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경영은 이호진 회장, 불법 비자금은 이선애 상무 책임”
  • 조현주 기자 (cho@sisapress.com)
  • 승인 2010.10.25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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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광그룹 비자금 의혹 제기한 박윤배 서울인베스트 대표 인터뷰 / “비자금 규모 1조원대”

 

ⓒ시사저널 윤성호

태광그룹의 비자금 의혹을 처음 제기한 사람은 박윤배 서울인베스트 대표(53)이다. 박대표와 태광과의 인연은 지난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대표는 2002년부터 2005년까지 태광그룹 자문위원 및 구조조정 전문가로 활동한 바 있다.

지난 10월19일 오전 9시 서울 여의도에 있는 박대표의 사무실에 찾아가보니 마치 기자실을 방불케 했다. 각 언론사 기자들로 붐볐고, 인터뷰를 하는 도중에도 휴대전화 벨이 쉴 새 없이 울려 댔다. <시사저널>은 19일과 21일 이틀에 걸쳐 대면·전화를 통해 박대표를 인터뷰했다.

태광그룹 비리 의혹을 고발한 것이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다. 고발한 배경이 궁금하다.

태광의 비리를 파헤치는 작업은 지난 2008년 말 태광그룹 국내외 주주들의 제보에 의해서 시작하게 되었다. 무려 1년9개월이라는 기간 동안 변호사, 기업분석가, 회계사 그리고 태광산업의 정상화를 원하는 수많은 내외부의 제보자가 도움을 주었다. 이번 의혹 제기는 단순한 고발이 아니다. 한 기업의 불법 경영진을 구조조정하는 것이 원래 업무인 서울인베스트가 하는 일이다. 서울인베스트는 구조조정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이다. 이번 작업은 태광그룹의 ‘경영 구조조정’을 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 더 간단히 말하자면 서울인베스트는 병든 기업을 고치는 회사이다. 태광그룹이 온갖 불법으로 얼룩진 한국의 ‘중병 기업’이 되어가고 있었기에 검찰에 제보하게 되었다.
 
곪을 대로 곪아 있는 문제가 결국 터졌다는 것인데, 현재 태광그룹은 어떤 상황인가. 이번 검찰 수사로 회사에 큰 위기가 오지 않겠나?

경영진의 문제가 심각할 뿐이지 태광그룹 자체로 보면 훌륭하다. 케이블TV 1위 업체이고 올해 예상 매출이 약 2조5천억원에, 영업이익만 해도 4천억원이 예상되는 초우량 기업이기 때문이다. 태광그룹 자체가 위기라는 소리는 어불성설이다. 이호진 일가의 비자금 의혹이 일고 있지만 태광산업의 제품이나 흥국생명의 보험을 가지고 문제시되는 것은 없지 않나. 이번 태광그룹 비리 의혹 수사는 회사가 더 나아지기 위해 외과수술을 받고 있는 것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태광그룹측에서는 박대표가 검찰에 제보하기 한 달 전쯤인 지난 8월 중순에 재계약이 안 되자 부당하다며 미지급 자문료에 이자까지 합쳐 27억원가량을 요구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런 요구는 한 적이 없다. 검찰에 제보를 하기 전에 태광그룹에 내용증명을 보내 검찰에 제보할 것임을 미리 알렸었다. 일종의 ‘수술 전 통보’ 차원에서 이루어진 일이다. 이를 태광측에서 엄포나 심지어 협박 그리고 거액 갈취 의도로 들었다면 그것까지 무어라고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그들이 나에게 욕을 할 수 있는 권리 영역으로 남겨 두고 싶다.

제보 이후에 태광그룹의 비자금, 정치권 로비 특혜 등의 의혹이 연달아 나오고 있다. 실제 태광그룹의 비자금 규모는 어느 정도 되는 것인가?

1조원 가까이 된다. 

지난해 초부터 올 9월까지 조사한 자료가 1천쪽 이상 되는 방대한 분량이라고 들었다. 이런 자료를 마련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을 것 같다. 검찰에 넘긴 자료는 어떤 것들인가?

1조원대 불법 비자금의 존재와 불법 세습 그리고 불법 로비와 관련된 자료들이다.

로비와 관련해서 어떤 자료를 제시한 것인가. 이미 지난해 3월 청와대 행정관과 방통위 관계자 성 접대 사건 등 로비 의혹이 제기된 바 있는데, 그 밖의 사건들이 포함되었나?

ⓒ시사저널 윤성호

불법 로비 문제는 대단히 예민한 사안이다. 또, 로비는 내가 언급할 문제도 아니고 검찰의 수사를 침해하기 때문에 노코멘트하겠다. 로비에 대해 말 한마디 하는 것이 상상 이상으로 일파만파 퍼진다. 만약 내가 알고 있다고 해도 그것은 지금 내가 말할 것이 아니라 검찰이 할 일이다.

최근 태광의 비자금을 관리한 핵심 인물로 이선애 상무(이호진 회장의 어머니)가 주목되고 있다.

원래 이선애 상무는 태광그룹의 자금 담당이다. 이상무는 철저하게 돈 관계만 맺는 사람이다. 여장부이기 때문에 만약 이상무가 경영의 전반에 나섰더라면 이호진 회장과는 상당히 다른 스타일로 회사를 경영했을 것이다. 어찌 되었건 태광그룹은 불법 백화점이나 다름없다. 불법 경영은 이호진 회장의 책임이고, 불법 비자금은 이선애 상무의 책임이라고 보면 된다.

검찰 수사로 태광그룹의 경영진 구도가 크게 바뀌지 않겠나. 차기 경영진으로 물망에 오르는 후보가 있나?

현재 태광그룹의 경영에서 소외되어 있는 가족들이 차기 경영진의 범주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이호진 회장의 사촌들은 나이가 어리다 보니 현재로서는 이호진 회장의 외삼촌인 이기화 태광그룹 전 회장이 적합한 인물로 보인다. 그가 경영 전반에 나서지는 않더라도 전문경영인과 함께 회사를 꾸려나가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기화 전 회장은 어떤 인물인가?

태광이 성장하기까지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인물이다. 선대 이임용 회장과 함께 창업 멤버로서 회사에 많은 노력을 쏟았다. 특히 직원들에 대한 사랑이 지극했다고 한다. 여름에 직원들이 일을 하고 있으면 이회장이 직접 얼음물을 타서 직원들에게 나누어줄 정도로 ‘사람에 대한 소중함’을 보여준 인물이다. 특히 ‘직원에게 잘해야 한다’라는 인식이 강한 사람이었다.

이호진 회장으로 바뀌었을 때 상황은 어땠나?
 
이기화 전 회장에게는 가히 모욕적이었을 것이라고 짐작한다. 이호진 회장은 사람의 중요성을 잘 모르는 사람이다. 대개 전직 회장, 임원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회사를 떠나더라도 몇 년간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지 않나. 하지만 이호진 회장은 그런 노력이 없었다. 이기화 전 회장은 회사를 일군 분이신데 떠난 분에 대한 예우가 없었던 셈이다.

그런 점에서 가히 모욕적이었다는 표현이 적합하겠다. 내가 언론에 대고 이호진 회장에게 섭섭하다고 하는 것 역시 이런 부분이었다. 사람 관계를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 이호진 회장은 잘 모른다. 이제 이기화 전 회장이 회사를 떠난 지 10년 정도가 되었다. 아마 떠날 당시 섭섭함이 컸을 것이다. 그런데도 별 표현을 안 하는 것은 그분이 굉장히 점잖은 분이시기 때문이다. 자기의 조카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칼을 뽑고 나서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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