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온라인 뉴스’ 예산 따내려 ‘꼼수’ 부렸나
  • 안성모 기자 (asm@sisapress.com)
  • 승인 2015.01.07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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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사무처 “네이버와 MOU”…2007년 다른 사안 밝혀져 논란 예상

국회가 온라인 뉴스 매체를 창간한다. 올해 하반기 오픈을 목표로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 편집장을 맡게 될 공무원(전문임기제 가급) 채용이 진행 중이다. 조만간 홈페이지 개설 작업과 함께 기사 송고 등 편집 시스템 개발에 들어갈 예정이다. 국회사무처 관계자는 “7월 개통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좀 더 늦어질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국회는 왜 온라인 뉴스 매체를 만들어 직접 운영까지 하려는 걸까. 국회사무처는 2014년 12월22일 낸 보도자료를 통해 해당 매체에 대해 “국회 관련 소식과 국회 내 다양한 의정 활동을 실시간으로 국민에게 알리는 역할을 하게 된다”고 밝혔다. 창간 배경을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이렇다.

‘국회의 역할과 기능이 커짐에 따라 국회에서 다양한 의제가 설정되고 논의되고 있으나 대다수 언론사는 국회에서 다루는 법안이나 정책 이슈에 대한 관심이 낮은 것이 사실이며 일반 국민이 국회의 DB(의안 정보 시스템, 국회 회의록 시스템 등)나 각종 자료집 등을 통해 이를 직접 파악하기가 역시 쉽지 않은 실정이다.’

국회사무처가 온라인 뉴스 매체 창간을 준비 중이다. 사진은 국회사무처 사무실이 있는 국회의사당 본관. 오른쪽은 국회사무처·국회입법조사처·국회도서관에서 발행하는 잡지. ⓒ 시사저널 이종현
국회, 온라인 뉴스 매체 왜 만드나

일반 언론사에서 법안이나 정책보다 정당이나 정쟁 중심으로 보도하고 있는 상황이라 국회사무처가 직접 나서 관련 내용을 알려야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런데 이런 얘기는 어제오늘 나온 게 아니다. 국회에 올라온 법안이나 정책 가운데 그 중요성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이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국회사무처에 따르면, 현재 국회 출입 언론사는 420여 개이고 출입 기자는 1500여 명이다. 단일 출입처로는 국내 최대 규모지만 각 언론사별 기자 수를 따지면 평균 4명에 못 미친다. 300명 가까이 되는 국회의원과 18개나 되는 국회 상임위원회 및 특별위원회 수를 감안하면 취재 영역이 너무 넓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국회사무처가 직접 그 내용을 국민에게 알리기 위해 국회 온라인 뉴스 매체를 만들겠다는 설명이다. 국회사무처 관계자는 “상임위 회의가 동시다발적으로 열리고 의원실·예산정책처 등에서 개최하는 세미나·토론회까지 겹치면 언론사가 이를 다 취재할 수 없다. 국회는 해를 거듭할수록 활동이 더 활발해지는데 언론의 시각은 변함없고 국민의 시각도 변동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2014년 11월12일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 예결산심사소위원회에서 나온 얘기는 좀 달랐다. 국회 온라인 뉴스 매체 창간에 따른 예산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나눈 대화 내용을 부문별로 요약하면 이렇다. 우선 매체 창간 배경이다.

구기성 수석전문위원 : 기존 미디어는 국회 및 정치 관련 기사를 정책보다는 정쟁 위주로 생산하고 있고, 국회의원 특권에 관한 무분별한 비난이나 국감 무용론 등과 같은 이슈에 대해서 국회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매체가 전무한 상태다.

이장우 위원(새누리당 의원) : 연금제도 개선 다 했는데도 인터넷상에서 보면 국민들은 아직도 국회의원들이 120만원씩 받는다며 ‘특권’ ‘특권’ 한다. 국회가 갖고 있는 기본적인 여러 가지 기능들이 인터넷상에서 너무 왜곡돼 있는데 국회가 이런 문제를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된다.

