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미사일 공격 기술 아직 완성 못했다
  • 양욱│한국국방안보포럼 선임연구위원 ()
  • 승인 2015.04.16 16:3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핵탄두 소형화·경량화가 관건…4차 핵실험 여부 관심

이란 핵 협상 타결로 많은 사람이 북한 핵의 평화적 해결을 꿈꾸고 있다. 무려 12년 만에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이라는 또 다른 선례를 만들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평가를 받을 만하다. 북핵 위기를 맞고 있는 우리에게도 이는 희소식이다. 그러나 분명한 점은 이란과 북한의 핵개발 수준은 다르다는 것이다. 따라서 북핵을 두고 이란과 같은 타결이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금물이다. 그렇다면 지금 북한 핵은 과연 어느 정도 수준일까.

현재 북한은 3차 핵실험까지 마친 상태다. 그러나 파키스탄의 사례에서 보듯이 대략 7차례 정도의 실험이 있어야 개발이 완료되었다고 볼 수 있다. 핵개발의 목표는 무기화에 있다. 핵이 무기화되었다고 판단하기 위해서는 3가지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우선 치명적 살상력을 갖는 핵탄두를 개발해야만 한다. 최소한 히로시마(15kt)나 나가사키(21kt)에 떨어졌던 원자폭탄 이상의 폭발력이 요구된다. 두 번째로는 이런 핵탄두를 날려 보낼 수 있는 투발 수단이 요구된다. 냉전 시절 핵탄두의 투발 수단으로는 폭격기, 대륙간 탄도탄, 탄도미사일 발사 잠수함 등이 대표적이었다. 마지막으로는 이런 투발 수단에 탑재할 수 있을 만큼 핵탄두가 소형화·경량화되어야 한다.

ⓒ 조선중앙통신 연합
‘지금 북한이 군사적으로 의미 있는 폭발력을 갖는 핵탄두를 개발했는가’라는 질문에는 ‘그렇다’는 답을 할 수 있다. 북한은 최소한 30kg 이상의 무기급 플루토늄과 140kg 이상의 고농축 우라늄을 보유해 플루토늄 탄두 5개와 우라늄 탄두 7개 이상을 가지고 있다. 또한 3차례의 핵실험을 통해 핵폭발을 일으킬 수 있는 능력을 가다듬고 있다. 따라서 무기급 핵탄두를 12개 이상 보유하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북한은 폭격기·미사일·잠수함을 모두 보유하고 있다. 북한이 보유한 H-5 폭격기(IL-28의 중국산)는 소형화·경량화되지 않은 탄두라도 운반할 수 있지만, 1950년대 기술에 바탕을 둔 아음속 폭격기라서 위협도는 낮다. 잠수함의 경우 최근 탄도미사일 발사 능력의 개발 정황이 포착되었다. 그러나 현재 위성 사진에 포착된 신포급에는 그런 능력이 없어 보인다. 

실제로 가장 위협적인 투발 수단은 탄도미사일이다. 북한은 세계에서 손꼽는 탄도미사일 수출국으로 이미 1980년대 중반에 스커드 미사일을 국산화해 수출하기 시작했다. 북한이 보유한 미사일은 KN-02, 스커드, 노동, 무수단, 대포동, KN-08 등이다. 사거리로 나눠보면 단거리 탄도미사일로는 KN-02(사거리 160km), 스커드B(300km), 스커드C(500km), 스커드ER(1000km) 등이 있다. 중거리 탄도미사일로는 노동(1300km 이상)과 무수단(3000km 이상), 그리고 대륙간 탄도미사일로는 대포동(6000km 이상)과 KN-08(1만km 이상) 등이 있다.

이 가운데 북한은 KN-02·스커드·노동 등의 미사일에 대해서는 실제 발사 실험을 통해 무력시위를 계속하고 있다. 하지만 무수단과 KN-08에 대해서는 시험 발사를 통한 능력이 아직 입증된 바 없다. 즉 미사일은 대한민국이나 일본, 그리고 일본에 주둔하는 주일미군에 대해 확실한 공격 능력을 보여주고 있으나, 괌이나 미국 본토에 대한 미사일 공격 능력은 아직 입증된 바 없다. 대포동 미사일의 경우 1톤 정도의 발사 중량을 가진 것으로 보이나, 이동 차량에 의한 발사가 불가능해 전술적 가치가 떨어진다. 하지만 그 외의 모든 미사일은 이동식 발사 차량으로 발사할 수 있는데, 북한은 이를 150여 대나 보유하고 있다.

