배울 때였다. 첫째는 다섯 살 때 한글을 뗐지만, 둘째는 여섯 살이 되어도 배우고 싶어 하지 않았다. 

조금 늦게 시작했지만 배우는 속도는 첫째보다 훨씬 빨랐다. 얼굴에도 자신감이 넘쳐났다. 자전거 역시 동네 친구들이 너도나도 두발 자전거를 타기 시작하자 자기 자전거에서도 보조 바퀴를 떼달라고 했다. 몇 번이고 넘어지기를 반복하더니 3일째가 되자 혼자서 타고 나닐 정도의 실력이 되었다. 아이가 의욕을 가지고 무언가를 하기 시작하면 혼자서 해나갈 수 있도록 도움을 요청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사례4 창동초등학교 학부모 | 박은주씨

초등학생 학부모인 박은주씨는 제발 엄마가 논술 선생님이 되어보라고 외친다. 그 방법은 어렵지 않다. 초등학생이면 누구나 쓰게 하는 일기를 활용하면 된다. 글 솜씨가 없는 엄마라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우선 날씨부터 자세히 쓰게 한다. 날씨는 감정이나 장소에 따라 다르게 느껴질 수 있다.

편지 일기, 과학 일기, 뉴스 일기 등 다양한 주제와 동시 일기, 영어 일기, 만화 일기 등 다양한 형식으로 일기를 쓰도록 돕는 것도 중요하다. 아이에게 글쓰기의 재미를 가르치고 의욕을 갖게 할 수 있다. 일기를 쓰기 전에 하루 일과에 대해 아이와 충분한 이야기를 나누고, ‘흉내 내는 말 두 개 꼭 넣기’ 등 매일 한 가지 이상의 과제를 주는 것도 좋다. 마지막으로 일기 제목을 꼭 쓰게 해 글의 핵심을 스스로 파악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사례5 삼각산중 학부모 | 이계영씨

이계영씨의 딸 윤지는 사교육을 받지 않고도 전교 상위 1%에 드는 놀라운 성과를 보였다. 윤지가 학원을 다니지 않게 된 것은 집안 경제가 어려워진 중학교 2학년 때부터다. 당시 공부를 잘해 대형 입시학원 외고반에 다녔는데, 앞으로는 독학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2년간 독학의 핵심은 계획표를 직접 작성하고 이를 실천에 옮기는 것이었다. 인터넷 카페에 올라온 공부 비법들과 학습법 서적들을 탐독하면서 자기만의 공부 비법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당장 성적을 올리기보다는 윤지가 독학에 적응할 수 있도록 시간을 갖게 하고, 그 과정에서 스스로 자기에게 맞는 공부 방법을 선택할 수 있게 도왔다.

학원에 다닐 때는 시험에 대비한 특강을 듣거나 문제집만 많이 풀었는데, 독학을 시작하고 난 후에는 공부 방법에 많은 변화가 생겨났다. 우선 교과서 중심으로 바뀌었다. 수학은 문제집을 따로 풀었지만, 다른 과목의 경우 교과서를 정독하고 한 권 정도의 자습서로만 공부했다. 따로 노트를 만들거나 하지 않고 교과서에 모든 필기를 하는 단권화 방법을 활용했다. 그날그날 공부하면서 느낀 점을 기록하기 위해 학습 일기도 쓰기 시작했다. 윤지는 지난해 서울에서 생긴 최초의 자사고인 하나고등학교에 지원해 합격했다.

사례6 관악고 학부모 | 박순희씨

성수는 초등학교 때부터 학원을 다니지 않았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는 상황에서 중학교 1학년 때 아버지가 지병으로 돌아가시기도 했지만, 집중력이 뛰어나 학교 수업을 어느 정도 소화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고등학교에 들어가면서 성적이 많이 떨어졌다. 그래서 선택한 공부 방법이 EBS 강의를 듣는 것이었다. 굳이 사교육이 아니라도 EBS에 충분히 수준 높은 강의들이 많았다. 방학 기간 매일 일정한 분량을 공부할 수 있어 좋았다. 정해진 양을 다 하면 자유 시간을 주어서 학업에 너무 지치지 않도록 했다. 강의를 듣다가 모르는 부분이 있으면 학교 선생님에게 묻거나 EBS 게시판에 질문을 올렸다. 성적은 몰라보게 달라졌다. 전교 3등이라는 믿기지 않는 성과를 이루어냈고, 자신감도 훨씬 늘어나 공부에 재미를 붙였다.

2학년이 끝날 무렵에는 학교에서 실시하는 대학생 멘토링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대학생이 1주일에 두 번 학교에 와서 아이들과 함께 공부했다. 평범한 과외가 아니라 서로 토론도 하면서 적극적으로 공부하는 형식이었다. 3학년이 되어 준비해야 할 논술고사는 서울시에서 하는 ‘대학별 수시 논술 지도 거점학교’에서 대비했다. 여름 방학 기간 매일 인근 학교에 가서 논술 지도를 받았다. 수강료도 저렴하고 강사들의 실력도 좋았다. 이처럼 학교를 믿고 학교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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