당시 회의에서 나온 발언만 놓고 본다면 국회의원 연금 등 국회에 대한 비난 여론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국회 온라인 뉴스를 창간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을 수 있다. 구 수석전문위원은 “정책 국회의 이미지를 공고히 하는 한편 국회 관련 오보나 잘못 알려진 상식 등을 바로 알리는 매개체 기능을 수행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국회사무처 관계자는 “국회의원의 의정 활동을 보여주면 특권 비난이나 정치 불신이 줄어들지 않겠느냐는 기대가 있다. 그래서 정공법으로 국회 활동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자는 것이다. 특정 언론의 보도에 대해 반론을 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효과 없이 예산만 낭비하지 않을까

기존에 마련돼 있는 제도나 기구와 중복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는 크게 국회사무처·국회도서관·국회예산정책처·국회입법조사처로 나뉜다. 각 기관마다 국회보와 월간 도서관(이상 월간), 예산춘추와 국회입법조사처보(이상 계간)를 발행하고 있다. 이와 별개로 각종 보고서도 수시로 발간한다.

특정 사안에 대한 국회의 입장을 전달하려고 한다면 국회 대변인실을 활용하면 되지 않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앞선 국회 운영위 회의에서도 관련 발언이 나왔다.

안규백 소위원장(새정치민주연합 의원) : 국회에 대변인실이 따로 있지 않나.

이장우 위원 : 그것으로는 도저히 감당이 불가능한 것 같다.

구기성 수석전문위원 : 대응을 잘한다 하더라도 한계가 있다. 연금 나왔을 때도 대변인실에서 계속 대응을 했는데 아무래도 좀….

여기서 말하는 ‘대변인실의 한계’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국회사무처 관계자는 “국회 대변인실은 국회의장의 발언이나 활동 중심이고, 입법 활동에 대한 홍보는 국회사무처 업무다”고 설명했다. 대변인과 사무처의 업무 영역이 다르다는 것이다.

이와 별개로 국회 블로그에는 2014년 12월23일부터 ‘국회의원 권한 및 지원’이라는 제목의 글이 시리즈로 올라오고 있다. 부제가 ‘국회의원 특권 오해와 진실’이다. 국회는 블로그 이외에 페이스북과 트위터도 운영하고 있다.

국회 온라인 뉴스 매체가 제대로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를 두고도 의문이 제기된다. 올해 관련 사업에 투입될 예산은 총 9억8400만원이다. 이 중에서 8억1900만원은 기존에 발행되던 국회보 개편을 통해 마련할 예정이다. 신규 예산으로 잡힌 금액은 1억6500만원인 셈이다.

10억원 가까이 되는 예산은 국회의 다른 사업과 비교할 때 적은 금액은 아니라고 한다. 실질적인 성과를 보여주지 못할 경우 예산 낭비라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국회 운영위 회의에서도 이와 같은 지적이 있었다.

김현숙 위원(새누리당 의원) : 인터넷신문들이 할 수 있는 정도까지 기능을 할 수 있는 건가. 지금과 큰 차이가 없다면 내년에 심의할 때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안규백 소위원장 : 그게 쉽지 않을 거다.

반대로 9억8400만원의 예산으로 기대만큼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까. 국회사무처는 매체 창간을 검토하면서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운영하고 있는 ‘정책브리핑’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각 부처의 소식과 정책 등을 한자리에서 알릴 수 있도록 구성돼 있는 사이트다. 그런데 10여 년 전 시스템 구축비로만 10억원 넘게 들었다고 한다. 현재 1년 운영비가 10억원 정도로 알려졌다.

