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막장 드라마
  • 윤길주 편집국장 ()
  • 승인 2014.10.02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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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그것이었습니다. 자리 내놓으라는 것. 지난 5월부터 시작된 막장 드라마의 결말은 막장으로 끝나고 있습니다. 주인공 중 한 명이 투쟁 의지를 불태우고 있지만 끝까지 버티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회유와 협박이 통하지 않자 무시무시한 칼을 휘두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서부 활극? 아닙니다. 대한민국 1등 은행이라고 떠들어대는 KB금융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주인공은 KB금융지주 임영록 전 회장과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입니다. 총감독은 어둠 속 보이지 않는 손입니다.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수장들이 들러리를 섰습니다. 막장 드라마가 어떻게 구성됐는지 보겠습니다. 지난 4월 국민은행 이사회가 주전산기를 교체하기로 의결합니다. 임영록 회장의 뜻이 반영된 것입니다. 이에 반발해 이건호 행장이 감사팀에 감사를 지시합니다. 서열상 넘버3(금융지주 회장·사장 다음)가 반란을 일으킨 겁니다. 이즈음 들러리(금감원)가 끼어들어 두 사람에 대해 중징계를 사전 통보합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실제로는 경징계 결정을 내립니다. 갈등 봉합을 위해 KB금융 임직원들은 템플스테이를 떠납니다. 하지만 독방을 주니, 마니 하는 이유로 이건호 행장이 짐을 싸서 상경하는 해프닝이 벌어집니다. 금감원은 기존 결정을 뒤집고 두 사람을 중징계하고, 이 행장은 사퇴합니다. 임영록 회장은 “내가 무슨 잘못을 했느냐”며 버팁니다. 금융위원회는 이런 임 회장이 괘씸했던지 ‘직무정지 3개월’이란 강력한 징계 카드를 뽑아듭니다. 기다렸다는 듯 임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되고, 금감원은 KB금융에 감독관을 파견합니다. “이래도 안 나갈 거야?”라며 전 방위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겁니다.

 드라마에서 가장 쪼다 짓을 한 곳은 금융위와 금감원입니다. 외부 입김에 휘둘려 이랬다저랬다 갈팡질팡한 겁니다. 고위 관료를 지낸 한 인사는 사석에서 “신제윤(금융위원장)이나 최수현(금감원장)은 야도이(고용) 사장이야, 걔들이 무슨 힘이 있나. 시키는 대로 했겠지”라고 했습니다. 누가 시켰느냐고 묻자 그는 “빤하잖아, 저쪽 큰집이지”라고 하더군요. 큰집이 어디인지는 말을 안 해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자기도 현직에 있을 때 많이 겪은 일이라고 했습니다. 황영기 전 KB금융지주 회장도 KB금융 사태와 관련해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물러나라는 것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밝혔습니다.

 

KB금융은 낙하산을 임명할 때부터 단추가 잘못 끼워졌습니다. 감독 당국은 권력의 눈치를 보다 화를 키웠습니다. 스스로 권위를 떨어뜨리며 체면을 구겼습니다. 이들을 움직인 보이지 않는 손은 주식 한 주도 갖고 있지 않으면서 KB금융을 전리품쯤으로 여겼습니다. 그 사이 KB금융은 만신창이가 됐습니다. 주가는 곤두박질치고 이미지는 나빠졌습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고객과 주주들이 떠안고 있습니다. 조만간 KB금융지주 회장과 국민은행장이 뽑힐 것입니다. 이번에도 어딘가에서 낙하산을 타고 내려올지 지켜봐야겠습니다. 또다시 막후에서 분탕질을 한다면 KB금융의 미래는 없습니다. 금융 감독 당국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합니다. 이번 사태에서 드러났듯 감독기관이 금융 산업 발전의 훼방꾼은 아닌지 의심됩니다. 누군가의 시녀 노릇이나 하려면 차라리 아무 일 하지 말고 가만히 있는 게 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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