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박지만 "정윤회가 날 미행했다"
  • 김지영 팀장·안성모·조해수 기자 (young@sisapress.com)
  • 승인 2014.03.22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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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의 남동생 박지만 EG 회장이 지난해 말 미행을 당했다. 미행을 사주한 사람은 박근혜 대통령의 오랜 측근인 정윤회씨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이에 대한 내사를 진행할 때 담당 직원이 석연치 않은 사유로 인사 조치됐다. ‘박지만 미행 사건’에 대한 내사도 중단됐다. 여권 내부의 은밀한 권력 암투를 단독 보도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남동생인 박지만 EG 회장이 지난해 말 정체불명의 사내로부터 한 달 이상 미행을 당했던 것으로 드러나 큰 파문이 예상된다. ‘정체불명의 사내’에게 박 회장 미행을 지시한 사람은 정윤회씨. 정씨는 박 대통령의 오랜 측근이다. 정씨는 박 대통령과 가까웠던 것으로 알려진 고 최태민 목사의 사위다. 정씨의 부인은 최 목사의 딸 최순실씨. 박 대통령이 1980~90년대 야인 생활을 할 때도 집안끼리 자주 왕래하며 가깝게 지냈다.

 

정씨는 박 대통령이 1998년 보궐선거로 정계에 입문할 때부터 비서실장으로 불렸고 2002년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을 탈당해 한국미래연합을 창당했을 때도 총재 비서실장을 맡았다. 그러다 박 대통령이 2004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에 복당한 이후에는 공식 석상에서 자취를 감췄다. 이때부터 여권 내에서는 ‘베일에 가려진 실세’로 불렸다. 물론 박지만 회장과 정씨도 과거에는 가깝게 지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박지만-정윤회 두 사람 사이가 멀어졌다. 현재는 전화 연락조차 하지 않는 매우 소원한 관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먼저 ‘박지만 미행 사건’부터 들여다보자. 시사저널 취재진은 최근 이 사건에 대해 비교적 소상히 알고 있는 복수의 여권 관계자를 만났다. 이 관계자들이 전한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박지만 회장은 지난해 11월 수상한 오토바이 한 대가 자신의 승용차를 미행하고 있다는 낌새를 알아차렸다. 그로부터 한 달 후인 12월 어느 날, 박 회장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승용차로 퇴근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날도 수상한 오토바이가 자신을 따라붙었다. 한 달 전쯤부터 자신을 미행했던 동일한 오토바이였다.

 

이에 박 회장은 자신의 자택으로 접어드는 골목길에 차를 세운 채 서둘러 자신의 운전기사를 퇴근시켰다. 아니나 다를까. 오토바이가 그 골목길로 들어왔다. 박 회장은 오토바이 운전기사를 그 자리에서 붙잡았다. 그리고 ‘왜 나를 미행하느냐’고 추궁했다.

 

박 회장은 이 오토바이 기사로부터 자술서 여러 장을 받아냈다. 누구의 지시로, 언제부터 자신을 미행했는지 등이 자술서에 자세히 적혔다. 오토바이 기사는 자술서에 ‘정윤회씨의 지시로 미행하게 됐다’고 실토했다. 박 회장은 이후 자신의 지인들과의 사석에서 당시 사건을 전하며 상당히 분노했다. 사석에서 박 회장은 자신을 미행했던 오토바이 기사를 ‘정윤회의 사주를 받은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박 회장이 정씨에겐 항의하지 않았다. 그 대신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경거망동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이에 김 실장은 ‘그럴 리가 없다’고 해명했다.

 

“박지만, 김기춘에게 ‘경거망동하지 마라’ 경고”


그래도 분노가 가시지 않았던 박 회장은 청와대 민정수석실 간부 ㄱ씨에게 자신이 미행 당한 사실을 알렸다고 한다. 이에 민정수석실 ㄱ씨는 경찰에서 파견된 부하 직원 ㄴ씨에게 ‘박지만 미행 사건’에 대한 내사를 지시했다.

