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걸러지지 않는 ‘일회용 생리대’
  • 노진섭 (no@sisapress.com)
  • 승인 2011.07.19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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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부인과 의사·여성 소비자들, 화학 재료가 건강 해칠 수 있다고 주장…“문제 생기면 즉시 바꿔 써야”

▲ 크기와 재료 등에서 다양한 생리대 제품이 진열된 대형 마트에서 한 여성이 제품을 고르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생리용품(생리대)은 여성의 평생 필수품이다. 여성환경연대에 따르면 여성은 13세부터 50세까지 37년 동안 5백번의 생리를 한다. 생리대를 하루 평균 다섯 개씩 닷새 동안 사용하면 평생 약 1만1천개를 사용하는 셈이다. 과거에는 면으로 된 천을 생리대로 사용했고, 1970년대부터 일회용 생리대가 보급되었다. 일회용 생리대는 면 생리대보다 얇은 데다 흡수력도 뛰어나고, 빨래에 대한 불편함도 해결해주었다.

그런데 일회용 생리대와 여성 건강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일회용 생리대는 면이 아니라 화학 재료로 만들기 때문이다. 생리대가 특정 질환을 유발한다는 연구 결과는 없다. 하지만 여성의 민감한 신체에 직접 접촉하는 제품인 만큼 그 개연성을 무시할 수 없다는 시각이 산부인과 의사들과 여성 소비자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미국이 관련법까지 만들어 이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질염 잦거나 생리통 심할 때 의심해야”

생리대가 접촉하는 여성의 질은 자궁까지 이어지는 통로이다. 균이 언제든지 침투할 수 있다. 우리 몸은 균의 침입을 막기 위해 질 내부를 산성으로 유지한다. 또 자궁경부에는 점액성 물질이 있어서 균의 유입을 억제한다. 그렇지만 생리 기간에는 질의 산도가 떨어지고 신체 면역력도 떨어지므로 균에 감염될 가능성이 커진다. 이 시기에 생리대를 사용하는데 생리대가 화학물질로 만들어진 점이 문제로 지적되는 것이다. 이성하 더와이즈황병원 산부인과 과장은 “환자를 접해보면 가려움증, 짓무름, 습진, 생리통, 질염 등이 생리대와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생리대 자체가 자극제이기 때문이다. 일회용 생리대는 그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화학 성분을 포함하고 있다. 잦은 질염이나 생리통이 심하다면 다른 생리대로 교체해볼 필요가 있다”라고 조언했다.

생리대는 크게 커버층, 흡수층, 방수층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커버층은 피부가 직접 닿는 부분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자료를 보면, 커버층은 레이온, 인조 섬유, 폴리에틸렌 필름 등 화학 재질이다. 제조 과정에서 포름알데히드가 검출되느니 안 되느니 논란이 많다. 대다수 제조사는 포름알데히드 검사를 하고, 식약청 허가를 받은 만큼 안심하고 사용해도 된다. 그렇지만 생리대 자체가 피부에는 자극제이므로 피부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한국여성민우회가 2000년 7백16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여성 10명 중 6명은 생리대 사용으로 인한 피부질환과 가려움증을 경험했다.

일부 생리대는 깨끗한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표백제를 사용한다. 하얀 커버층은 청결해 보이지만 정작 피부에는 좋지 않다고 한다. 생리대 제조사 관계자는 “한때 표백제 처리가 논란의 중심이 된 적이 있다. 표백 처리할 때 대부분 제조사가 염소 처리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다이옥신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염소 대신 과산화수소를 이용해 표백 처리하면 해결할 수 있지만, 그 처리 비용이 기존보다 10배 이상 비싸다. 유기농 제품이 일반 생리대보다 두세 배 비싼 까닭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생리대를 사용할 때, 피부가 자주 짓무르거나 가렵고 알레르기가 생긴다면 표백제가 없는 생리대로 바꿔 사용해볼 필요가 있다. 일반 알레르기 질환처럼 무엇보다 항원을 피하는 것이 최선의 해결책이기 때문이다.

삽입형 생리대, 1회 착용 시간은 최대 8시간

흡수층은 생리대의 핵심 부분이다. 여러 가지 물질을 사용해 생리혈을 흡수한다. 대표적인 물질이 고분자 흡수체(폴르아크릴산나트륨)라는 화학물질이다. 포장지에 고분자 흡수 시트 또는 고흡수성 수지라고 표시되어 있다. 이 물질은 무향·무미의 백색 분말이지만 수분과 접촉하면 겔 형태로 변한다. 자기 중량의 2백배 이상의 수분을 빨아들일 정도로 흡수력이 뛰어나다. 생리대를 오랜 기간 사용할수록 이런 물질이 질 내부로 흡수될 가능성도 커진다. 질 건조증이 우려되고, 생리혈과 접촉하면서 생리 냄새도 역해진다.

속옷에 부착해서 사용하는 생리대와 달리 질 내부로 삽입하는 생리대(탐폰)는 문제점이 더 많다. 미국 질병통제센터는 1968년부터 1980년까지 탐폰에 의한 독성 쇼크 증후군 발생이 미국에서 8백13건이었고, 그 가운데 38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보고한 바 있다. 독성 쇼크 증후군은 몸속에 있는 세균(포도상구균)이 방출하는 독소로 말미암아 발생하는 급성 질환이다. 삽입형 생리대가 균 증식을 돕는 역할을 한다. 초기 증상은 감기와 비슷하며, 고열, 근육통, 설사, 발진, 점막 출혈, 어지럼증 등이 나타난다. 이런 증상을 보이면 삽입형 생리대를 제거하고 진료를 받아야 한다. 식약청도 2008년 삽입형 생리대 1회 착용 시간을 최대 8시간을 넘기지 말라며 독성 쇼크 증후군에 대한 주의를 당부했다. 

흡수층 아래에는 방수층이 있다. 흡수된 생리혈이 새는 것을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이 때문에 생리대를 착용하면 통풍이 잘되지 않는다. 곰팡이류가 번식하기 좋은 환경인 셈인데, 특히 습한 여름철에 더욱 그렇다. 생리대 재질에 대해 제조사들은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 생리대 제조사 관계자는 “생리대 재질은 제조사마다 다르다. 식약청이 고시한 여러 재질 중에서 제조사가 선택해서 사용하기 때문에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다”라고 말했다.


일회용 생리대는 편리성이 좋지만 여성 건강과 환경에는 역효과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 때문에 각 제조사는 유기농 제품을 내놓고 있다. 천연 원료를 사용하므로 여성 건강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된다고 말한다. 최근 눈길을 끄는 유기농 생리대가 일동제약에서 만든 ‘나트라케어’이다. 영국의 환경운동가 수지 휴슨 여사가 개발한 생리대로 국내에서 유일하게 100% 천연 펄프로 만든 제품이다. 6개월 내에 95%가 분해되는 재료이다. 전은경 일동제약 제품매니저는 “일반 생리대 커버층은 합성섬유이지만 일동제약에서 생산하는 유기농 제품은 순면이다. 활동을 계속하므로 순면이 피부에 자극을 덜 준다. 또 생리혈을 흡수하는 흡수체도 화학물질이 아닌 펄프를 사용하므로 생리혈 냄새도 심하지 않고, 질 내부로 화학물질이 흡수될 염려도 없다. 유기농 생리대는 화학물질을 사용하지 않아 흡수력은 일반 제품보다 떨어진다. 그렇지만 여성의 생리량은 종이컵 3분의 2 정도이므로 과도한 흡수력은 오히려 질 건조증을 유발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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