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차원 해법으로 독도 문제 풀어라
  • 진창수 | 세종연구소 부소장 ()
  • 승인 2010.04.13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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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정치·대일 관계·국제 여론 혼합한 정책 세워야

지금까지의 한·일 관계를 돌이켜보면 독도 문제야말로 한·일 관계를 악순환에 빠져들게 만드는 블랙홀과 같다. 일본이 현재 초등학교 검정교과서에 ‘다케시마는 일본의 영토이다’라고 명기하고 있는 이상, 먼 훗날 한·일 관계의 갈등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교과서 문제는 일본에서 독도를 영토 문제로 인식하고 있으며, 전향적인 하토야마 정권도 영토 문제에서는 한 치의 양보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그렇다고 한국이 민주당 정권도 자민당 정권과 다를 것이 없다고 실망하면서 하토야마 총리를 강하게 비판한다면 한·일 관계는 종전의 악순환 패턴에서 한 발짝도 벗어날 수 없다. 여기에 한국의 고민이 있다.

일본의 하토야마 정권은 7월에 치러질 참의원 선거까지 되도록이면 자민당이 공격하기 쉬운 외교적인 쟁점을 피하려 하고 있어 한국에 전향적인 정책을 펼치기는 힘들다. 설사 참의원 선거에서 승리하더라도 민주당이 정책으로 내놓은 지방참정권 문제나 역사 문제, 특히 독도 문제는 일본 국내에서 역풍을 맞기 쉬운 쟁점이다. 게다가 독도 문제에 대해서는 민주당도 자민당과 마찬가지의 입장을 취하고 있어 정국의 흐름에 따라서는 내셔널리즘에 휩쓸릴 수 있다. 이를 고려하면 한국이 일본에 대해 강경 일변도 정책으로 나아가 일본 우익 세력의 힘을 키워주기보다는 독도 문제에 대한 국내 정치, 대일 관계 그리고 국제적인 여론을 생각하는 다차원적인 전략을 생각할 때이다. 이들 삼자 간의 관계는 독립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서로 연관되어 있는 복잡한 양상을 지니고 있다. 이 점을 간과해서는 독도 문제에 대한 실마리를 풀 수가 없다.

 

▲ 강원 동해시의 안보협의회를 비롯한 단체들이 4월8일 동해문화예술회관 앞 광장에서 일본을 규탄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금까지 정부의 독도 정책은 실타래처럼 얽혀 있는 현상을 다차원 방정식으로 풀고자 하기보다는 일차원적인 해법을 종합적으로 나열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내용은 화려하지만, 실제로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드는 단편적인 정책 모음집이었다.

우선 국내 지향적인 정책은 국내 정치와 한·일 관계 사이에서 어디에 무게 중심을 두어야 할지가 어려웠다. 김영삼 정부 이후 현재까지 독도가 쟁점이 되면 초기에는 정부가 한·일 관계를 고려해 냉정한 대응을 모색하기도 하지만, 결국 여론에 밀려 강경 대응으로 나아간다. 강경 대응은 곧잘 여론 무마용으로 독도 영유권의 공고화를 확고히 하는 정책으로 이어졌다. 독도에 접안 시설을 만든다든지, 독도의 유인도화를 하는 것이 그 예이다. 이 정책은 국내 여론을 고무시키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실제 국제법적으로 독도의 한국 영유권을 주장하는 데 도움이 되는 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다. 또한, 정부의 강경 대응도 정권 교체기에는 흐지부지되는 악순환이 항상 되풀이되었다.

둘째, 대일 관계에서 어느 정도까지 강경하게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어려움이 있었다. 지금까지 한국의 강경 대응은 대사를 소환한다든지, 셔틀 외교를 중단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것이 효과를 가지기 위해서는 일본 정부가 한·일 관계를 얼마나 심각하게 생각하는지가 중요한 변수가 된다. 현재 일본에서 한국의 위상이 낮아지고 있고, 한·일 관계보다는 자국의 국익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따라서 일본에 대한 강경 입장을 취하는 것에도 한계가 있으며, 그 효과 또한 점점 미미해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셋째, 2008년 미국 지명위원회 사건에서 볼 수 있듯이 국제 여론 정책은 장래를 대비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간과되는 경향이 있었다. 지금까지의 정부 대응책을 보더라도 직접적인 두 가지 정책보다는 항상 말이 앞서면서 실행력이 부족한 것이 국제 여론을 향한 정책이었다. 또한, 국제 여론의 환기 정책은 주로 민간 NGO(비정부 기구)에 의존하는 경향이 많아 전략적인 접근이 약한 것도 사실이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일차원적이고 단편적인 독도 정책을 개선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우선 장기적인 차원에서는 독도 문제를 축소 지향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인식이 양국 간에 확대되는 것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이 점에서 독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는 원리주의나 독도 문제를 방치하는 무관심 모두 문제 악화를 가져올 수 있다. 한·일 양국이 더 이상 독도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는 전략적인 선택을 하면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단기적 차원에서는 독도 문제에 대한 일본의 의도를 잘 파악하고 세계적인 여론을 선도해가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즉, 독도가 쟁점이 되어 일회성의 이벤트 정책이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일본의 예상을 뛰어넘는 세계로 향하는 다차원적인 기획이 끊임없이 나타나야 한다. 예를 들면 독도에 상륙해 항의 데모를 한다든지, 화형식을 한다든지 하는 이벤트는 국내를 향한 가시적인 행동일 뿐이며, 국제법적으로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냉철하게 판단해야 한다. 

따라서 독도 문제가 국내를 향한 가시적인 일차원적 대응에서 벗어나 다차원적 해법이 되기 위해서는 국내 정치, 일본, 세계를 향한 혼합된 정책이 준비되어야 할 것이다. 즉, 일본의 지능적인 도발에 맞춘 계획된 정책 대응을 하여 일본이 한·일 관계 냉각을 우려하고, 세계의 여론을 의식하게 만들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와 민간이 할 역할을 분담할 필요가 있으며, 장기적인 정책과 단기적인 정책을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실질적인 조정과 기획 기능을 하는 센터가 필요하고, 이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할 것이다. 이번에는 쟁점이 될 때마다 여론 회피용으로 대책을 만드는 구태의 고리를 끊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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