 

그런데 ㄴ씨가 이를 내사하던 중 무슨 영문인지 돌연 인사발령이 났다. ㄴ씨에게 대기발령이 떨어진 것이다. 진행되던 내사도 중단됐다. 이와 관련해 여권의 한 인사는 “박 회장 사건에 대한 내사가 진행되고 있을 때 ‘대통령 측근’이 민정수석실 ㄱ씨에게 전화를 걸어 ‘ㄴ씨를 (경찰로) 원대 복귀시키라’고 지시했던것으로 안다. 명분은 ㄴ씨가 인사청탁을 받는 등 문제가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ㄱ씨는 이를 거절했다. 그러자 ‘대통령 측근’은 ‘(김기춘) 비서실장님의 지시’라며 재차 ㄴ씨를 청와대에서 내보내라고 다그쳤다. 이에 ㄱ씨는 김기춘 실장에게 그런 지시를 내렸는지 물었다고 한다. 하지만 김기춘 실장은 ‘난 그런 지시를 내린 적이 없다’고 했다. ㄱ씨는 ㄴ씨를 인사 조치하지 않은 채 버텼다. 그러자 ‘대통령 측근’은 ㄱ씨에게 ‘대통령의 뜻이니 ㄴ씨를 내보내라’고 다시 지시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결국 ㄴ씨는 청와대를 나올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실제로 대통령이 그런 지시를 내렸는지는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ㄴ씨를 인사 조치하라”고 지시했던 ‘대통령 측근’은 누구일까. 이에 대해 여권 인사는 그가 누구인지 실명을 밝히진 않았다. 다만 “ㄴ씨를 청와대에서 내보내라고 지시한 ‘대통령의 측근’은 정윤회씨와도 오래전부터 가까운 사이다”라고만 언급했다. 이 인사는 “ㄴ씨가 박 회장 미행 사건에 대해 내사를 벌이자 이를 중단시키기 위해 ㄴ씨를 인사 조치했던 것으로 보인다. 내사를 통해 자칫 정씨가 곤경에 처할 수도 있다고 판단한 ‘대통령 측근’이 내사를 중단시켰던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사정기관의 한 관계자는 “ㄴ씨는 지난 정권에서도 청와대 민정실에서 근무한 적이 있다. 경찰 내에선 수사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청와대 근무 후에 안전행정부장관실로 파견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런데 대기발령인사가 나는 것을 보고 굉장히 의아해했다”고 말했다.

 

ㄴ씨는 지난 2월 말 대기발령 상태로 청와대를 나왔다. 현재는 서울의 일선 경찰서에서 근무하고 있다. 본지 취재진은 3월에 ㄴ씨를 두 차례 만났다. 그는 ‘정윤회의 박지만 미행 사건 내사 여부’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정씨 사건에 대해서는 금시초문이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인사 조치와 관련해서는 “나는 주로 기획수사나 사정 일을 해왔다”며 인사와 관련해서는 극도로 말을 아끼는 모습이었다(상자기사 참조).

 

정윤회씨

‘박지만-정윤회’ 세력의 권력 암투 연장선

 

‘공식적으로’ 대통령 친인척은 청와대 민정수석실 공직기강팀에서 관리하고 있다. 그런데 정씨가 무슨 명분과 권한으로 대통령 동생에 대한 미행을 사주했는지 의문이다. 박 회장은 최근 한 사석에서 이 부분에 대해서도 강한 분노를 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은 “(친인척을 관리하는) 민정수석실이라면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엉뚱하게…”라며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내가 엄청 화가 났다”고 상당히 분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건과 관련된 물음표는 여럿이다. 정씨는 왜, 언제부터 박 회장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했던 것일까. ‘오토바이 미행자’로부터 수집한 박 회장 동향 등의 정보를 어떻게 활용했던 것일까. 이와 관련해 여권의 또 다른 인사는 “정씨가 박 회장의 약점을 잡으려고 했던 것 같다”며 “그렇게 수집된 박 회장 약점이나 동향을 다른 사람에게 보고했을 가능성이 커보인다”고 말했다.

