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몬스터’ 마운드에 오를 날은…
  • 김경윤│스포츠서울 기자 ()
  • 승인 2015.06.02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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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 선수생명 최대 위기…예전 구위 되찾을지 미지수

지난 5월20일 밤(한국 시간) 국내 스포츠 팬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코리안 몬스터 LA 다저스 류현진 선수(28)가 수술을 결심했다는 소식이 언론을 통해 알려졌기 때문이다. 그동안 류현진은 어깨관절 와순 파열상을 안고 있었고, 선수생명을 담보로 한 위험한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이 속속 드러났다.

금강불괴(金剛不壞)라 불렸던 류현진은 결국 이틀 후인 22일 수술대에 올랐다. 그는 다저스 주치의 닐 엘라트레체 박사의 집도 아래 왼쪽 어깨에 작은 구멍 세 개를 뚫은 뒤 관절경을 이용해 관절 와순 파열상을 꿰매는 수술을 받았다. 수술 시간은 고작 몇 십 분에 그쳤지만, 류현진에게는 선수생명이 달린 중요한 순간이었다.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고 한다. 하지만 재기가 담보되지는 않았다. 류현진은 선수생명을 걸고 기나긴 재활의 길에 들어섰다.

ⓒ AP연합
주변 만류에도 수술로 통증 제거 결심

류현진의 어깨 부상이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은 2개월 전이다. 그는 지난 3월18일 텍사스와의 시범경기 후 어깨 통증을 호소했다. 즉시 어깨에 소염 주사를 맞고 3월23일 캐치볼을 재개했다. 하지만 통증은 계속됐다. 결국 4월6일 15일짜리 부상자 명단(DL)에 올랐다. 4월8일 캐치볼을 다시 시작했다. 4월27일 어깨 부상 후 처음으로 롱 토스와 불펜 피칭 등 90개의 공을 던졌다. 5월2일 세 번째 불펜 피칭에서는 구위를 회복해 복귀가 눈앞에 보이는 듯했다. 하지만 네 번째 불펜 피칭을 한 5월7일 몸 상태가 다시 떨어져 트레이너와 의료진은 투구 훈련 중단을 지시했다.

류현진은 자신의 몸 상태를 알고 있었다. 그는 메이저리그(ML) 데뷔 당시 어깨관절 와순에 작은 파열이 있음을 알고 있었다. 2013년과 2014년 정규 시즌을 훌륭히 소화했지만 어깨는 계속 아픈 상태였다. 통증은 없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강도가 강해지기 시작했다. 류현진은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재활로 어깨 부상을 이겨낼 것인지, 수술대에 올라 통증 원인을 원천적으로 제거할 것인지 선택을 해야 했다. 류현진은 수술을 결심했다.

수술은 위험한 선택이었다. 관절 와순 파열 수술을 받은 선수 중 재기에 성공한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다. 2011년 미국 ‘저널 오브 어슬레틱 트레이닝’에 실린 의학 논문에 따르면 관절 와순 수술을 받은 후 재기에 성공한 ML 투수는 10% 내외다. 커트 실링과 마이크 피네다를 제외하면 모두 구위를 잃거나 제구력이 급격히 떨어졌다. 국내에서는 KIA 이대진 코치가 선수 시절 어깨 수술을 받은 후 재기하기까지 7년이 걸렸다. NC 손민한과 박명환도 어깨 수술 이후 4년간 제대로 공을 던지지 못했다. 재기를 한 뒤에도 예전의 구위를 찾지 못했다.

류현진은 수술 부작용을 잘 알고 있었다. 그의 국내 주치의인 김진섭 박사는 “류현진이 지난 3월에 찍었던 어깨 MRI 사진을 확인했다. 현진이의 어깨에는 치명적인 관절 마모 징후가 없었다. 충분히 재활훈련만으로 회복할 수 있는 수준이라 판단했고 재활을 권유했다. 하지만 수술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류현진이 한화에서 뛸 때 그의 몸을 전담 관리했던 조대현 현 NC 트레이닝 코치도 비슷한 의견이었다. 조 코치는 “투수라면 누구에게나 약간의 어깨 마모 증상이 있다. 마모 증상이 없는 투수를 찾기 힘들다. (수술은) 성급한 결정이 아니었나 싶다”고 말했다.

