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어깨에 다저스 우승 달렸다
  • 박동희│스포츠춘추 기자 ()
  • 승인 2014.10.06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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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전문가들, 워싱턴 내셔널스 최강 꼽아

‘가을 고전(古典)’의 막이 올랐다. 미국 메이저리그(MLB) 포스트시즌을 뜻하는 말이다. 6개월의 대장정을 마친 MLB는 10월1일(이하 한국 시각)부터 포스트시즌에 들어갔다.

‘가을의 고전’에 초대된 팀은 내셔널리그(NL)와 아메리칸리그(AL)를 합쳐 총 10개 팀으로 이 가운데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와 피츠버그 파이어리츠는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패해 내년 시즌을 기약하게 됐다.

이제 남은 건 8개 팀. 과연 가을의 전설로 기억될 월드시리즈 챔피언은 어느 팀 차지가 될까. 국내 야구팬으로부터 ‘국민 팀’으로 불리는 류현진의 소속 구단 LA 다저스는 26년 만에 대권을 탈환할 수 있을까. 다저스를 중심으로 2014 MLB 포스트시즌을 전망해봤다.

9월12일 류현진이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를 상대로 역투하고 있다. ⓒ AP 연합
MLB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흥미로운 전문가 투표 결과가 발표됐다.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ESPN이 전문가 패널 70명의 투표를 통해 올해 포스트시즌 판도를 전망한 결과였다. 투표 결과 70명의 전문가들은 NL 챔피언으로 워싱턴 내셔널스(39표), AL 챔피언으론 LA 에인절스(26표)를 꼽았다. 그리고 최종 월드시리즈 챔피언으론 37명이 워싱턴의 손을 들었다.

26년 만에 대권을 꿈꾸는 다저스가 월드시리즈에 진출하려면 우선 NL 챔피언이 돼야 한다. 그러려면 NL 라이벌 팀들을 제압해야 한다. NL 포스트시즌은 LA 다저스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워싱턴 내셔널스의 디비전시리즈로 진행된다. 5전 3선승제로 열리는 디비전시리즈에서 승리한 두 팀은 7전 4선승제의 NL 챔피언십시리즈에서 만나는데 여기서 승리한 팀이 NL 챔피언 자격으로 월드시리즈에 진출한다.

그런 의미에서 디비전시리즈는 대권을 향한 첫 번째 관문인 셈이다. 국내 팬의 절대적 지지를 받는 다저스는 시즌 전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다. 클레이튼 커쇼, 잭 그레인키, 류현진으로 구성된 선발진이 뛰어난 데다 야시엘 푸이그, 에드리안 곤잘레스, 맷 캠프 등이 지키는 타선도 리그 수준급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다저스는 큰 부침 없이 시즌 내내 좋은 성적을 거두며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NL 서부 지구 1위에 올랐다.

이는 세인트루이스도 마찬가지다. 올 시즌 세인트루이스는 다저스처럼 애덤 웨인라이트, 랜스 린, 존 래키 등으로 구성된 탄탄한 선발진과 끈끈한 조직력 야구를 바탕으로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밀워키 브루어스의 집중 견제를 뚫고 2년 연속 NL 중부 지구 1위를 차지했다.

9월24일 다저스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를 9-1로 이겨 내셔널리그 서부 지구 우승을 확정했다. 경기가 끝난 후 류현진이 포수 A.J.엘리스에게 축하 샴페인 세례를 하고 있다. ⓒ AP 연합
다저스 우승하면 26년 만의 경사

현지 전문가들은 “타선의 폭발력은 다저스, 짜임새는 세인트루이스가 한 수 위”라며 투수진 역시 “선발은 다저스, 불펜은 세인트루이스가 낫다”고 분석한다. 한마디로 팽팽한 접전이 예상된다는 뜻이다.

두 팀은 올 시즌 7번 맞붙었다. 결과는 4승 3패로 다저스 우위. 하지만 역대 포스트시즌에선 세인트루이스가 3승 1패로 절대적 우위였다. 특히나 지난해 챔피언십시리즈에서 세인트루이스는 다저스를 4승 2패로 누르고 월드시리즈에 진출했다.

다저스가 세인트루이스와의 디비전시리즈 관문을 뚫는다면 다음 상대는 워싱턴과 샌프란시스코의 승자다. 미국 현지에서는 워싱턴의 압승을 예상하는 분위기다. 그도 그럴 게 올 시즌 워싱턴은 96승 66패로 전체 메이저리그 30개 팀 가운데 AL 볼티모어와 함께 가장 많은 승수를 거뒀다.

워싱턴의 최대 강점은 강력한 투수진이다. 올 시즌 워싱턴은 NL 팀 평균자책 1위(3.03)에 올랐다. 선발진 평균자책도 3.04로 가장 좋았다. 스티븐 스트라스버그와 조던 지머맨, 덕 피스터, 지오 곤잘레스로 이어지는 선발진은 전원 10승 이상, 평균자책 3.60 이하를 기록했다. 여기다 불펜진 평균자책 역시 3.00으로 2위를 차지했는데 라파엘 소리아노, 드루 스토렌, 크랙 스템멘, 타일러 클리파드 등 수준급 불펜투수들이 뒷문을 지키고 있다. 화력도 세다. 디나드 스팬, 앤서니 랜던, 제이슨 워스, 애덤 라로시, 이안 데스몬드, 브라이스 하퍼 등으로 짜인 타선은 기동력과 파워, 득점 결정력을 두루 갖췄다는 평을 받는다.