 

이 대목에서 정씨가 자신과 가까운 박 대통령이나 박 대통령의 ‘비서진 3인방’인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 정호성 제1부속실장, 안봉근 제2부속실장 등에게 박회장 동향 등을 전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여권 내에선 ‘정윤회 및 비서진 3인방’과 박지만 회장이 갈등을 빚으면서 서로 대척점에서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마디로 여권 내에서 권력 암투가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청와대 인사와 관련해 비서진 3인방이 박지만 회장 측 인사들을 강하게 견제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여권의 또 다른 인사는 “지난해 현 정부가 출범할 당시 박 회장과 가까운 사람들이 청와대 직원으로 임명되는 것을 비서진 3인방이 막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런 이유 등으로 박 회장뿐 아니라 박 회장과 가까운 사람들의 불만이 적지 않다. 박 회장 쪽과 정윤회씨를 비롯한 비서진 3인방 쪽의 갈등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박지만 미행 사건’이 ‘박지만-정윤회’ 세력 간 권력 암투의 연장선에서 벌어진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본지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박지만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3월20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EG서울센터를 찾아갔다. 건물 5층에 위치한 EG서울센터에 기자 신분을 밝히고 박 회장 면담을 요청하자 박 회장의 여비서가 나와 공문을 보내줄 것을 요구했다. 취재 내용이 민감하기 때문에 박 회장을 직접 만나기를 요청했으나 이 역시 거절당했다.

 

 

정윤회씨가 소유하고 있는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미승빌딩.ⓒ시사저널 임준선

 


정윤회 “미행시킨 적 없다”


다음 날인 3월21일 오전 EG 측에 취재 내용을 설명하고 답변을 요청하자 “(박 회장에게)보고하고 연락하겠다”고 했다. 같은 날 오후 다시 EG 측에 전화연락을 하니 “회사와 관계되지 않는 (박 회장) 개인적인 일과 관련해서는 언론에 일절 대응하지 않고 있다”라고만 답변했다. ‘본지가 밝힌 취재 내용이 박 회장에게 정확히 전달됐느냐’라는 질문에는 “(박 회장이) 보고받았는지 여부도 밝힐 수 없다”며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정윤회씨는 3월21일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미행 사건’에 대해 “금시초문이며 전혀 그런 적이 없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그러면서 그는 “내가 왜 박지만 회장을 미행하겠느냐. 그런 미행을 할 위치도 아니고 그럴 이유도 없다”고 말했다. (상자기사 참조)

 

이 사건과 관련해 본지는 청와대 관계자들의 입장을 듣고자 3월21일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경식 민정수석 등에게 여러 차례 전화를 걸었으나 모두 받지 않았다. 여러 차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냈음에도 아무런 회신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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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회장 미행시킬 정도로, 나 그렇게 겁 없는 사람 아니다"
정윤회씨 전화 인터뷰


시사저널은 박지만 EG 회장을 미행하도록 지시했던 정윤회씨의 입장을 듣기 위해 3월8일부터 다방면으로 접촉을 시도했다. 정씨가 소유한 서울 강남구 신사동 미승빌딩에도 두 차례 찾아가 방문 목적을 건물관리인 등에게 전했으나 이후 아무런 답변이 없었다.

