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해철 죽음 원인 ‘그 의사’는 알고 있다
  • 노진섭 기자 (no@sisapress.com)
  • 승인 2014.11.17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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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과 스카이병원 측 팽팽히 맞선 3대 핵심 쟁점

고 신해철씨의 장 유착 박리 수술을 한 스카이병원의 강 아무개 원장과 신씨의 아내 윤 아무개씨의 주장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다. 시사저널은 위 축소 수술과 수술 중 천공 발생, 금식 지시 여부 등에서 팽팽히 맞서는 양측의 입장을 정리했다. 양측의 공방을 지켜보는 일반인들에게도 이는 첨예한 관심사다. 신씨의 죽음을 계기로, 그동안 ‘계란으로 바위 치기’ 격이라고 할  만큼 절대 약자에 불과했던 환자의 권익이 난공불락의 병원을 상대로 얼마나 지켜질 수 있을지에 이목이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현재 양측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최종 부검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국과수 부검 최종 결과가 분쟁의 분수령  

신씨의 수술을 진행했던 강 원장은 11월9일 오후 서울 송파경찰서에 출두했다. 자정이 넘을 때까지 9시간 이상 조사를 받았다. 그는 신씨의 유족이 주장한 ‘동의하지 않은 위 축소 수술’ ‘수술 중 천공 발생’ ‘금식 지시 여부’ 등 의료사고 가능성과 관련된 사안 모두에 대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전에 고인에게 설명하고 동의서를 받아 위벽을 강화하는 수술을 했다”고 주장했다. 송파경찰서 수사 담당자는 언론에 “위하고 소장이 유착됐는데 그 부분을 떼어내면서 약해지다 보니까 그 부위의 위를 접어서 봉합 수술을 했으며 그걸 자기는 위벽 강화를 위해서 시술을 한 것이지, 위 축소 수술을 한 것은 아니라고 했다”고 전했다.

11월9일 서울 송파경찰서에 출두한 서울스카이병원 강 아무개 원장. ⓒ연합뉴스 11월11일 고소인으로 경찰서에 출석한 고 신해철씨의 부인 윤 아무개씨. ⓒ뉴시스
소장에 발생한 천공에 대해 강 원장은 “수술로 생긴 것이 아니라 그 후에 발생했다”며 “어떤 이유로 천공이 생성됐는지는 모르겠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 측이 금식을 지시하지 않아 신씨가 음식을 먹었다는 유족의 주장에 대해 그는 “분명히 (금식을) 설명했고, 신씨도 2009·2012·2014년 등 세 차례의 입·퇴원을 반복하면서 확실히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강 원장이 경찰 조사를 받고 귀가한 다음 날인 11월11일, 신씨의 아내 윤씨는 경찰서에 고소인 신분으로 출석했다. 경찰은 4시간 동안 신씨가 퇴원하면서 금식 지시를 받았는지, 병원에서 퇴원한 후 고인의 상태가 어땠는지 등 당시 구체적인 상황과 관련한 조사를 벌였다. 윤씨는 자신이 보고 들은 바를 상세히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씨의 담당 변호사는 이날 조사에 대해 “고소인과 피고소인이 옳고 그름을 다투는 성격의 조사가 아니라, 고인의 아내가 겪고 전화로 통화한 내용을 순차적으로 질문하고 답변한 것”이라고 말했다.

윤씨는 경찰 조사를 마친 후 언론에 “우리 가족은 전문가의 식견과 양식을 존중하고 신뢰한다”며 “졸지간에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보낸 유족으로서 일반인의 상식선에서 생각할 수 있는 의문을 던졌을 뿐이고, 수술과 천공의 인과관계나 수술 후 환자 상태에 대해 조치가 적절했는지 여부 등 전문적인 부분은 국과수·의사협회·수사기관에서 객관적으로 적절히 판단해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씨는 “장 유착 박리 수술 당시 추가로 이뤄진 수술이 어떤 수술이었고 그에 대해 동의를 구했는지, 수술 후 환자 상태에 대한 원장의 판단은 어떠했는지에 대한 진실은 논란이 필요 없는, 원장 스스로가 가장 잘 알고 있는 바라고 생각한다”며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고 실수는 용서할 수 있지만, 이런 사실관계에 대해 혹시라도 거짓이 있다면 그것은 고인을 또 한 번 죽이는 행위이며 유족에게 큰 상처를 주는 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족 측은 이날 장 유착 수술 전후의 흉부 엑스선 사진을 공개했다. 수술받기 직전인 10월17일 찍은 사진에는 별다른 이상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수술 이틀 후인 19일 사진에는 심장 주변에 검은 줄과 덩어리가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수술 후 심장 주변에 비정상적인 공기가 발생한 것으로 판단한다. 심낭 천공을 의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윤씨의 변호인은 “전문 의료진에 자문한 결과 17일 수술 전 찍은 흉부 엑스선 사진에서는 천공이 없지만 수술 후 이틀이 지난 19일 사진에서는 심낭과 소장 쪽에 천공이 생긴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수술 후 심장 주위에 공기가 보였다면 즉시 천공을 의심하고 추가적인 검사를 하는 것이 합리적 판단이다. 게다가 환자는 가슴 통증을 여러 차례 호소했다. 의료진이 이 사진을 놓쳤다 해도 문제이고, 보고도 퇴원을 시켰다면 더욱 큰 과실이다. 신씨의 죽음을 두고 논란이 일었을 때, 대다수 의사는 문제가 있음을 직감했고, 국과수의 1차 부검 결과로 확인됐다.

그러나 엑스선 사진만으로는 천공 여부를 확인하기가 애매하다는 의견도 있다. 국과수는 경찰로부터 넘겨받은 엑스선 사진과 부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과를 내놓을 예정이다. 경찰은 강 원장과 윤씨 외에 스카이병원 간호사,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고인의 매니저 등을 조사한 내용과 병원을 압수수색해 확보한 의무기록 등을 검토 중이다. 국과수의 부검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사건과 관련한 관계자의 추가적인 소환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국과수의 최종 판단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신씨의 사망 의혹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의사협회 “공정한 의학적 소견 제시할 터”

대한의사협회는 ‘고 신해철씨 사망 관련 의료감정조사위원회’(가칭)를 구성하기로 했다. 전문가로서의 의견을 내놓겠다는 의미다. 의사협회는 11월13일 전문성을 기반으로 객관적이고 명확한 의학적 소견을 표명하겠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임상 경험과 전문성을 인정받는 전문가들로 구성되며, 법의학자가 참여할 예정이다.

한편 고인은 10월27일 오후 8시19분 서울아산병원에서 타계했다. 10월17일 스카이병원에서 장 유착 박리 수술을 받았던 고인은 수술 후 가슴 통증을 호소하며 10월21일 입원했지만 10월22일 심정지가 발생해 심폐소생술을 받았다. 이후 서울아산병원으로 후송돼 응급수술을 받았으나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채 6일 만에 세상을 떠났다.

유족은 10월30일 스카이병원의 수술과 치료에 의문을 품으며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할 뜻을 밝혔다. 이어 10월31일 서울 송파경찰서에 이 병원을 고소했다. 11월3일 부검에 들어간 국과수는 위 축소 수술 가능성과 심낭 천공이 발견됐으며 이는 의인성 손상일 가능성이 있다고 1차 소견을 내놓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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