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은 아픔의 시간을 고맙게 생각한다… 거기서 우러난 문학과 나의 삶과 나의 시를”
  • 조철 기자 (2001jch@sisapress.com)
  • 승인 2011.11.14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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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서 만난 사람│도종환 시인

ⓒ한겨레출판 제공
‘꽃’을 노래해 유명해진 시인이었다. 세월과 함께 모진 풍파 겪더니 그 또한 꽃이 되었다. 도종환 시인은 최근 <꽃은 젖어도 향기는 젖지 않는다>(한겨레출판 펴냄)라는 산문집으로 자신의 지나온 삶을 되돌아보았다.

앞만 바라보고 살고자 하는 기자로서는 과거보다 지금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해서 전화를 걸었다. 그는 지금 충북 보은의 한적한 시골 마을에서, 자청한 외로움을 보듬고 살고 있다. 건강 때문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세상에서 도피했다거나 혼자 잘 살아보자고 간 것이 아니라는 얘기이다. 

그의 시에 진득하니 배여 있는 심상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이 책이 현대의 젊은이들에게 들려주는 선배의 조언으로도 읽힌다고 하자, 그는 “지금 젊은이들이 많이 힘들어한다는 것을 안다. 그런데 힘들지 않으면, 시련과 고난을 겪지 않으면 탐욕이 생기고 경솔해지게 된다. 쉽게 이루면 세상을 쉽게 보는 사람이 되어 세상을 업신여기는 마음을 가지기 십상이다. 인생에 고난이 주어지는 이유를 그렇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하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산문집을 내게 된 데 대해 “시가 쓰인 배경과 내 지나온 삶을 연대기적으로 기술했다. 시련을 겪으며 살아내는 과정에서 시가 이렇게 나왔고, 그 시가 다시 삶을 가꾸어가고 이끌어갔음을 이야기했다. 에세이 한 편 한 편에 한 편의 시가 꼭 들어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내 시들은 쥐어짜낸 것이 아니라 살아가는 과정에서 나온 것임을 밝히는 내용들이다”라고 설명했다. 그의 문학이 시작될 때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그는 책 속에서도 다음과 같이 술회했다.

‘가난과 외로움과 좌절과 절망과 방황과 소외와 고난과 눈물과 고통과 두려움으로부터 내 문학은 시작되었고, 그것들과 함께 여기까지 왔습니다. 그것들이 없었다면 나는 시인이 되지 못했을 것입니다. 고맙게 생각합니다. 그 많은 아픔의 시간을. 거기서 우러난 문학을. 나의 삶, 나의 시를.’

그런 서정시를 쓴 사람이 오히려 ‘세상을 밝게 만든 100인’에 선정되기도 한 것은, 우울하게 살아가는 많은 사람이 그의 시에 공감한 뒤 ‘꽃은 젖어도 향기를 잃지 않는’ 모습으로 성장하기 때문이다. 독자가 그의 삶과 자신의 삶을 비교해보며 또 읊조리겠다.

“꽃은 젖어도, 향기는 젖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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