 

또한 승마선수인 정씨 딸의 코치를 맡고 있는 신 아무개씨를 경기도 안성과 경북 상주 등에서 두 차례 만나 정씨와의 접촉을 시도했다. 하지만 신씨는 “(정씨를) 훈련장에서 자주 보기는 했지만 무슨 일을 하는 분인지는 모른다”고만 답했다. 3월21일 전화를 걸어 정씨와 연락이 되는지 다시 물었다. 신씨는 “연락을 할 입장이 아니다”고 했는데, 얼마 후 신씨가 전화를 걸어와 “무슨 일인지 얘기부터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이에 기자가 정씨와 연락할 방법이 없느냐고 재차 묻자 “잘 모른다”는 답변을 되풀이했다.

 

그런데 같은 날인 3월21일 오후 5시30분쯤, 정윤회씨가 본지 기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왔다. 정씨와는 30분 정도 통화했다. 그는 기자에게 “내가 누구를 미행시켰다, 어쨌다 하는 얘기가 있어서 (전화했다) 확인된 사항이냐”고 대뜸 물었다. 다음은 정씨와의 일문일답.

 

지난해 말 박지만 회장을 미행했다고 하던데. 박 회장이 미행한 사람을 붙잡았는데 (정윤회) 대표님이 시켜서 했다고 한다.


누군데? 나는 그런 일을 한 적도 없고 할 일도 없다. 내가 왜 박지만 회장을 미행하라고 시키나. 붙잡힌 사람이 누구인가. 그럼 경찰에서 3자 대면을 하든가. 나하고 아는 사람인지, 나하고 통화한 적이 있는 사람인지 따져보면 될 일인데. 나하고는 전혀 상관없다. 나는 그쪽 일 하고는 손 놓은 지 오래됐다. 박지만 회장을 미행시킬 일도 없고. 박지만 회장과는 그 이후로 만난 적도 없고 이해관계도 없다. 경찰 조사를 하면 다 나오는 것 아니냐.

 

청와대에서도 조사했다고 한다.


그거야 사실 확인을 하면 옳고 그른 것이 나오지 않겠나. 경찰이 나를 불러서 확인을 하거나 3자 대면을 하거나 하면 되는 일이다. 자꾸 ‘카더라’라는 얘기가 나와서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사람한테 피해를 주는 거다. 나를 씹는 사람이 세상에 한두 명이냐. 나를 생판 보지도 못한 사람이 나를 판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정확하게 확인해봐라. 박지만 회장 쪽에서 나한테 연락을 했겠지. ‘왜 그랬느냐’고. 나는 그런 연락 받아본 적도 없다. 내가 미행을 당하면 당했지 누구를 시키느냐.

 

여러 명에게 얘기를 들었다.


박지만 회장한테 직접 물어보든가. 박 회장이 잡았다고 한다면 경찰에 가서 조사를 받았을 것 아닌가. 나는 그런 것 할 줄 아는 사람도 아니고, 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도 아니고, 그런 일에 휘말려들고 싶은 마음도 없는 사람이다. 내가 연관돼 있다면 다시 연락해라.

(정씨와의 1차 통화가 이뤄진 후 불과 몇 분 후에 정씨에게서 다시 전화가 왔다. 그는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 그 친구가 그랬나?”라며 다시 말문을 열었다.)

 

대통령 보좌진(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 정호성 제1부속실장, 안봉근 제2부속실장 등)도 관련돼 있다는 얘기가 나왔다.


나는 보좌진들하고 전화통화도 안 했다. 대선 끝난 이후론 만난 적도 없다. 그 친구들도 나를 부담스럽게 느낄 거다. 내가 보좌진들하고 박지만 회장을 왜 미행시키느냐. 공상과학소설도 아니고. 박지만 회장이 뭐 잘못한 거 있느냐? 박지만 회장하고는 이해관계가 전혀 없다. 그런 걸 하려면 청와대, 검찰, 경찰 공식적인 데서 하는 거지. 나는 야인이다. 내가 그 친구들하고 어떻게 그걸 해 가지고 미행을 시키나. 내가 사법권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 야인으로 그냥 이러고 있다. 