국회사무처는 올해 시스템 구축비로 6억원, 전산 장비 임차료로 2억1900만원, 편집 및 취재 인력 인건비로 1억6500만원을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부문은 차치하고 인건비 1억6500만원으로 법안·정책·회의·토론 등 국회 활동 전반을 커버할 인력을 확보할 수 있을까. 국회사무처 관계자는 “출발은 5명으로 할 계획이다. 운영 전담 인력 이외에 사무처 직원 1400명이 다 취재원이 될 수 있다. 상임위는 물론 모든 국회 활동에 사무처 직원 누군가는 관여하고 있다. 그쪽에서 로우 데이터 형식으로 보내주면 이쪽에서 가공해 기사화가 가능할 것이다”고 내다봤다.

포털에 ‘뉴스 계약’ 강요하지 않았나

가장 큰 논란을 불러올 수 있는 대목은 포털 사이트와의 관계를 어떻게 갖느냐다. 국내 뉴스의 유통 구조를 놓고 봤을 때 포털 사이트에 기사가 게재되느냐, 게재되지 않느냐에 따라 그 효과가 천지차이다. 특히 부동의 포털 1위인 네이버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국회 운영위 회의에서 ‘국회 차원의 협약 체결’이 거론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장우 위원 : 이 정도 예산이면 포털하고의 협약만 잘 체결하면…. 1인 인터넷 매체, 2인 인터넷 매체 이런 데도 포털하고 (협약)해가지고 바로 실시간으로 (기사가) 뜨는데…. 국회 차원에서 반드시 포털하고 협약을 해서 여기서 홍보하는 것이 바로바로 포털에 전파가 될 수 있도록 국회에서 이 조치까지는 해줘야 될 것 같다.

지성배 사무차장 : 참고로 간략히 말씀드리면 네이버하고는 현재 MOU(양해각서)가 맺어져 있고, 다음하고도 곧 할 계획이다. 좀 더 자세한 사업에 대해서는 용역을 추진한 바가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운영하고 있는 ‘정책브리핑’ 사이트 메인 화면.
대화 내용을 놓고 볼 때 국회 온라인 뉴스 매체가 서비스에 들어가면 포털 사이트에 바로 노출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네이버와는 MOU가 체결돼 있어 문제 될 게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하지만 네이버 측 입장은 달랐다. 네이버 관계자는 “우리 회사 관계자가 국회 관계자를 만나 자문 형식으로 도움을 준 적은 있지만, 국회와 (온라인 뉴스와 관련한) MOU를 체결한 바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국회사무처 관계자는 “2007년쯤에 네이버와 MOU를 체결한 게 있는데 뉴스 관련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네이버에서 국회를 검색하면 국회 활동, 의원 활동, 알림마당, 소통마당, 국회 소개 등 관련 콘텐츠로 바로 갈 수 있는 메뉴를 한데 모아놓는 서비스에 관한 MOU였다고 한다. 운영위에서 나온 ‘MOU’ 발언에 대해서는 “국회 홍보 차원에서 큰 틀에 합의한 적이 있으니까 뉴스 매체도 이런 방향으로 협의해나갈 것이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네이버·다음 등 포털 사이트는 뉴스 제휴 매체를 선정하는 데 일정한 기준과 절차를 갖고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만약 국회가 매체를 창간하면 다른 매체와 마찬가지로 (제휴평가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절차 없이 국회 온라인 뉴스가 창간과 동시에 포털 사이트에 게재되면 ‘특혜’ 또는 ‘강압’ 논란이 일 수 있다. 결국 국회사무처가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포털과 협약이 된 것처럼 꼼수를 부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회사무처 관계자는 “온라인 뉴스 사이트는 개설했다고 자화자찬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많은 사람이 볼 수 있도록 홍보를 하는 게 중요하다. 가장 중요한 게 포털에 게재되느냐 여부다. 홍보 창구를 최대한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국회의 힘으로 네이버를 강제로 밀어붙이는 것은 아니다. 협조를 구하고 협의를 해야 하는 일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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