북한은 2013년의 3차 핵실험에 대해 ‘새로운 형태의 핵실험’임을 공공연히 과시하고 있다. 2010년 이후부터는 핵 억제력의 ‘소형화’ ‘경량화’ ‘다종화’를 반복해 언급하고 있다. 그래서 3차 핵실험에서는 여태까지의 플루토늄 폭탄이 아니라 세 가지 정도의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고농축 우라늄 폭탄, 중수소의 융합 반응으로 폭발력을 극대화한 증폭핵분열탄, 마지막으로 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도록 하는 탄두의 소형화·경량화가 그것이다.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북한이 가질 수 있는 가장 유효한 투발 수단은 미사일뿐이다. 그렇다면 북한이 무기급 핵탄두를 가지고 있고 미사일마저 보유하고 있다면 사실상 모든 체제를 갖춘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전혀 그렇지 않다. 무기급 핵탄두가 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을 정도로 소형화·경량화되어야 한다. 우선 미사일의 탄두부에 수납될 수 있을 정도로 작아야 하고, 중량도 미사일이 날려 보낼 수 있을 정도로 가벼워야 한다. 지름 90cm, 무게 1톤 이내라면 이런 조건을 충족한다고 할 수 있다. 즉 북한이 당장 한국이나 미국을 위협하기 위해 세 가지 핵실험 방식 가운데 소형화·경량화를 시도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북한이 소형화·경량화 목표를 달성했을까. 바로 여기에서 한·미 양국은 미묘한 입장 차이를 보인다. 우선 미국은 2013년 북핵 실험 직후, DIA(국방정보국)에서는 핵탄두의 소형화·경량화 가능성을 인정했으나, 정보 계통의 최고 수장인 국가정보국장(DNI)은 그 가능성을 유보했다. 그러나 2014년엔 DIA와 DNI가 서로 같은 입장임을 공식적으로 표명했다. 또한 커티스 스캐퍼로티 주한미군 사령관도 지난해 10월 북핵의 소형화·경량화를 인정했다. 4월7일에는 윌리엄 고트니 미군 북부방공사령부(NORAD) 사령관이 북한이 ICBM급인 KN-08을 실전 배치하고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우리 국방부는 북핵의 소형화·경량화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미국처럼 적극적으로 인정하지도 않고 있다. 4월9일 국방부 대변인의 발언이 그 증거라고 볼 수 있다. 김민석 대변인은 “아직 (북한이) 핵무기를 소형화해 탄도미사일에 탄두로 장착했다는 정보는 없다”고 밝혔다. 즉 북한이 상당한 기술 수준에 이른 것은 맞지만, 핵미사일 공격 능력이 완성된 것은 아니라는 평가다.

북한의 핵탄두 소형화·경량화를 인정하는 순간 대한민국으로서는 북한의 핵 위협을 현실로 인정해야만 하는 상황이 된다. 게다가 한국을 겨냥하는 수백여 발의 KN-02·스커드·노동 등 단거리 미사일만으로도 충분히 전략적 우위를 점할 수 있다. 반면 미국의 경우, 소형화를 인정하더라도 아직 KN-08과 같은 ICBM의 성능이 검증된 것이 아니므로 상대적으로 안전할 수 있다. 우리로서는 대외적으로 북핵의 능력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전략적으로 옳은 태도일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반면 대내적으로는 북핵이 현실화되었음을 가정하고 발 빠르게 우리의 핵 전략을 준비해야 한다. 핵 전략에는 여러 가지 방안들이 포함된다. 정치·외교 등의 역량을 통해 이란의 6자회담처럼 비핵화를 끌어내는 전략도 생각할 수 있다. 혹은 기존에 국방부가 얘기했듯이, 킬체인-KAMD의 맞춤형 억제 전략을 준비할 수도 있다.

미국 등 주요 6개국과 이란은 4월2일 이란의 핵개발 활동을 중단하되 이란에 대한 제재는 당분간 유지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잠정 합의안인 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을 마련하기로 최종 합의했다. ⓒ AP 연합
북핵에 대한 예방 타격 전략 검토해야

한 발짝 더 나아가 맞춤형 억제 전략보다 훨씬 더 적극적인, 북핵 능력에 대한 예방 타격 전략도 검토할 수 있다. 한편으로는 북핵 개발 자체가 한반도 비핵화 선언의 위반이므로 우리도 더 이상 이를 지킬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 미국에 대해 한·미 상호방위조약에 의거해 전술핵을 다시 한반도로 배치할 것을 제안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판단의 근거가 필요하다. 북한 핵 실전 배치 시기가 언제고, 얼마만큼의 위협으로 다가올 것인가 하는 점이다. 핵탄두의 미사일 탑재가 곧바로 북한의 실전 핵능력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미사일이 운반한 후에도 핵탄두가 정말 터지는지 검증되어야 한다. 핵탄두란 특정한 조건에서만 격발되는 매우 민감한 물체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핵탄두가 폭발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국제사회에 증명해야 하는 것은 북한이다. 결국 북한은 제4차 핵실험을 통해 그 역량을 증명할 수밖에 없다. 4차 핵실험이 과연 3차까지처럼 갱도 내의 실험이 될지도 지켜볼 일이다. 갱도 내 실험으로는 북한이 국제사회에 자신의 핵 능력을 입증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북한은 스스로 핵을 놓지 않을 것이다. 북한의 안보 이익은 영토의 확장도 국민의 안전보장도 아니다. 오직 정권의 생존만이 최고의 안보 이익이다. 따라서 북한과 같은 전제 정권의 가장 큰 적은 외부의 침략보다는 개화된 국민에 의한 민중 혁명이다. 역사적으로 봐도 왕정을 무너뜨린 것은 외세보다는 왕정 교체나 민중 혁명이었다. 전제 정권은 개방하면 할수록 정권의 유지가 어렵다. 정권 자체가 내부적 혁명이나 외부적 압박에서 자유롭기 위해서는 역시 핵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 북한의 입장이다. 이라크·리비아 등 대다수 전제 국가들이 핵을 쥐지 못한 가운데 정권의 붕괴를 맞이했지만, 파키스탄은 핵으로 인해 인도의 견제에도 굳건하다. 핵 보유로 아랍 국가들 전체를 제압하고 있는 이스라엘도 북한으로서는 좋은 벤치마킹 사례다. 북핵 해법은 그만큼 어렵고 복잡하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