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로 뛰는 국력’이 필요하다
  • 김재태 편집부국장 (purundal@yahoo.co.kr)
  • 승인 2011.08.16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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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3·11 대지진이 일어난 지도 벌써 5개월이 훌쩍 지났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방사능 유출 파동도 잠잠해지고, 복구 작업도 꽤 진척되고 있지만 대참극이 남긴 상흔은 여전히 깊은 듯합니다. 그나마 지진·쓰나미 피해 주민들이 어려운 가운데서도 강한 의지로 재건 작업에 박차를 가하는 데는 자국민들의 성원뿐만 아니라 국제 사회가 보내준 다양한 격려와 성금 등도 적지 않은 힘을 보탰으리라 믿습니다. 우리 국민들이 정성을 모아 마련한 성금과 라면 등 지원 물품도 틀림없이 한몫을 했을 것입니다. 인접국의 고통을 함께 나누려는 따뜻한 마음들이 거기에 넘치도록 모여들었고, 일본 국민들도 그에 대해 다양한 경로로 고마움을 표시했던 것을 기억합니다.

 그런데 지금 상황은 영 딴판입니다. 온정의 역류가 일어나기는커녕 험악한 기류가 퍼져가는 형국입니다. ‘독도’와 ‘혐한류’를 앞세운 일본 극우 세력들의 거친 행동들은, 그들이 그때 그 국민이 맞나 싶을 정도로 도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자국의 재해 복구 기금으로 거액을 선뜻 내놓은 재일교포 3세 손정의 소프트뱅크 사장에게까지 이빨을 드러내는 것은 정말 납득하기가 어렵습니다. 또 최근에는 한 배우가 트위터에, 후지TV가 한국 드라마를 너무 많이 방영한다며 불평을 털어놓자 해당 방송국 앞에서 조직적인 ‘반(反)한류’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이 밖에도 독도를 자기네 고유 영토라고 주장한 방위백서 간행, 극우파 국회의원들의 한국 입국 시위 등 일본의 ‘생떼 릴레이’는 끝이 없습니다. 그리고 나온 것이 ‘일본 정부가 독도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에 회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라는 일본 신문의 보도입니다. 일본이 ‘독도 갈등’의 판을 키워 국제 문제화할 것이라는 예상 시나리오가 마침내 마각을 드러낸 것입니다.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나라’ 일본은 좀체 속을 알 수 없는 나라라는 말도 종종 듣습니다. 그만큼 겉과 속이 다르다는 것이지요. 고대에 한자 등 선진 문물을 전수해준 적이 있는 이웃 나라를 무력으로 짓밟고 식민 통치의 참혹하고 쓰라린 고통을 안겨준 나라가 일본이기도 합니다. 한편에서는 8·15 광복 66주년을 맞는 위안부 할머니들이 지워지지 않는 상처와 악몽 속에서 힘든 날을 보내고 있는데도, 패전의 치욕을 씻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는 군국주의 추종자들이 버젓이 활개를 치고 있는 나라가 일본입니다. 오죽하면 ‘참회 선진국’인 독일의 한 언론이 혹독했던 일본의 한국 지배 실상을 소개하며 “일본 정부는 오늘날까지도 자신들이 참회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라고 ‘참회 후진국’ 일본을 향해 따끔한 일침을 놓았겠습니까.

일본 신문의 보도가 아니더라도, 독도에 대한 일본의 속셈은 자명합니다. 계속 분란을 일으켜 독도를 분쟁 지역화하려는 것이 그들의 저의입니다. 의도가 분명한 이상 우리도 그 정곡을 찌를 대응책을 치밀하게 마련해야 합니다. 목소리만 높인다고 되는 일이 아닙니다. 국제 사회와 소통하는, 그야말로 ‘발로 뛰는 국력’이 필요합니다. 그런 점에서 최근 미국과 영국이 국제수로기구(IHO)에 동해를 ‘일본해’로 단독 표기해야 한다는 의견서를 제출한 것은 정말 뼈아픈 일격입니다. 지금부터라도 하나하나 차분하게 챙겨야 합니다. 발로 뛰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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