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호 타율 0.247, 홈런 23개”
  • 박동희│스포츠춘추 기자 ()
  • 승인 2015.01.20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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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이 예측한 MLB 성적…타격 ‘맑음’, 수비 ‘흐림’

“1600만 달러면 대단한 평가 아닙니까?”

넥센 이장석 사장의 표정엔 웃음꽃이 가득했다. 이 사장은 소속팀 유격수였던 강정호(28)가 미국 메이저리그(MLB)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 4년 1600만 달러에 계약했다는 소식을 듣고 한껏 기뻐하던 참이었다.

강정호는 본 계약에 앞서 500만 달러의 포스팅 액수를 기록한 바 있다. 500만 달러면 2012년 류현진 포스팅액 2573만 달러의 5분의 1에 불과한 금액이다. 그러나 포스팅에 응했던 역대 아시아 야수 가운데 세 번째로 높은 액수였다. 2000년 11월 스즈키 이치로의 포스팅 액수 1312만 달러, 2010년 11월 니시오카 쓰요시가 기록한 532만 달러가 역대 1, 2위에 올라 있다.

이 가운데 강정호 몸값 총액의 기준점이 된 선수는 니시오카였다. 지바 롯데 유격수였던 니시오카는 최고 입찰액 532만 달러를 써낸 미네소타와 3년 900만 달러를 받는 조건으로 계약서에 사인했다. 포스팅을 거쳐 미국 진출에 성공했던 아시아 선수 대다수가 포스팅 액수에 비례한 몸값을 받았다는 걸 고려했을 때 몸값(900만 달러)이 포스팅액(532만 달러)보다 368만 달러가 많았던 니시오카는 성공적인 예외 사례였다.

ⓒ 연합뉴스
예상을 뛰어넘은 강정호의 몸값

하지만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딴판이었다. 강정호는 니시오카보다 무려 700만 달러나 더 받았을 뿐 아니라 계약 기간도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됐던 4년을 제시받았다. 4년 1600만 달러면 역대 아시아 야수 가운데 최장 계약 기간이자 동시에 최고액이기도 하다. 2000년 시애틀 유니폼을 입을 당시 이치로는 1400만 달러의 계약액을 기록했다.

그렇다면 어째서 강정호는 역대 아시아 야수 가운데 최고 대우를 받은 것일까. 역시 잠재력이다. 지난 시즌 강정호는 타율 0.356(3위), 홈런 40(2위), 타점 117(3위), 득점 103(5위) 등 전체 공격 지표에서 최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만약 이 성적을 MLB에서 기록했다면 단연 시즌 MVP감이다.

한 빅리그 스카우트는 “강정호가  2012년부터 2014년까지 3년 연속 타율 2할9푼, 22홈런, 82타점 이상을 꾸준히 기록한 ‘일관성’이 피츠버그의 대형 투자를 이끌어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특히 그는 “강정호의 통산 출루율이 0.383에 이르고, 2010년부터 2014년까지 5시즌 가운데 출루율이 0.380 이하로 내려간 게 딱 한 번뿐이었다는 점이 호재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야구 데이터 전문 사이트 <BASEBALL-LAB>의 이현우 애널리스트는 올 시즌 빅리그에서 데뷔 시즌을 치를 강정호의 성적을 다음과 같이 예상했다.

“상대 수비, 스윙 메커니즘, 변화구 대처 능력 등 스카우트적인 관점과 구장에 의한 영향, 선수의 적응력이나 체력적인 문제를 고려하지 않고 과거 기록만을 토대로 강정호의 빅리그 첫 시즌 성적을 예상했을 때 결과는 타율 0.247, 출루율 0.320, 장타율 0.425, 23홈런이다.”

이 예상은 몇 번의 ‘기록 변환 과정’을 거친 결과다. 이 애널리스트는 “역대 KBO(한국야구위원회) 타자 가운데 MLB로 직행한 경우가 없다. 강정호가 유일하다. 반면 NPB(일본야구기구)에서 뛰다 MLB로 넘어간 선수는 많다. 따라서 KBO에서 뛰다가 NPB로 넘어간 선수들의 일본 시절 기록을 토대로 강정호가 NPB 리그에서 뛰었을 때의 성적을 먼저 예상해봤다”고 설명했다.

