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고 또 생각하라, 답이 보인다
  • 이규대 기자 (bluesy@sisapress.com)
  • 승인 2013.08.27 16:5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공부하는 힘> 펴낸 ‘몰입 전문가’ 황농문 교수

황농문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는 ‘몰입 전문가’로 유명하다. 그가 말하는 몰입이란 ‘모든 시간과 마음을 다해 오로지 주어진 문제 하나만 생각하는 상태’를 말한다. 몰입적 사고를 제대로 하면 문제 해결과 관련된 아이디어가 끊임없이 떠오르며, 자신감이 솟구치고 호기심이 극대화하는 등 과정에서의 즐거움도 극대화한다는 것이다. 황 교수는 몰입을 반복하는 삶이야말로 자아를 실현하고 삶의 행복을 찾는 길이라고 주창해왔다.

그런 황 교수가 새로운 책을 펴냈다. <공부하는 힘>이다. 화두는 여전하다. ‘몰입’이다. 다만 주제가 더 좁아졌다. ‘공부’다. 이번 신간에서는 몰입적 사고를 바탕으로 한 학습 방법을 독자들에게 설명하는 데 초점을 뒀다.

“2007년에 쓴 <몰입>은 항상 어려운 문제에 도전하고 이를 극복해나가는 것을 반복하는 삶의 방법론으로서의 ‘몰입’을 제시한 책이었다. 그런데 독자들은 좀 더 현실적이었다. 실제로 몰입을 어떻게 적용해 기대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을지에 관심이 많았다. 이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 책을 쓰게 됐다.”

ⓒ 위즈덤하우스 제공
몰입적 사고의 핵심은 ‘도전과 응전’

한때 황 교수는 번민했다. 대학원에서 공부하던 젊은 시절의 얘기다. 어떻게 살아야 죽을 때 후회하지 않을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했다. 답은 쉬 찾아오지 않았다. 즐겁게 살아야 할지, 아니면 고행하듯 견디며 살아야 할지 가늠하기 어려웠다. 고뇌가 깊었다. 삶을 마감하는 순간 후회만이 가득할까 두려웠다.

깨달음은 갑자기 찾아왔다. 미국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던 시절의 얘기다. 그는 인생의 끝자락에 찾아올 법한 ‘후회’를 곱씹었다. 스스로 가진 능력을 모두 활용하지 못한 채 생을 마감하는 것이 가장 큰 후회로 다가올 듯했다. 결과가 어떻든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해 열정적으로 산다면 후회도 없을 것임을 깨달았다. “‘무엇을 하느냐’보다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학자로서 ‘단 1초도 쉬지 않고 두뇌를 가동하겠다’는 각오로 ‘생각’에 매달렸다. 어려운 문제를 만나도 회피하지 않았다. 생각하고 또 생각해 해답을 찾아내기를 반복했다. ‘몰입’의 경험이었다. 황 교수의 삶에 혁명이 찾아왔다. ‘몰입’은 사고하는 즐거움을 선사했다. 몰입하는 동안 그는 완벽한 삶을 살고 있다고 느꼈다. 몰입을 통해 학문적으로도 탁월한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

황 교수는 몰입 학습법의 핵심이 ‘도전과 응전’ 법칙에 있다고 말한다. 비교적 쉽게 몰입을 유도하는 스포츠나 컴퓨터 게임에서 몰입도가 올라가는 과정을 살펴보면, 게임에 이기려는 목표인 ‘도전’과 이를 추구하는 일련의 과정인 ‘응전’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결국 공부도 게임처럼 해야 한다는 뜻이다. 어떻게든 승리하려 끊임없이 목표를 만들고, 순간순간의 목표를 완수하고자 안간힘을 쓰는 것과 비슷하다. 적절하게 동기를 부여하는 목표가 도전 욕구를 자극하고, 그것이 공부에 몰입하도록 한다.

몰입 학습법은 지식을 일방적으로 주입받는 것을 거부한다. 주어진 문제를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며 스스로 답을 찾아내는 방식이다. 한국 사회의 주류 교육 문화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황 교수는 대학과 대학원의 차이를 들어 설명한다. 대학에서는 이미 알려진 지식을 받아들여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이 주된 목표다. 대학원은 다르다. 필요한 지식을 스스로 창출하는 능력이 훨씬 더 중요하다. ‘창의성’과 ‘문제 해결 능력’이야말로 대학원에서 요구하는 인재가 갖춰야 할 덕목이기 때문이다. 황 교수는 이런 지적인 도전이 반드시 대학원 과정에서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남녀노소 누구나 몰입적 사고를 통해 가능하다는 것이다.

능력의 한계까지 맞닥뜨려라

황 교수는 몰입적 사고가 불교 화두선의 수행 방식과 유사하다고 강조한다. 초조해하지 않고 답이 나올 때까지 사고를 반복하는 슬로 싱킹(Slow Thinking)이다. “화두를 들고 선(禪) 수행을 하는 사람들은 생각에 진전이 없어도 조바심을 갖거나 초조해하지 않는다. 느긋한 마음을 갖고 묵묵히 화두만을 생각할 뿐이다. 결과에는 신경을 쓰지 않고 오로지 수행에만 힘쓴다. 미지의 문제에 도전할 때 바로 이러한 방식과 마음가짐이 가장 효과적이다.”

몰입은 인생을 주체적으로 운용하며 자아실현을 가능하게 하는 삶의 지혜와 같다. 황 교수는 ‘공부’라는 목전의 과제와 ‘몰입’이라는 인생의 방법론을 경유하여, 궁극적으로는 삶의 의미에 대해 묻는다. “삶의 궁극적 추구는 자아실현의 문제로 귀결된다. 그러나 생존과 행복의 문제를 해결한 후 자아실현을 추구하기에는 인생이 너무 짧고, 경우에 따라서는 아예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이 바로 몰입이다.”

황 교수는 “많은 사람들이 생존에만 쫓기다 삶을 낭비한다. 자신의 잠재력을 다 살리지 못하고 죽는다. 하루하루 몰입해 충실하게 살아야 한다. 능력의 한계까지 맞닥뜨려봐야 잠재력이 발휘된다. 자아실현, 창의적인 사고도 그 이후에야 가능하다. 문명을 발전시킨 아이디어도 모두 그로부터 나왔다”고 강조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