반면 샌프란시스코는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호투를 펼친 에이스 매디슨 범가너를 제외하면 확실한 2, 3 선발이 보이지 않는다는 게 단점이다. 타선도 그리 압도적인 느낌이 들지 않는다는 평가가 나온다.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워싱턴이 샌프란시스코를 누른다면 다저스는 워싱턴과 월드시리즈 진출을 놓고 혈전을 벌여야 한다. 올 시즌 상대 전적만 본다면 워싱턴이 다소 유리하다. 두 팀은 올 시즌 6번 맞대결해 4승 2패로 워싱턴이 앞섰다.

그래도 다저스가 믿는 구석이 있다면 커쇼다. 챔피언십시리즈 1선발이 확실한 커쇼는 올 시즌 워싱턴을 상대로 2승 무패 평균자책 0.60을 기록했다. 7차전 가운데 최소 2번은 커쇼가 선발 등판한다고 칠 때 다저스는 이 2경기에서 최대한 승수를 쌓아야 한다.

다저스가 NL 챔피언으로 월드시리즈에 진출한다면 1988년 이후 26년 만의 경사가 된다. 1988년 월드시리즈에서 다저스는 오클랜드를 꺾고 통산 6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다저스, 평상심 유지하면 우승 가능”

하지만 올 시즌 AL 전력이 만만치 않다는 게 걸림돌이다. AL 포스트시즌 진출 팀은 캔자스시티 로열스, LA 에인절스,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볼티모어 오리올스다. 이 가운데 캔자스시티는 최근 분위기가 가장 좋은 팀이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오클랜드를 연장 12회 접전 끝에 이기고 29년 만의 포스트 시즌 진출에 성공했다. 에이스 제임스 쉴즈가 버틴 선발진과 올 시즌 AL 불펜진 평균자책 5위(3.30)에 오른 특급 구원진이 강점이다.

에인절스 역시 막강 전력을 자랑한다. 특히나 에인절스는 ‘타력의 팀’으로 유명하다. 현역 최고 타자로 불리는 마이크 트라웃과 2000년대 최강 타자 앨버트 푸홀스, 여기에 조시 해밀턴과 데이빗 프리스가 버티고 있다. 그 덕분인지 에인절스는 올 시즌 773득점으로 아메리칸리그 팀 득점 1위에 올랐다. 팀 타율(0.259) 3위, 팀 홈런(155개) 4위, 팀 OPS(0.728) 4위에서 보듯 공격력은 캔자스시티를 압도한다. 일단 10월3일 열린 디비전시리즈에선 캔자스시티가 에인절스를 3-2로 눌렀다.

디트로이트와 볼티모어의 경기는 막강 타선의 맞대결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디트로이트는 푸홀스 이후 최고의 강타자로 꼽히는 미겔 카브레라가 팀 타선을 이끌고, 볼티모어에는 팀 홈런(211개) 1위 팀답게 넬슨 크루즈 등 강타자가 즐비하다. 양 팀 모두 원체 파워 넘치는 타선을 구축했기에 의외로 경기가 말리면 투수전 양상을 띨 전망이다. 10월3일의 디비전시리즈 1차전에서는 볼티모어가 디트로이트에 12-3 대승을 거뒀다.

국내 야구팬들의 최대 관심사는 다저스의 우승 가능성과 류현진의 호투 여부다. 올 시즌 다저스는 ML에서 선수단 연봉이 가장 높은 팀이다. 선수단 연봉 총액이 무려 2억3500만 달러(약 2527억원)나 된다. 지난해 뉴욕 양키스가 세운 종전 연봉 총액 최고액(2억3000만 달러)을 약 500만 달러나 초과했다.

당연히 다저스가 꿈꾸는 목표도 높다. 월드시리즈 우승이다. 미국 야구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다저스 선발진이 강하고 타선도 좋은 만큼 평상심만 유지한다면 우승도 가능할 것”이라며 다저스의 선전을 예상한다.

다저스는 커쇼·그레인키 두 사이영상 수상자로 원투 펀치를 꾸렸으나, 두 투수만으로 포스트시즌을 치를 순 없다. 최소 한 명이 더 필요하다. 미국 야구계는 대안으로 류현진을 꼽고 있다. 어깨 통증으로 시즌 종료를 앞두고 재활에 매달렸던 류현진은 세인트루이스와의 디비전시리즈 3차전에 선발 등판할 예정이다. 지난해 류현진은 세인트루이스와의 챔피언십시리즈 3차전에서 7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치며 포스트시즌 데뷔 첫승을 기록했다. ‘괴물’ 류현진이 이번 포스트시즌 무대에서도 2년 연속 호투를 펼치며 부활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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