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리더 100] 코리아 전사들 ‘글로벌 리더’가 되다
  • 감명국 기자 (kham@sisapress.com)
  • 승인 2013.10.23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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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전체 1위…김연아·류현진·홍명보·박지성 순

세계적인 리더십 전문가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미국의 존 맥스웰은 ‘지도자에게 진정한 성공은 차세대 지도자들을 계속 길러낼 때 비로소 이뤄진다’고 했다. ‘차세대 리더’는 그래서 전 세계가 주목한다. 매년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총회를 열며 그해의 방향을 제시하는 세계경제포럼, 즉 ‘다보스 포럼’에서는 2004년부터 전 세계의 젊은 인재들을 대상으로 ‘Young Global Leader’라는 명칭이 붙는 ‘차세대 리더’를 선정해 발표하고 있다.

특히 2007년의 결과가 국내에서 주목받았다. 당시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와 박지성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소속 축구선수,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 등이 나란히 선정된 것이다. 이후에도 가끔 국내 젊은 기업인들이 여기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1989년 창간 이후 매년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전문가 설문조사로 대한민국 사회 리더의 지형도를 제시해온 <시사저널>은 미래의 지도자를 꿈꾸고, 이들을 주목하는 세계적인 추세에 맞춰 지난 2008년부터 매년 ‘차세대 리더’를 묻는 전문가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차세대 리더의 성격상 대상을 50세 이하로 한정하고 있다. 다보스 포럼의 ‘Young Global Leader’는 만 40세 이하를 대상으로 한다.

한때 ‘40대 기수론’은 정치권에서 주로 회자되던 개혁과 변화의 상징이었다. 지난 1971년 당시 7대 대선을 앞두고 야당인 신민당의 김영삼 의원이 “대한민국의 활기와 혁신을 위해 40대 젊은 정치인에게 기회를 달라”는 부르짖음으로 시작됐고, 여기에 같은 40대인 김대중·이철승 의원 등이 가세하면서 정치권의 세대교체가 이뤄졌다. 실제 김영삼과 김대중은 이를 계기로 정계 리더로 도약했고, 비록 한참 후이긴 하지만 대통령 자리에 올랐다. 지금 세계를 이끌고 있는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과 영국의 캐머런 총리는 모두 40대에 최고 지도자 자리에 올랐다.

2008년 첫 조사 이후 지난해까지 정치·경제·문학·과학 등 각 분야별 차세대 리더를 선정한 <시사저널>은 올해부터는 분야를 총괄해 대한민국의 내일을 이끌어나갈 전체 차세대 리더를 묻는 질문을 신설했다. 15개 각 분야 전문가들이 자기 분야에 국한하지 않고 총체적인 의미에서 대한민국의 내일을 이끌어나갈 차세대 리더가 누구인지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한 것이다. 그 결과는 다보스 포럼의 ‘Young Global Leader’와 비슷했다.

다보스 포럼이 6년 전 주목했던 이재용·박지성·이해진 ‘우뚝’

경제와 스포츠 분야의 젊은 리더들이 주목받았다. 그만큼 지금 세계적으로 코리아를 알리고 위상을 높이는 데 경제와 스포츠 분야가 크게 기여한다는 점을 의미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6년 전, 세계가 주목했던 한국의 차세대 리더 이재용·박지성·이해진의 현주소가 이번 본지 조사에서 잘 나타난다.

이재용 상무는 삼성전자 부사장과 사장을 거쳐 현재 부회장을 맡고 있다. ‘삼성그룹의 황태자’에서 이제는 실질적으로 삼성그룹의 경영권을 행사하는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최근 삼성그룹 계열사들의 합병 움직임과 관련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가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얘기도 확산되고 있다.

