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불법 처벌부터 강화하라
  • 소종일 /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
  • 승인 2010.10.25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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솜방망이 제재로는 경영자 범죄 막기 어려워…이득 이상의 벌칙 부과해야 원천 봉쇄 가능

 

연일 태광그룹 관련 문제가 언론에 오르내린다. 진위 여부는 법원에서 판단하겠으나, 대주주 경영자의 도덕적 해이가 또다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경영자가 지분을 100% 갖고 있는 회사라면 경영자의 도덕적 해이가 그리 큰 문제는 아니다. 적어도 다른 주주들에게 재산상의 피해가 없으며, 이 경우 소유한 회사의 가치가 하락하는 것은 곧 자신의 부가 하락하는 것으로 직결되기 때문에 왼쪽 주머니에 있는 돈을 오른쪽 주머니로 옮기는 것 이상의 의미는 없다. 물론 이러한 행위 또한 완전히 법과 윤리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 예를 들면 탈세를 목적으로 한 행위라면 비록 100% 자기 소유의 회사라 할지라도 법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기업은 자금 수요가 증가하면 기업을 일반 대중에게 공개하고 주식을 발행해 주식회사의 형태로 성장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기존 설립자나 설립자의 가족이 경영권을 가지는 형태와 소유와 경영이 완전히 분리된 형태로 나뉘며, 소유와 경영이 동일인에 의한 것인지 아닌지 여부에 따라 파생되는 문제가 달라진다. 첫 번째의 경우처럼 소유자나 소유자의 가족이 경영권을 가진 경우, 경영자들이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경우에는 소유자와 경영자 간 대리인 문제(agency problem)가 발생하게 된다. 즉, 경영자의 도덕적 해이가 나타날 수 있다.

기존의 많은 연구는 실증적 연구를 통해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었을 때 기업 성과가 높다는 것을 제시했다. 그러나 최근 미국의 기업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가족 기업(family firm)의 성과가 더 높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여기에서 말하는 가족 기업은 설립자나 설립자의 가족이 경영에 참여하는 회사를 말한다. 이 연구에 따르면, 미국에서 규모가 가장 큰 회사들로 구성된 S&P 5백개 회사 가운데 약 30%가 가족 기업이라고 한다. 이러한 주장은 이후 많은 연구에 의해 지지되고 있다. 원인은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경우에 나타나는 대리인 문제로 인한 비용이 크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소유자가 경영권을 가진 경우, 단기적인 성과주의를 추구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함으로써 궁극적으로 기업의 가치를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렇다고 모든 가족 기업의 성과가 더 좋다고 주장할 수는 없다.

 

▲ 지난 10월20일 흥국생명 해직 노조원들이 태광그룹 이호진 회장을 검찰에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주주들도 권리 찾기 위해 적극 노력해야

우리나라 대기업들의 경우 대다수가 이 연구의 정의에 따르면 가족 기업에 해당된다. 기업의 성과 측면에서도 전문 경영인 체제의 기업에 비해 그리 다르지 않거나 혹은 더 좋을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이번 태광 사건처럼 소유자와 경영자가 불법·탈법 행위에 연루된 사건들을 유독 자주 접하게 된다.

이러한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S&P 5백개 회사들은 규모에서 세계적으로 상위에 있는 회사들로서 주주들뿐 아니라 수많은 전문가에 의해 주목받고 있으며, 이미 기업의 지배 구조가 굳건히 자리를 잡고 있어서 소유자가 곧 경영자라 할지라도 그들의 사적 이익을 추구하기 힘든 사회적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러한 사회적 구조를 어떻게 만들어가야 하는지 과거의 일화를 통해 이 문제에 접근해보자. 전에는 새로운 아파트로 이사를 하면 일부는 통신사에 전화를 걸어 유선방송 계정을 만들어야 했다. 하지만 대다수 아파트는 이러한 절차 없이도 코드만 연결하면 유선방송을 볼 수 있었다. 당시 한 유학생은 계정을 만들지 않고 코드를 연결해서 방송을 시청하고 있었으나, 어느 날 갑자기 유선방송사에서 점검을 나와 그동안 내지 않았던 수신료를 일시에 내야 하는 경우가 있었다. 반면 이 아파트로 이사를 온 어떤 미국인 부부는 그러한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그날로 통신사를 통해 계정을 열고 정당하게 방송을 시청했다. 아울러 무료 시청은 일종의 범죄 행위라며 당연히 돈을 내고 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 2001년 7월14일 열린 태광산업 임시 주주총회에서 발언하는 당시 이호진 대표이사 ⓒ시사저널 우태윤
유학생은 왜 무료 시청이라는 선택을 했으며, 미국인 부부는 왜 돈을 내고 시청을 했을까? 이 원인은 두 가지로 분석할 수 있다. 첫째는 국민들의 윤리 의식이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감시하지 않아도 해야 할 의무는 행하고, 불법·탈법 행위를 두려워하는 윤리 의식이다. 다른 하나의 원인은 벌칙(penalty)의 정도에 있다. 만일 무료 시청이 발각될 경우 원래 내야 하는 시청률보다 훨씬 많은 벌금을 부과한다면, 유학생은 그러한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

우리나라의 지배 구조 문제도 여기에서 해답을 추론해볼 수 있다. 우선은 탈법·불법 행위를 했을 때 그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 불법·탈법 행위를 했을 때 그들이 취했던 이상의 벌칙을 부과해, 즉 징벌적 배상을 통해 행위의 동기를 없애야 한다. 그러나 법원의 판단마저도 사회적인 성숙도에 근거하고 있다. 판사들도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한 시민일 뿐이다. 그들이 많은 재량권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사안을 평가하고 판단하는 기준은 바로 우리 국민의 의식 수준에 근거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또 하나의 중요한 요소는 주주들의 주인 의식 함양이다. 무임 승차 하고자 하는 마음으로부터 벗어나서 주주들의 권리를 찾고자 노력해야 한다. 회사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하며, 주주총회에서 자신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하고 관철시켜 나가야 한다. 그동안 행해졌던 시민단체 주도의 소액주주 운동은 더 적극적이고 자발적으로 주주들에 의해 주도되어야 한다. 주주들의 관심과 노력이 제대로 된 기업의 지배 구조를 확립하는 정도(正道)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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