보좌진들하고는 대선 끝나기 전에도 몇 년간 본 적이 없다. 만나지도 않고 일부러 연락도 안 하고…. 그건 사실이다. 내가 하도 기가 막혀서 내가 왜 이런 일에 휘말렸나 생각을 해보니까 박지만 회장 쪽에 ○○○씨라고 있는데… 그 양반도 본 지 7~8년 됐으니까. 그 친구 문제가 나한테 불똥이 튄 게 아닌가 해서 알려주는 거다. 박지만 회장을 미행 시킬 정도로 나 그렇게 겁 없는 사람 아니다. 대통령 동생을 미행시켰다는 게 말이 되는 소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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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고리 3인방이 박지만 경계하고 있다” 
‘박지만 미행 사건’ 내사 중 대기발령 된 것으로 알려진 ㄴ씨 인터뷰


시사저널은 지난 3월13일과 18일 서울 모처에서 ‘박지만 미행 사건’을 내사했던 것으로 알려진 ㄴ씨를 직접 만났다. 현직 경찰관인 ㄴ씨는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 민정수석실 공직 기강 내부감찰팀에서 근무하다 최근 파견이 해제됐다.


ㄴ씨는 경찰 내에서 ‘불독’으로 불릴 정도로 수사력을 인정받고 있다. 청와대 근무 이후 안전행정부장관실로 파견된다는 관측이 나돌기도 했다. 하지만 ㄴ씨는 청와대 파견이 해제된 후 한동안 대기발령 상태로 지냈고 최근에야 서울 일선 경찰서에 배속됐다. ㄴ씨는 취재진의 거듭된 질문에 어렵게 속내를 털어놨다.

 

정윤회씨가 박지만 EG 회장을 미행한 사실을 민정수석실 쪽에서도 조사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정씨 사건에 대해서는 금시초문이다. 그러나 이 일이 사실이라면 ‘큰일’이 아닐 수 없다. 만약 정씨가 박 회장을 미행했다면 VIP(박근혜 대통령)가 사전에 (이 사실을) 알고 있었을 경우와 몰랐을 경우 두 가지를 생각해볼 수 있다. 당연히 VIP는 몰랐을 것이다. (정씨의) 단독 행동일 것이다.

 

이번 사건을 직접 조사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이 때문에 인사상 불이익을 받은 것 아닌가.


(경찰) 조직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인사 부분에 설령 불만이 있더라도 그것을 시시콜콜 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다만) 나는 주로 기획수사나 사정(司正) 일을 해왔다.

 

청와대 내에서 이른바 ‘문고리 권력 3인방’(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 정호성 제1부속실장, 안봉근 제2부속실장)의 파워가 막강하다는 얘기들이 많다.


권력은 양쪽에 추가 연결된 막대와 같다. 한쪽으로 기울어져서는 안 된다. 그런데 현재 청와대에는 문고리를 견제할 수 있는 세력이 없다. 문고리들을 견제하는 것은 대통령 친인척이 해왔다. 예를 들어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는 육영수 여사가 비서진들을 한 번씩 불러서 대통령을 똑바로 보좌하라고 일침을 놓기도 했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은 영부인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그런 면에서 박지만 회장은 영부인과 맞먹는 위치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박지만 회장이 문고리를 견제해야만 한다. 그런데 문고리들이 박 회장을 무척 경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리는 것이다. 굉장히 중대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정윤회씨가 문고리 3인방 위에 있다는 얘기도 있다.


정윤회씨로 취재 방향을 잡았다면 잘 잡은 것이다. 민정에 있을 당시 박지만 회장에 대한 얘기는 전혀 듣지 못했다. 하지만 정윤회씨에 대한 얘기는 심심찮게 들었다. 정윤회씨가 문고리 3인방 중 이재만 총무비서관과 안봉근 제2부속실장을 통해 그림자 권력 행세를 한다고 들었다. 정호성 제1부속실장은 컨트롤이 안 된다고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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