그래서일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2014 차세대 리더’ 전체 분야에서 1위에 올랐다. 지목률은 18.6%였다. 이 부회장은 기업 분야에서 무려 61.0%의 압도적 지목률로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정보기술 분야에서도 14.0%로 3위에 올랐다. 기업 분야 전문가(22.0%)를 비롯해 법조(17.0%), NGO(19.0%), 영화(24.0%), 과학(27.0%), 의학(26.0%), 음악(21.0%), 엔터테인먼트(39.0%) 등 총 15개 분야 가운데 8개 분야 전문가 그룹에서 그를 ‘전체 차세대 리더’ 1위로 꼽았다. 기업 분야를 제외하고도 7개 분야 전문가들이 자신의 해당 분야 인물들을 제치고 이 부회장을 가장 주목할 차세대 리더로 꼽은 것이다.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축구 스타 박지성 선수는 세계 최고의 명문 구단인 영국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떠나 지난해 500만 파운드(약 88억원)라는 거액의 이적료를 받고 퀸즈파크레인저스(QPR)로 둥지를 옮겼다. 물론 최근에는 실제 이적료가 500만 파운드보다 적었다는 얘기도 들리고 있으나, 아무튼 그의 이적은 큰 화제가 됐다. 현재는 친정팀인 네덜란드 PSV 에인트호벤으로 임대돼 예전의 기량을 보여주며 맹활약하고 있다.

박지성은 이번 조사에서 6.8%의 지목률로 전체 순위 5위에 올랐다. 국가대표 은퇴와 QPR로의 이적으로 하향세에 접어들었다는 세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여전한 영향력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박지성은 지난 6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1~2년 정도 더 뛰고 은퇴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은퇴 이후의 계획에 대해 “축구 지도자를 할 생각은 없다. 아마도 10년 뒤엔 축구 행정 쪽에서 일을 막 시작했을 것 같다. 은퇴 후 좋은 행정가가 되기 위해 여러 가지를 채워나가며 준비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스포츠 행정 분야의 차세대 리더로서 박지성의 향후 행보가 주목되는 부분이다.

6년 전인 2007년 당시 이미 한껏 유명세를 탔던 이재용·박지성과 달리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은 인지도가 다소 떨어졌지만, 그를 주목했던 다보스 포럼의 눈은 예리했다.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은 지금 네이버를 국내 포털업계 점유율 80%에 이르는 위력적인 포털 사이트로 이끌며 미디어 시장에서 최고의 주목을 받고 있다. 엄밀히 따져 언론 매체가 아니면서도 네이버는 지난 9월 본지의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언론 매체 분야 조사에서 영향력 4위, 신뢰도 6위, 열독률 3위에 오르며 기존 매체들을 위협하고 있다.

이해진 의장은 이번 ‘차세대 리더’ 조사에서 0.9%의 지목률로 전체 순위 공동 25위에 올랐다. 기업 분야에서는 5위(3.0%)에 랭크됐다. ‘재벌닷컴’은 10월16일 상장사 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주식 가치를 평가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이 의장의 지분은 1조454억원으로 ‘1조원대 주식 부자’로 등극했다. 김정주 넥슨 창업자와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등 벤처 재벌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이 의장의 지분 가치는 올해 초 5058억원으로 집계됐으나, 무려 105.6%나 늘어나면서 상장사 주식 부자 16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 의장은 33세 때인 1999년 네이버를 창업했다. 네이버의 성장 속도와 영향력 확산 추세로 볼 때 앞으로가 더 주목되는 인물이다.

김연아·류현진·봉준호·추신수 등 세계를 무대로 맹활약

차세대 리더 전체 분야 2위에는 올림픽 피겨스케이팅 금메달리스트 김연아 선수가 올랐다. 12.4%의 지목률을 나타냈다. 1990년생인 김연아는 올해 24세로 10위권 내 인물 중 가장 어리다. 하지만 김연아의 목표는 당차다. 이미 21세의 어린 나이에 세계 피겨 여왕에 등극한 김연아는 최근 “내년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2연패를 달성한 뒤 은퇴하겠다. 스포츠 행정가로서의 새로운 꿈을 펼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지난 2011년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들을 상대하며 강원도 평창이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되는 데 기여한 김연아는 <타임>에 의해 ‘세계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최근에도 영국 스포츠 전문 매체 <스포츠프로>가 선정한 ‘2013년 가장 시장성 있는 선수’ 44위에 이름을 올렸다. 종교 분야 전문가들 가운데 23.0%가 김연아를 1위로 지목한 것을 비롯해 정치(18.0%)·미술(13.0%) 분야에서도 각각 이재용 부회장을 제치고 김연아를 차세대 리더 1위로 지목했다.

