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쪽빛 물들이기 추억 쌓다
  • 강대현│캠핑 칼럼니스트 (wowday3435@naver.com)
  • 승인 2013.09.11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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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 염색 체험하는 ‘금다래산머루 캠핑장’…옛 시골 학교 정취 그대로

올여름은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 만큼 뜨거웠던 불볕더위와 장마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자연의 순리는 또 다른 계절에 자리를 내준다. 산과 들로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풍경이 가득하다. 아침과 저녁으로 찾아드는 적당한 한기와 청명한 하늘은 가족과 함께 자연에서 캠핑을 즐기기에 더없이 좋다. 이토록 아름다운 계절에 자칫 지루하기 쉬운 평범한 캠핑이 싫다면 우리의 자연 재료를 이용해 천연 염색을 체험해볼 수 있는 특별한 캠핑을 떠나 보자.

통영대전중부고속도로 일죽I.C에서 10분이면 찾을 수 있는 ‘금다래산머루 캠핑장’은 옛 금산분교 터에 자리하고 있다. 약 9917㎡(3000여평)의 운동장과 교사동, 약 1만3223㎡(4000여 평)의 숲으로 둘러싸인 이곳은 신라대학교 전통염색연구소에서 안성 지역 교육장으로 지정한 곳이다. 캠핑을 즐기며 자연 재료를 이용한 각종 천연 염색은 물론 다양한 체험이 가능한 교육 프로그램으로 유명하다.

ⓒ 강대현 제공
캠핑장에 들어서면 자그마한 옛 시골 분교의 정취가 그대로다. 넓은 운동장 가장자리엔 50년 세월을 간직한 아름드리 느티나무가 빼곡하고 그 아래에 텐트 하나 던져두면 이보다 더한 자연의 치유는 없을 것만 같다. 캠핑장 주변에 펼쳐진 울창한 숲 또한 가족과 함께 산책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흐드러진 밤나무 아래에는 잘 익은 밤송이가 토실한 얼굴로 아이들을 맞이한다.

체험 행사는 매주 토요일마다 진행된다. 행사 시작을 알리는 안내 방송이 나오자 아이들이 하나 둘씩 모여든다. ‘금다래산머루 캠핑장’에서 체험해볼 수 있는 행사는 천연 염색, 비누 만들기, 풀잎 손수건 만들기, 양초 공예, 한지 부채 만들기, 누에고치 공예 등 다양하다.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은 쪽(藍) 잎을 이용한 천연 염색이다. 도종환 시인이 <부드러운 직선>(1998년)에서 ‘높은 구름이 지나가는 쪽빛 하늘’이라 노래했던 쪽은 여귀과의 한해살이 풀로 천연 염색에서 청색을 얻어내는 중요한 재료다.

금다래산머루 캠핑장에서는 9917㎡의 넓은 운동장에서 여유로운 캠핑을 즐길 수 있다(맨 왼쪽). 매주 토요일 천연 염색 전문가가 운영하는 천연 염색 체험 행사가 열린다. ⓒ 강대현 제공
천연 염색 전문가가 체험 행사 운영…토요일마다 진행

체험 행사는 본관에 마련된 도서관에서 쪽의 특성, 염색 과정, 무늬 만드는 법에 대한 설명을 듣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곳을 운영하는 한영미씨는 천연 염색 전문가로 10여 년간 염색만을 연구해온 전문가다. 아이들은 자연 재료를 이용해 자신이 원하는 무늬를 직접 만들 수 있다는 사실에 신기함을 감추지 못한다.

이제는 밖으로 나가 직접 염색을 해볼 차례. 양동이의 쪽물에 자신의 재료를 담근 후 손으로 한참을 주물러 준다. 염색에 필요한 흰색 티셔츠는 미리 준비해야 하며 새것보다는 많이 입은 옷이 더욱 염색이 잘된다고 한다. 아이들이 원하는 무늬를 만드는 데는 고무줄이 사용된다. 녹색의 쪽이 산화작용을 통해 푸른색으로 변할 때 고무줄로 묶어둔 부분은 염색이 되지 않는 원리를 이용하는 것이다.

몇 번의 염색과 건조(산화) 과정을 거치고 흐르는 물에 여러 번 헹군 후 꽁꽁 묶어 두었던 고무줄을 풀면 드디어 완성이다. 아이들은 천연 재료가 만들어 내는 푸른 쪽빛과 다양한 무늬들에 무척 신기하고 놀라워 어쩔 줄을 모른다. 환하게 웃는 아이들의 모습이 마치 푸른 쪽빛 같다.

아이들이 전통 천연 염색을 통해 배우는 것은 자연과 사람의 조화다. 자연에서 나와 천연으로 돌아가는 순환 체계를 이해하고 주변의 작은 것을 돌아보게 한다. 화학적인 방법이 아닌 자연 그대로를 이용함으로써 자연을 사랑하고 지구를 아끼는 방법을 이해하는 것이다.

캠핑과 함께 천연 염색을 체험해 볼 수 있는 곳은 전국적으로 여러 곳이다. 경기 양주의 ‘트로이목마’, 충남 아산의 ‘기쁨두배마을’, 강원 원주의 ‘진밭골 캠핑장’ 등이 있다. 전남 나주에 위치한 ‘한국천연염색박물관’, 경북 경주의 ‘교촌한옥마을’, 경북 문경의 ‘성보예술촌’, 충북 제천 ‘산야초마을’도 가까운 캠핑장과 함께 찾아보기에 좋다. 

※ 다음 호에는 ‘유리 공예 체험 캠핑’이 이어집니다.

ⓒ 강대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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