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찾나, 안 찾나
  • 최혜미 인턴기자 ()
  • 승인 2013.06.04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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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징금 환수율 1% 안 돼…미납액 27조원

‘형법상 몰수해야 할 물건을 몰수할 수 없을 때 몰수할 수 없는 부분에 해당하는 값의 금전을 징수하는 일.’ ‘추징’에 대한 사전적 정의다. 한 상식 사전은 ‘범죄 행위에 관련된 물건을 몰수할 수 없을 경우 그 물건에 상당하는 돈을 대신 빼앗는 것’이 추징이라고 규정했다. 한마디로 추징은 범죄와 관련된 부정한 이익을 범인의 손에 남겨두지 않으려는 취지로 만들어진 처분이라고 할 수 있다.

국가는 추징금의 이런 취지를 살려 잘 집행하고 있을까. 결과적으로 현재 추징금 환수는 1%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연도별 추징금 집행률은 2008년 1.02%, 2009년 0.4%, 2010년 0.5%, 2011년 0.51% 등이다. 추징금 환수 시효(3년)를 넘기는 바람에 집행이 불가능해진 돈만 지난 5년간(2012년 기준) 4288억원에 이른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3월22일 ‘대우그룹 창립 46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수면 위로 떠오른 전두환 전 대통령의 추징금 징수 시효는 오는 10월이다. 전 전 대통령은 1996년 반란 수괴 죄목으로 추징금 2205억원을 선고받았다. 그는 312억원을 납부한 후 2003년 “내 재산은 통장 잔액 29만원뿐”이라며 29만1000원을 냈다. 코미디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다. 2004년 검찰이 비자금 일부를 밝혀내자 부인 이순자씨가 “알토란 같은 내 돈”이라며 200여 억원을 대납했다. 전두환씨 본인 명의의 재산이 거의 없어 검찰이 추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고액 추징금 미납자 1위에 오른 사람은 재산 국외 도피 혐의로 추징금 23조300억원을 선고받은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다. 현재 22조9460억원을 미납 중이다. 지난해 검찰이 김 전 회장 소유의 주식을 압류했는데 매각 과정에서 세금이 발생했다. 이에 김 전 회장이 주식을 매각한 돈으로 추징금보다 세금을 먼저 내달라고 소송을 내 이목을 끌었다. 추징금은 연체료가 없지만 국세는 체납하면 연체료를 내야 한다는 게 이유였다.

김 전 회장 다음으로 추징금을 많이 미납한 이는 최순영 전 신동아그룹 회장 비자금을 관리한 김종은 전 신아원 회장이다. 이들은 회사 부도로 돈이 없다면서 추징금 1964억원 가운데 2억원만 납부했다.

고액 추징금 미납자 1위는 김우중

노태우 전 대통령은 1997년부터 약 2397억원의 추징금을 냈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이 친동생 재우씨에게 맡긴 대여금 채권을 압수해 노씨 월급을 매월 추심하고 있다. 지난해 여름 노 전 대통령은 사돈인 신명수 전 신동방그룹 회장에게 비자금 400억원을 맡겼다며 이 돈을 돌려받으면 남은 추징금을 완납하겠다고 밝혔다.

그 밖에 정 아무개씨가 특정 범죄 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2003년 선고받은 1280억원이 미납 상태다. 농·축협 비리로 재산 국외 도피 혐의를 받고 있는 김 아무개씨가 965억원, 박 아무개씨와 또 다른 박 아무개씨가 875억원, 756억원의 추징금을 내지 않고 있다.

최근 검찰은 전두환 전 대통령의 추징금을 받아내기 위한 특별 전담팀을 꾸리는 등 고액 추징금 미납자들에 대한 징수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정치권도 최재성 의원이 법률안 개정에 나서는 등 팔을 걷어붙였다. 현재 미납 중인 추징금(5월20일 기준)은 총 27조원가량. 올해 전체 국가 예산(342조원)의 12%에 달하는 돈이다. 추징금이 범죄 수익 환수라는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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