전체 3위는 북미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LA 다저스에서 제3 선발투수로 활약하는 류현진 선수가 꼽혔다. 지목률은 11.4%다. 류현진은 한국 시간으로 10월15일 미국 프로야구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 3차전에 선발 등판해 7이닝 무실점, 눈부신 호투를 펼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이는 박찬호·김병현 등 선배들도 이루지 못한 한국인 최초의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선발승 기록이다. 류현진은 27세의 다소 늦은 나이에 메이저리그에 진출했으나, 입단 첫해 선발로 14승을 거두는 뛰어난 성적을 내며 코리안 메이저리거의 새 역사를 써가고 있다. 류현진은 정보기술(26.0%)·문학(18.0%)·노동(18.0%) 분야에서도 각각 1위에 꼽혔고, 미술(13.0%) 분야에서 김연아와 공동 1위에 오르는 등 4개 분야에서 1위에 지목됐다.

전체 순위 4위는 홍명보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차지했다. 9.1%의 지목률을 나타냈다. 지난해 런던올림픽에서 23세 이하 올림픽 대표팀을 이끌며 한국 축구 역사상 첫 동메달의 위업을 달성한 홍 감독은 지난 7월 대표팀 감독에 취임하면서 내년 브라질월드컵을 지휘하게 됐다. 일찍부터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십으로 차기 대표팀 감독 물망에 올랐던 그였다. 홍 감독 역시 은퇴 후 축구 행정가를 꿈꿨다. 지금 지도자의 길을 걷고 있지만, 주변에서는 결국 자신의 꿈처럼 행정가의 길을 걸을 것이란 전망을 하고 있다. 이런 점이 그를 차세대 리더로 주목받게 하는 듯하다. 홍 감독은 스포츠 분야 전문가들로부터 41.0%라는 압도적 지목률을 받으며 후배인 김연아·류현진을 제쳤다.

전체 순위 2~5위를 스포츠인이 싹쓸이한 것이 눈에 띈다. 6위에 오른 봉준호 영화감독 또한 할리우드 진출을 통해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인물로 성장했다는 점에서 앞 순위 인물들과 더불어 한국의 ‘Young Global Leader’로 불릴 만하다. 봉 감독은 영화 <살인의 추억> <괴물> 등으로 주목받은 이후, 올해 <설국열차>를 통해 할리우드까지 접수했다. 이 영화에는 할리우드 스타인 크리스 에번스, 틸다 스윈턴, 에드 해리스 등이 출연해 화제가 됐는데, 이들은 모두 “봉준호 감독의 팬이며, 봉준호 감독이어서 믿고 출연했다”고 밝혀 봉 감독의 세계적 위상을 엿보게 했다.

류현진과 더불어 또 한 명의 메이저리거인 추신수 선수도 2.5%의 지목률로 공동 9위에 올랐다. 이로써 차세대 리더 전체 10위권 내 인물 중 스포츠와 영화 분야 인물만 6명이 된다. 이들의 공통점은 저마다 세계 무대 한가운데서 맹활약하며 ‘코리아’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는 점이다. 차세대 리더, 차세대 영향력을 평가하는 전문가들의 시선이 국내보다는 세계 무대로 확장되고 있음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안희정·원희룡 등 정치인, 전체 순위에서 밀려