미국 프로야구 LA 다저스 류현진 선수가 5월21일(현지 시각)에 왼쪽 어깨 수술을 마치고 퇴원했다. ⓒ 연합뉴스
“성격 낙천적이라 최악의 상황 상상 안 해”

주변의 만류에도 류현진이 수술을 결심한 이유는 간단하다. 어깨 통증을 앓은 지 너무 오래됐고 통증 강도가 심했기 때문이다. 류현진이 어깨 이상을 감지한 건 국내 프로야구 한화 소속이던 2011년의 일이다. 고교 시절부터 많은 공을 던졌던 류현진의 어깨는 2011년부터 근 4년 동안 정상적이지 않았다. 그는 5월22일 기자회견에서 “ML에 진출할 때부터 통증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동안 자신을 괴롭혔던 통증을 완전히 제거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는 의미다. 재활에 대한 자신감도 비쳤다. 류현진은 “열심히 재활훈련을 해 내년 시즌에 복귀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다저스 구단도 류현진의 결정을 지지했다. 돈 매팅리 감독은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내년 스프링캠프 때 복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류현진은 자신감에 차 있지만 재활훈련은 녹록하지 않다. 최소한 1년 이상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 재활훈련에 나서야 한다. 조대현 코치에 따르면, 류현진은 향후 5~6주 정도 관절을 안정시키기 위해 휴식을 취해야 한다. 이후 조금씩 관절 각도를 회복하는 ROM(range of motion·관절 운동 범위) 단계에 들어가고, 서서히 근력운동을 시작한다. 다음으로는 단계별 투구 재활 프로그램(ITP)을 진행한다. 롱 토스, 캐치볼, 하프 피칭, 라이브 피칭 과정을 차례대로 밟는다. 이 과정은 매우 힘겹다. 상당한 통증이 따른다. 구위가 회복되지 않을 수도 있다.

이 단계에서 투수가 받는 육체적·정신적인 스트레스는 상당하다. 어깨 수술을 받았던 박명환은 “현진이에게 트라우마가 올 수도 있다. 예전의 모습이 나오지 않다 보니 상상 이상의 패닉에 빠지기도 한다. 강한 믿음과 정신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어깨 이외의 부위에 또 다른 부상이 생길 수도 있다. 박명환은 “투수는 어깨가 아프면 피칭 훈련을 하지 못한다. 한평생 공을 던지며 살아왔던 투수가 어깨 운동을 제대로 못하면 다른 부위에 탈이 날 가능성이 커진다. 나 역시 다른 부위에 부상이 연달아 발생해 크게 고생했다. 사람의 몸은 체인처럼 연결돼 있다”고 말했다.

몸이 아픈 것보다 정신적인 고통이 더 크다. 류현진은 그동안 슈퍼스타로서 팬들에게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재활훈련 동안에는 관심에서 멀어지게 된다. 우울증이 찾아올 수 있는 환경이다. 이런 문제 때문에 류현진을 아끼는 사람들은 걱정을 숨기지 않고 있다. 류현진의 은사인 김인식 전 감독은 “재활훈련 기간 동안 차분하게 마음을 먹고 천천히 몸을 만들어야 한다. 빨리 복귀를 해야 한다는 성급한 생각을 갖게 될 경우 치명적인 부작용이 따를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류현진은 LA에서 홀로 재활 과정을 밟고 있다. 최근 류현진과 연락을 주고받았다는 한 지인은 “류현진은 명랑하게 잘 지내고 있다. 원래 성격이 낙천적이고 유쾌하기 때문에 최악의 상황은 상상하지 않는 것 같다. 좋은 분위기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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