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홍삼, 힘 못 쓰고 버려지나
  • 조현주 기자 (cho@sisapress.com)
  • 승인 2013.11.20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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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삼공사와 상표권 소송…법원 “한삼인 제품 전량 폐기하라”

국내 홍삼 시장이 제품 상표권 분쟁으로 내홍을 겪고 있다. KGC인삼공사가 독점하다시피 한 홍삼 시장에 농협이 뛰어들면서 생긴 일이다. 성장세를 이어오던 홍삼 시장이 최근 들어 경기 침체와 소비 위축 등으로 직격탄을 맞게 되면서 관련 업체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지난해 1, 2위 업체가 상표 및 디자인 침해 문제를 두고 소송전을 벌이면서 경쟁은 극에 달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한국의 홍삼 시장 규모는 1조3000억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인삼공사가 약 70%를 차지하고, 농협 자회사인 농협 한삼인이 5%로 두 회사가 전체 시장의 4분의 3을 점유하고 있다. 천지양·동원F&B·CJ제일제당 등이 나머지를 놓고 각축을 벌이는 모양새다.

11월14일 한 대형마트의 홍삼 코너에서 농협 한삼인과 KGC인삼공사의 홍삼 제품이 판매되고 있다. ⓒ 시사저널 이종현
꾸준히 성장해오던 홍삼 시장에도 경기 침체의 한파가 몰아쳤다.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는 인삼공사는 2012년 매출이 8319억원으로 2011년보다 11.5% 감소했다. 농협 한삼인은 지난해 매출액이 620억원으로 2011년보다 60억원 증가했으나, 113억원의 손실을 내 4년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 농협 한삼인은 홍삼 제품이 전량 폐기될 위기에 처했다. 제품 상표권을 두고 인삼공사와 갈등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인삼공사는 2012년 7월 농협 한삼인이 자사 상표권(홍력·홍삼정G클래스) 및 디자인(홍삼정G클래스)을 침해했다며 5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지난 9월 법원은 인삼공사의 손을 들어주었다.

대전지법 제14형사부는 8월29일 인삼공사가 농협 한삼인을 상대로 제기한 상표 사용 금지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농협 한삼인 제품들의 표장을 홍삼 제품에 사용해선 안 될 뿐만 아니라 제조와 판매, 인터넷 홈페이지에서의 사용도 금지했다. 또 상표와 디자인을 침해한 한삼인의 모든 상품을 폐기하는 한편 인삼공사에 5억원을 물어주라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에 따라 농협 한삼인은 주력 상품의 제조와 생산뿐만 아니라 보관 중인 제품까지 전량 폐기해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됐다. 한삼인의 홍력진·홍력단M/F·홍력원 모닝/나이트 등은 상표 사용 금지 및 폐기 처분을, 홍삼정 프리미엄G는 상표 사용 및 디자인 사용 금지 및 폐기 처분을 각각 받았다. 법원은 또 한삼인이 5억원을 손해배상하고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이자를 인삼공사에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법원 판결 이후 한삼인은 즉각 관련 제품 생산을 중지하는 한편 법원으로부터 ‘강제집행정지 결정’을 받아냈다. 지난 9월6일 농협 한삼인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심을 제기했고, 11월8일 1차 변론에 들어간 상태다.

1심 판결에 대해 농협 측 관계자는 “1심 판결로 인해 현재 크게 문제가 될 부분은 없다. 홍삼정 프리미엄G는 제품 뚜껑 디자인 도용 등의 문제가 불거져서 이미 교체한 상태다. 또 홍력은 재고가 없고 현재 출고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삼공사 측이 홍력의 매출을 과다하게 측정해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소송을 통해 바로잡겠다”고 밝혔다.

농협 한삼인, 적자 누적으로 위기 맞아

농협 한삼인의 시련은 이뿐만이 아니다. 극심한 적자 누적으로 인해 사업 철수 압력까지 받고 있다. 현재 한삼인의 부채는 총 1142억원으로 이미 328억원대의 자본을 잠식한 상태다. 매출 부진으로 924억원대의 원료가 재고 자산으로 남아 있는 상황이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김우남 민주당 의원은 10월18일 농협중앙회 국정감사에서 “모회사인 농협경제지주는 지난 8월 682억원의 추가 출자 계획을 결정했으나 여유 자금이 없어 농협중앙회에 자금 지원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추가 출자에 대해 면밀히 분석해 회생 가능성이 없다면 사업을 정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농협 한삼인은 인삼 농가의 소득을 높이고 국내 인삼 산업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농협중앙회가 100% 출자해 2002년 설립했다. 농협 사업구조 개편으로 지난해 3월부터 농협경제지주 자회사가 됐다. 농협 한삼인은 지난 8월1일 창립 11주년을 맞이했지만 지금은 농협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홍삼 제품 상표권 관련 항소심 결과는 내년 초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그사이 한삼인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주목된다.


ⓒ 농협은행
NH농협은행(농협은행)이 미국 메이저리그 LA 다저스 소속의 류현진 선수를 광고 모델로 영입했다. 지난 11월5일 농협은행은 류 선수와 광고 모델 계약을 맺고 12월부터 새 광고를 선보이기로 했다. 계약금은 2년간 약 18억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올해 류 선수는 14승8패, 방어율 3.00을 기록하며 큰 활약을 펼쳐 여러 기업에서 러브콜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농협은행과 류 선수가 협의하기 직전 여러 회사가 류 선수 측에 접근한 것으로 안다”며 “농협이 처음에는 10억원의 계약금을 제시했는데 이후 뛰어든 KB금융지주 측에서 이보다 훨씬 많은 20억원대의 계약금을 제시했다. 나중에 농협이 계약금을 더 높여 18억원대로 조율한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류 선수가 농협은행과 계약한 데는 ‘농협 한삼인’이 상당한 역할을 했다. 그는 “류 선수의 아버지가 평소 농협 한삼인 제품의 광팬이라고 한다. 류 선수뿐만 아니라 류 선수의 아버지에게 홍삼 제품을 평생 제공하는 조건으로 어렵사리 계약을 맺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농협 관계자는 “처음 (류 선수에게) 10억원의 계약금을 제시한 것은 맞다. 하지만 한삼인 제품을 평생 제공하겠다고 한 것은 와전된 이야기”라고 말했다. 그는 “류 선수의 아버지가 농협의 오랜 고객이어서 한삼인에 대해서도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었기 때문에 계약에 도움이 된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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