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 환자도 잡는 ‘기립성 저혈압’
  • 석유선│헬스팀장 ()
  • 승인 2012.05.21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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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았다 일어서는 순간 갑자기 심한 어지럼증 일으키는 증상…중·장년층, 심혈관 이상 신호일 수도

ⓒ 시사저널 전영기

고혈압 환자가 저혈압으로 고생한다? 흔히 ‘저혈압에는 약도 없다’는 말이 익숙하다 보니 많은 이들이 저혈압 증상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곤 한다. 특히 매일 혈압약을 복용 중인 고혈압 환자들은, 자신들은 저혈압에서 예외라고 안심하기 쉽다.

물론 대다수 일반인은 수축기 혈압이 100㎜Hg 이하이거나 이완기 혈압이 70㎜Hg 이하일 때 지칭하는 ‘저혈압’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일시적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40대 이상 중·장년층의 경우, 누워 있거나 앉은 자리에서 일어날 때 갑자기 심한 어지럼증이나 실신 증상이 발생하는 ‘기립성 저혈압’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특히 중·장년층은 기립성 저혈압이 있으면 심혈관 이상 신호로 받아들이고 심혈관 건강검진까지 고려하는 것이 좋다.

기립성 저혈압은 누웠을 때와 일어섰을 때의 수축기-이완기 혈압 차이가 각각 20㎜Hg-10㎜Hg 이상인 경우를 기준으로 삼는다. 만약 자리에서 일어난 뒤 2분 후 잰 혈압이 누워서 잰 혈압보다 20㎜Hg 이상 떨어지면 기립성 저혈압을 의심해보아야 한다. 이런 사람은 몸의 상태가 조금만 변해도 혈압이 떨어져 어지럼증이 발생하곤 한다. 특히 눈앞이 하얘지거나 머리가 어질어질한 느낌이 들고, 심하면 낙상으로 이어져 골절을 입기도 한다.

혈압약 복용 환자, 처방 바꾸거나 조절해야

혈압 측정기로 혈압을 재는 모습. ⓒ 시사저널 박은숙
기립성 저혈압은 왜 생기는 것일까. 평소 눕거나 앉은 상태에서는 하지에서 심장까지 혈액이 도달하는 데는 중력의 영향을 덜 받아 어지럼증을 느끼지 않는다. 그러나 갑자기 일어서면 심장으로 들어가는 혈류량이 일시적으로 줄고 뇌로 가는 혈류량도 함께 줄어들면서 어지럼증이 생기게 된다.

서울시립북부병원 신경과 부선희 과장은 “기립성 저혈압은 노인들이 실신하는 원인 중 첫째이다. 이로 인해 낙상하면 골절이 되는 경우도 빈번하다. 평소 혈압약이나 이뇨제, 항우울제 등을 장기 복용할 경우나 당뇨, 알코올 등으로 인한 말초신경 병증, 특발성 기립성 저혈압과 관련한 가족력이 있는 경우 어지럼증이 더 쉽게 발생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기립성 저혈압은 낙상을 일으킬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혈압약 가운데 고혈압과 전립선비대증이 동시에 있는 남성에게 주로 처방되는 알파차단제를 복용하는 환자가 특히 요주의 대상이다. 이들은 다른 약을 먹는 환자보다 기립성 저혈압이 잘 생겨 낙상으로 다리 골절 등을 겪을 수 있다.

실제로 대구대 간호학과 장군자 교수팀이, 예전에 다리가 부러진 적이 없고 정상적인 보행이 가능한 65세 이상 고혈압 환자 1백24명의 3개월간 낙상 횟수를 조사한 결과, 한 번 이상 낙상을 당한 노인이 72.6%였다. 낙상 횟수는 고혈압약을 많이 먹을수록 많았다. 낙상을 경험한 사람은 평균 3.38가지의 고혈압약을 먹는 반면, 낙상을 경험하지 않은 사람은 평균 0.57가지의 약물을 복용하고 있었다. 복용하는 약이 한 가지 늘어날수록 낙상 위험은 17.3배씩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고혈압약 처방을 위해 재는 혈압은 환자가 집에 있을 때보다 높게 나오는 경향이 있어 실제 필요한 폭보다 많이 내려가도록 약 처방이 이루어지는 경우에서 비롯된다고 강남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윤영원 교수는 설명한다. 윤교수는 “이런 경우 순간적으로 저혈압에 따른 현기증이 생기기 쉬워 노년층은 낙상을 입을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때문에 고혈압약을 먹는 노년층은 평소 만성질환으로 여러 가지 약물을 함께 복용하는 경우가 많아 기립성 저혈압에 노출되기 쉽다고 전문의들은 말한다. 현재 복용 중인 약에 의해 어지럼증을 느낄 경우 전문의와 상의해 다른 약으로 대체하거나 잠시 끊는 것도 도움이 된다.

어지럼증 원인 다양해 정확한 진료 필요

기립성 저혈압에 따른 낙상을 막기 위해서는 갑자기 일어나지 말고, 엉덩이를 뗄 때 어지러운지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또 무거운 물건을 들었다가 갑자기 놓고 숨을 내뱉으면 혈압이 급격히 떨어지므로, 무거운 물건은 천천히 내려놓는 습관을 갖는 것도 좋다. 식후에 저혈압 증세가 나타난다면 식사를 소량씩 여러 차례 나눠서 하고, 과도하지 않을 정도의 짠 음식도 도움이 된다.

특히 낙상에 의한 골절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규칙적인 운동도 빼놓으면 안 된다. 많은 이들이 달리기와 등산 같은 유산소 운동을 생각하는데, 이 또한 오래 하면 시간이 갈수록 혈압이 떨어지므로 30분 이상 운동을 하다 현기증이 나면 즉시 멈추는 것이 좋다.

고려대 안암병원 순환기내과 임도선 교수는 “유산소 운동은 심혈관질환을 예방하는 데에 좋지만, 40대 이후 중·장년층은 무리하게 운동을 하면 오히려 심장 건강에 위협이 된다. 특히 평소 고혈압 등의 심혈관 위험 인자를 갖고 있는 40대 이후 중·장년층은 전문의 상담을 통해 저용량 아스피린 등을 복용하면 뇌졸중, 심근경색 등 심혈관질환도 예방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저용량 아스피린은 해열·진통·소염제로 잘 알려져 있지만, 아스피린의 주 성분인 아세틸살리실산이 각종 임상 및 연구에 의해 혈전 생성을 막아 심혈관질환을 예방한다는 사실이 입증되어 현재 예방 약물로 널리 활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중·장년층 환자들의 건망증을 감안해 ‘월화수목금토일’을 기입한 7일 단위 제품이 출시되어, 처방전 없이 약국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다.

한편 기립성 저혈압 외에도 어지럼증을 일으키는 질환은 다양하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치료가 중요하다. 특히 중추신경계질환으로 인한 어지럼증은 뇌에 후유증을 남길 수 있어 증상이 나타나면 가급적 빨리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아야 한다. 



ⓒ 시사저널 우태윤
1. 고혈압약을 복용 중이라면 전문의와의 상담으로 약을 바꿔본다.

2. 엉덩이를 뗄 때 어지러운지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3. 무거운 물건을 들었다가 천천히 내려놓는 습관을 갖는다.

4. 달리기·등산 등 유산소 운동을 하되 현기증이 나면 즉시 멈춘다.

5. 저용량 아스피린 등 심혈관질환 예방약을 챙겨먹는 것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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