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품을 때 섬과 섬 사이를 오갈 수 있다
  • 정락인 기자·김민신 인턴기자 ()
  • 승인 2013.11.20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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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집 <마음에서 마음으로> 낸 이외수

“감성의 궁극은 사랑에 있고, 사랑은 반대말을 허용하지 않는다. 감성의 절대는 있어도 반대는 없다. (중략) 가령, 감성은 ‘석탄의 반대말은 뭐지?’라고 궁금해하고 ‘목화’를 찾아낸다. 감성이 찾아낸 ‘총’의 반대말은 ‘꽃’이다.”

예컨대 소설가 이외수의 ‘감성마을’은 그러한 감성을 회복하기 위한 공간이다. 그가 살고 있는 강원도 화천 ‘감성마을’은 도시의 언어를 떠나 자연으로부터 감성을 치유받고 회복하는 곳이다. 그에 따르면 예술이란 이성이나 논리 대신 감성과 직관으로 이뤄져야 한다.

이 작가의 신간 <마음에서 마음으로>는 하창수 작가와 80여 시간 동안 나눈 대담을 엮었다. 대담집의 항목은 크게 예술, 인생, 세상, 우주로 나뉜다. 네 가지 주제로 들여다본 그의 세계는 심오하면서도 유쾌하다. 그 방대한 지식과 깨달음을 읽고 있자면, 하 작가가 이외수의 내면을 가장 깊숙이 들여다봤다고 자부할 만하다.

이외수 작가는 1972년 강원일보 신춘문예에서 <견습어린이들>로 당선된 후 소설·산문·시집 등 다양한 문학의 스펙트럼을 보여줬다. 40년 넘게 작가의 길을 이어온 비결에 대해 그는 ‘기운생동(기품과 생생함이 넘치는 느낌)’이라고 강조한다.

ⓒ 시사저널 임준선
인생은 인간다운 삶을 위한 비포장도로

대담집에서 그는 “한 편의 소설에는 물질적 요소도 있고, 피도 흐르고, 온기도 있고, 정신과 영혼도 있다”고 주장한다. 이것이 곧 작가의 정신적 에너지이며, 영적 에너지라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그는 작가가 갖고 있어야 할 가장 중요한 것으로 ‘생명력이 깃든 단어’를 강조한다. 생명력을 가진 단어가 기본 입자가 돼 문장을 구성한다는 얘기다. 그래서 그는 문장들이 모여 글 한 편이 완성될 때까지 끊임없이 고친다.

이렇게 많은 에너지를 쏟으면서도 그는 만족하는 법이 없다. 발표작 가운데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 무엇이냐는 하 작가의 질문에 이 작가는 “없다”고 단언한다. 40년 넘도록 글을 썼는데 이제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든 적은 없을까. 이번에도 그는 “없다”고 했다. 다시 태어나도 글을 쓰겠다는 이 작가에게서 ‘기운생동’의 힘이 느껴진다.

이외수 작가의 다난했던 어린 시절은 익히 알려져 있다. 두 살 때 어머니를 여의고 할머니 등에 업혀 동냥젖을 먹고 자랐다. 여섯 살 즈음엔 직접 마을을 돌아다니며 동냥을 했다. 청년이 돼서도 배고픈 생활은 달라지지 않았다. 라면 한 개로 일주일을 버틴 적도 있었다. 20원을 꿔서 산 양파 한 가마니를 삶아 밥처럼 먹기도 했다. 그래서 “20대로 돌아가면 어떤 일을 하고 싶으세요?”라고 물으면 그는 늘 “안 돌아가고 싶다”고 말한다. 이 작가에게 젊음이란 하루하루를 겨우 연명하는 지독한 시간이었다. 이때의 경험은 그의 저서 <들개> <겨울나기> 등에 잘 나타나 있다.

죽고 싶었던 적은 있지만 태어나지 않았으면 좋았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그래서일까. 그는 인생이 편하고 행복한 사람에게 굳이 자신의 책을 권하지 않는다. 이 작가가 소망하는 독자의 반응은 “재미있다”가 아닌 “힘이 난다”다. 이 작가는 자신의 삶이 배인 글이 지금 힘든 사람들을 치유해주길 바란다. <감성사전>에서도 말했듯 “인생은 인간답게 살기 위해 끊임없이 나아가는 비포장도로”다.

독자를 사랑했던 작가로 남고파

현재 이 작가의 트위터 팔로워는 160만명이 넘는다. 가히 ‘트위터 대통령’이란 별명이 붙을 만하다. 트위터·페이스북 등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통해 종종 그에게 고민을 하소연하는 사람도 있다. 이런 이들을 위해 일찍이 이 작가는 ‘존버정신’을 얘기했다. ‘존XX 버티자’의 약어다. 직설적이지만, 가난했던 시절을 문학을 향한 의지 하나로 버텨온 이 작가다운 말이다.

대담집에선 다른 방법을 제시한다. 마음의 고통을 앓는 사람들에게 무엇이 필요하냐는 하 작가의 질문에 이 작가는 아기나 꽃을 들여다보기를 권한다. 아기와 꽃을 보며 일그러진 ‘아상(我相)’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마음으로 아름다움을 느낄 때 진정한 나를 되찾는다. 머리로 생각하려는 순간 ‘도로 아미타불’이다.

대담집 전부를 통틀어 이 작가가 가장 최고로 여기는 가치는 ‘사랑’이다. 그에 따르면 모든 사람은 하나의 섬이다. 섬과 섬 사이를 오갈 수 있는 것은 가슴속에 사랑을 품을 때다. 동냥을 다니던 어린 시절에도 그의 배를 곯지 않게 해준 것은 사람들의 선의였다. 나를 위한 오늘보다 남을 위한 내일이 되길 바란다는 이외수. 후세에 어떤 작가로 기억되고 싶으냐는 질문에 “독자를 사랑했던 작가”라고 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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