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는 실패한 사람이다 그래서 말에 울림이 있는 거다
  • 조철│문화 칼럼니스트 ()
  • 승인 2015.01.15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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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철학 인생과 맞짱 뜨다> 펴낸 신정근 성균관대 교수

<마흔, 논어를 읽어야 할 시간>을 써서 꽤 알려진 신정근 성균관대 교수(50)가 나이 쉰 살을 기념하듯 신간을 펴냈다. 이번 책은 동양철학에 대한 일반인의 오해나 편견을 바로잡아주는 내용이다. 그러면서 “당신은 세상 앞에 한 번이라도 당당한 적이 있는가”라며 녹록하지 않은 세상을 ‘무너지지 않고 휘둘리지 않고 나답게 살아가는 법’을 동양철학에서 찾아 들려준다.

‘삶의 지혜를 넘어 도전의 철학으로’라는 부제를 단 <동양철학 인생과 맞장 뜨다>를 펴낸 신 교수. 그는 평생 동양철학을 연구해오면서 동양철학을 옹호하기만 하거나 무조건적으로 배워야 한다는 게 아니라 어떻게 요긴한 삶의 도구로 쓸 수 있을지 고민해왔다.

ⓒ 시사저널 최준필
“동양에도 부정과 비판의 철학이 있다”

‘동아시아 사상’이라고 하면 쉽게 ‘수양’이나 ‘좌선’의 이미지를 떠올린다. “사람들은 동아시아 문화를 서양과 비교해 ‘역동적인 변화가 없는 정체된 문화’라는 판단을 내린다. 이 말의 진리치가 얼마나 되는지 따져보지 않고 ‘꿈과 모험으로 가득 찬 서구 문화, 복종과 인내를 말하는 동아시아 문화’라는 이분법을 도출해낸다. 이것은 아마도 우리가 어릴 적에 듣고 자란 이야기와도 관련이 있을 것이다.”

서양의 <톰 소여의 모험> 주인공은 가족의 품을 떠나 미지의 세계로 나아가 모험을 통해 스스로 성장하는 반면, 동양의 <심청전>은 어른을 대신해 생활의 부담을 떠안는 주인공을 등장시켜 효도와 희생을 강조한다. 신 교수는 사람들이 동서양의 철학을 비교할 때도 같은 논리를 펼치곤 한다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서양철학사는 스승과 제자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치열한 논전을 벌인다고 생각하고, 동양철학사는 스승의 사상을 어느 제자가 이어받았는지 그 유사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데 문제가 있다고 봤다. 그는 이런 주류적인 시각에 도전하며, 동양에도 도전과 모험 정신 그리고 부정과 비판의 철학이 있다는 것을 밝히려 애썼다. 2500년 넘는 생명을 이어온 동양 문명에 어떻게 도전과 모험의 주체가 없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신 교수가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는 책이 유행하던 시기에 ‘논어를 읽어야 할 시간’을 가지라고 역설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였다. 그가 말하려 한 것은 논어를 읽고 따라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공자를 사상가로 생각하기보다 역사적 인물로서 바라봐야 제대로 ‘공자 말씀’을 이해하고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자신의 목소리 내려고 목숨 건 용기 발휘”

“실제 공자는 실패를 거듭하는 사람이었다. 공자는 세 살 때 아버지를 여읜다. 먹고살기 어려우니 이사도 자주 했고 하수도 처리라든지 가축을 쳐서 생계를 이었다. 미래가 불투명한 사람이었다. 그럼에도 학문에 관심이 많았다. 학무상사(學無常師)라고 공자에게는 일정한 선생은 없었지만 궁금하면 잘 아는 사람에게 찾아가서 물어봤다. 공자에게는 모든 사람이 선생님이자 학교였던 것이다. 이상을 실현하려 했지만 실패했고 15년이나 망명했다. 공자가 했던 말이 왜 간단하고 사람들이 읽으면 울림이 있느냐 하면 공자가 실패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흔히 동양문화가 복종의 윤리와 순종의 미덕을 강조한다고 생각한다. 신 교수는 “이것은 지적 편견이다. <논어>만 보더라도 ‘인과 관련되면 스승이라도 양보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하며, <효경>에서는 ‘자신의 목소리를 굽히지 말고 싸우라’고 말한다. 사회의 보편적 도의나 정의와 관련해 자식이 부모에게, 신하가 군주에게 결코 복종의 자세를 취하지 않는다. 오히려 불의에 맞서 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 교수는 동양철학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불의에 대해 공분과 저항을 말하고, 새것에 대해 도전과 창의를 내세우며, 미지에 대한 모험과 꿈을 그리고 있다고 주장한다. 지금까지 소극적인 이미지의 수양이 동아시아 문화를 대변하다 보니, 기나긴 역사의 흐름에서 뜨겁게 흘러넘쳤던 모험과 환상이 주목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묵자가 공자의 사상을 비판하기 위해서만 차별의 반대를 주장한 것이 아니다. 정치인들은 말끝마다 백성을 위해 이익을 일으키고 피해를 없애겠다며 ‘흥리제해(興利除害)’의 구호를 외쳤다. 제자백가는 하나같이 자신의 제안대로 한다면 세상의 구원을 이룰 수 있다고 약속했지만 상황은 좋아지기보다 나빠졌다. 묵자는 도대체 어디에서부터 문제가 생겨나는지 그 근본 원인을 찾아내고자 했다.”

신 교수는 “맹자는 마음을 길러 호연지기에 이르는 상태를 설명한 뒤 ‘성인이 다시 태어나더라도 반드시 내 말을 따를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것이 과연 복종의 윤리를 논하는 세계에서 할 수 있는 말일까. 결코 그렇지 않다. 사상가들도 선배의 이름과 주장을 되풀이하곤 했지만 그 안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목숨을 건 용기를 발휘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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