이 애널리스트의 설명에 따르면 KBO에서 NPB로 건너간 타자 대다수가 KBO 리그 시절보다 낮은 성적을 기록했다. NPB 투수들의 ‘전체적인 수준’이 KBO보다 높다는 걸 고려할 때 당연한 결과였다.

강정호 역시 NPB 리그에서 뛰게 되면 출루율은 0.381, 장타율은 0.443으로 2014년 KBO 리그에서 뛸 때보다 출루율은 6푼2리, 장타율은 1할5푼 떨어지는 것으로 예측됐다.

이 애널리스트는 “같은 이유로 NPB 타자들 역시 MLB로 진출하면 ‘성적 하락’에 시달린다”며 “NPB 출신 일본인 메이저리거들의 평균 데뷔 시즌 성적을 종합하고 이를 강정호 데뷔 시즌 예상 성적에 적용했을 때 타율은 1할 가까이 떨어지고 홈런도 17개 줄어든다는 결론에 다다랐다”고 밝혔다.

사실 이 정도 성적만 기록해도 강정호의 빅리그 데뷔 시즌은 연착륙이라 할 수 있다. 지난해 빅리그 유격수 가운데 홈런 1위는 24개를 기록한 이안 데스몬드(워싱턴)였다. 20홈런 이상을 기록한 유격수도 3명에 불과했다. 빅리그에서 장타력을 갖춘 유격수가 귀하다는 뜻이다.

천연잔디 구장에서 수비 잘 할 수 있을까

이 애널리스트는 “이 예측 모델은 강정호의 빅리그 적응력에 따라 더 잘하거나, 더 못할 수도 있다”며 “강정호가 MLB에 진출하게 되면 가장 걱정되는 부분은 풀타임 기준 193개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삼진”이라고 말했다.

공격에서는 다소 긍정적 예상이 나오지만, 수비에선 전망이 ‘썩’ 좋지 못하다. 허구연 MBC 해설위원은 “역대 특급 일본인 유격수들이 MLB로 진출했을 때 어느 누구도 미국에서 ‘수비 잘한다’는 칭찬을 듣지 못했다”며 “일본인 유격수 대다수가 2루수로 포지션을 전향했다”고 지적했다.

사실이다. 일본에서 ‘초일류’ 유격수로 꼽혔던 마쓰이 가즈오는 미국 무대에 진출했을 때 혹평을 들었다. 어깨가 강하지 않고 송구 동작도 느리며 불규칙 바운드 예측력도 떨어진다는 게 이유였다. 2010년 미네소타에서 데뷔 시즌을 치렀던 니시오카도 같은 소리를 들었다. 결국 두 선수는 미국 진출 후 2루수로 전향했다. 2013년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 계약했던 일본 국가대표 유격수 출신의 나카지마 히로유키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나카지마는 부상과 부진으로 빅리그 무대를 밟지 못한 채 지난 시즌 종료 후 일본으로 돌아왔는데 미국 마이너리그에서 뛸 때 “순발력이 떨어져 빅리그 유격수론 도저히 무리”란 냉정한 평가를 들어야 했다. 나카지마도 이를 인정했다. 나카지마는 “빅리그 타자들의 타구 속도는 일본 타자들보다 훨씬 빠르고 강력하다. 또, 천연잔디 구장 일색의 미국 야구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고 고백했다.

바로 이 대목이 불안 요소다. 강정호는 풀타임 첫 시즌이었던 2008년부터 대표적인 인조잔디 구장인 목동구장을 홈으로 사용했다. 그 때문인지 천연잔디 구장인 잠실구장과 사직구장 그리고 문학구장에서 적지 않은 실책을 범했다.

강정호의 수비를 지도했던 넥센 홍원기 수비코치는 “원체 어깨가 강하고 송구 동작이 빨라 MLB 스프링캠프에서 천연잔디 적응에만 성공한다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본 후 “가장 중요한 건 자신감이다. 자신감만 잃지 않으면 빅리그 어느 유격수와 견줘도 모자람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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