당연히 정치인들이 리더 순위의 상위권을 차지할 것이란 전망은, 최소한 차세대 리더 조사에서는 보기 좋게 빗나갔다. 정치인 가운데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한 인물은 정치 분야 1위에 오른 안희정 충남도지사다. 지목률 3.6%로 전체 7위에 올랐다. 노년층 인구가 밀집해 있는 등 보수적인 지역으로 꼽히는 충남에 40대의 젊은 나이에 뛰어들어 표밭을 일구고, 지금 다시 연임을 노리는 안 지사는 대중 흡입력과 소통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충남도지사를 넘어 ‘차기 대권’의 야망도 숨기지 않는 안 지사의 미래 경쟁력을 전문가들이 높게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

안 지사와 더불어 8위에 오른 원희룡 전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 의원과 공동 9위에 오른 남경필 새누리당 의원도 한때 ‘40대 기수론’을 내건 정치권의 우량주다. 원 전 의원은 44세 때인 2007년 대권 도전을 선언하고 당시 이명박·박근혜 후보 등과 더불어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섰을 정도로 여권의 차세대 리더로 자리매김했다. <시사저널>의 차세대 리더 조사 정치 분야에서 지난 2008~10년 3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2011년 한나라당 대표 경선 패배와 지난해 총선 불출마 등으로 다소 주춤한 상태다. 지난해 5월 영국 유학길에 올랐다가 최근 다시 귀국한 원 전 의원은 새로운 입지 모색을 노리고 있다.

지난해 차세대 리더 여권 정치 분야에서 처음 1위에 등극했던 남경필 의원은 2.5%의 지목률로 전체 공동 9위에 올랐다. 40대의 나이에도 5선의 관록을 자랑하지만, 그에게는 늘 ‘쇄신 소장파’의 이미지가 따라다닌다. 남 의원은 지난해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향후 대권 도전의 꿈을 숨기지 않았다. 동지이자 라이벌인 원 전 의원과 더불어 여권에서 가장 잠재력 있는 차세대 대권 주자로 꼽히고 있다.

20위권에 진입한 인물들을 보면, 각 분야에서 가장 주목받는 이들이 올라 있다. 정치 분야에서는 내년 서울시장 출마설이 나오는 홍정욱 전 한나라당 의원이 15위(1.6%), 여당의 ‘젊은 피’ 이준석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이 공동 18위(1.4%), 진보 진영의 대표 정치인으로 꼽히는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가 공동 20위(1.3%)에 각각 올라 있다. 스포츠 분야 인물로는 세계적 기량의 리듬체조선수로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손연재가 11위(2.3%), 원조 메이저리거인 박찬호 전 한화 이글스 선수가 공동 16위(1.5%)다.

엔터테인먼트 분야 인물로는 방송인 유재석이 12위(2.2%), 월드 스타로 각광받는 가수 싸이가 13위(1.8%)에 이름을 올렸다. 연예기획사 YG엔터테인먼트 대표로 세계 무대에서 한류 붐을 주도하고 있는 양현석씨가 14위(1.7%)를 차지한 것도 눈길을 끈다. 과학 분야에서 차세대 리더로 독보적 위치를 점하고 있는 김빛내리 서울대 교수가 공동 16위(1.5%)에 오른 것도 역시 주목할 만하다. 기업 인물로는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공동 18위(1.4%),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이사가 공동 20위(1.3%)에 이름을 올렸고, 법조 분야 인물로 조국 서울대 교수 역시 공동 20위에 함께했다.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해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대중이 인식하는 리더와 리더십의 개념에는 이미 변화가 왔다. 과거 권위주의 시대처럼 정치권력에서만 리더십을 찾던 것과 달리, 스포츠·엔터테인먼트 등 문화적이고 감성적인 리더십을 요구하고 있다”며 “그런 면에서 정치인이나 시민사회 인물들이 뒤로 밀린 것은 새로운 리더십의 변화를 보여주는 현상이라고 본다. 하지만 아직 우리 사회가 양극화 문제, 청년 실업 등 여러 사회문제를 많이 안고 있다는 점에서 그런 사회적 이슈와 어젠다를 주도하는 젊고 역동적인 리더십이 부재하다는 현주소도 잘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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