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 담배 연간 5억 개비 밀수”
  • 조해수·조유빈 기자 (chs900@sisapress.com)
  • 승인 2015.07.29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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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이 우리 정부에 공식 항의한 외교문서 입수

7월23일 KT&G는 올 2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연결기준으로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 증가한 1조319억원, 영업이익은 11.2% 늘어난 3183억원을 기록했다. 담뱃값 인상으로 내수 매출이 크게 줄어들었지만 수출이 급증하면서 국내 감소분을 상쇄한 것이다. 국내 판매는 181억 개비로 전년 동기 대비 19.2% 줄었지만, 수출이 53.2% 늘어나면서 181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KT&G는 해외 시장 담배 판매 호조에 힘입어 올해 사상 처음으로 수출량이 내수량을 넘어설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런데 KT&G 수출 담배의 상당 부분이 ‘밀수’로 거래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시사저널 취재 결과, 실제 파키스탄 정부는 ‘엄청난 밀수 물량(high volume of smuggling)’의 KT&G 담배가 자국으로 들어오고 있다며 외교 공문을 통해 한국 정부에 정식으로 항의한 것으로 확인됐다(62쪽 사진 참조). 기업 간 분쟁이 아닌 국가 간 외교 문제로 비화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KT&G의 해외 시장 중 주력은 중동이다. 지난해 수출량 424억 개비 중 절반가량(48.4%)이 중동에서 판매됐다. 그 뒤를 아시아·태평양(24.1%), 러시아·중앙아시아(12.2%)가 잇고 있다. 문제는 중동에서 판매되고 있는 KT&G 담배 일부가 ‘밀수’로 거래되고 있다는 점이다. 시사저널은 이와 관련해 파키스탄 보건부와 무역부가 주한 파키스탄 대사관을 통해 한국 기획재정부에 보낸 항의 서한을 입수했다. ‘Smuggling of Pine cigarettes(Korea) : Action requested(Pine담배 밀수 관련 : 조치 요망)’이라는 문서 내용은 다음과 같다.

ⓒ 시사저널 포토

‘주한 파키스탄 대사관은 본국 무역부를 통해 보건부의 항의 서한을 전달받았습니다. 매년 약 5억 본(개비)의 한국 Pine담배가 파키스탄으로 밀수되고 있고, 그 담배에는 경고그림 등 어떠한 ‘흡연 경고’도 표시되지 않고 있습니다. Pine담배는 KT&G에서 생산되는데, KT&G의 지사(대표부)가 파키스탄에는 없어서 KT&G와 ‘경고그림법’ 위반과 ‘엄청난 밀수 물량’에 대해 직접적으로 대화할 수가 없습니다. 한국과 파키스탄 양국 간 무역 증가는 진심으로 환영하나, 밀수는 파키스탄의 이익을 침해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KT&G에 매년 파키스탄으로 밀수되는 담배 유입을 억제할 수 있는 모든 실질적인 조치를 취해주시길 요구합니다. 또한 Pine담배가 FCTC 11조에 명시된 경고그림을 표시하도록 지도해주시기 바랍니다.’

본지가 입수한 파키스탄 대사관의 외교 문건(왼쪽)과 KT&G 민영진 사장.

“수출량 3분의 2 밀수” vs “전체 10% 불과”

밀수란 현지국 법규상 관세·내국세 등 법정 세금을 전부 또는 일부 ‘탈세’하는 것을 의미한다. 주한 파키스탄 대사관의 말대로 KT&G 밀수 담배 규모가 연간 5억 개비라면, 파키스탄 정부는 매년 2500만 갑에 대한 세금을 걷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현지 국가로서는 민감한 사안이 아닐 수 없고, 이 때문에 파키스탄 정부는 매년 우리나라 정부에 공문 형식으로 항의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KT&G 관계자는 “파키스탄에서 계속 밀수 문제를 제기하고 있으며, KT&G 담배가 밀수되고 있는 사실을 알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그 수량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밀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부터는 파키스탄에 공식 수출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KT&G 밀수 담배 문제가 단지 파키스탄에만 국한되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KT&G의 경쟁 업체인 해외 담배업체들은 중동 전 지역에서 대규모로 KT&G 밀수 담배가 유통되고 있다며 문제 삼고 있다. 중동으로 수출되는 KT&G 담배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제벨알리 항과 이란 반다르바스 항 등으로 보내진다. 여기서부터 밀수가 시작된다는 것인데, 밀수 루트는 대략 다음과 같다고 한다. 제벨알리 항에 있는 수입상에 인도된 담배는 제3자 물류를 통해 다시 이란 반다르바스 항을 경유해 이라크·아프가니스탄 등지로 보내진다. 이 담배는 다시 파키스탄으로 보내진다. KT&G 내부 관계자 A씨는 “밀수 판매량 규모는 이란-이라크-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 순이다. 외교문서로 공식 확인된 파키스탄의 연간 5억 개비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며 “이란은 연간 100억 개비, 이라크는 50억 개비, 아프가니스탄은 30억 개비 정도다. 수출량의 3분의 2가 밀수로 이뤄진 것이라고 보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KT&G 관계자는 “중동 지역 특성상 밀수가 존재한다는 것은 인정한다”면서도 “밀수되는 KT&G 담배는 전체 수출량의 10%에 불과하다”고 해명했다.

KT&G 측에서도 인정했듯이 중동 지역에 KT&G 담배가 밀수되고 있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그렇다면 KT&G의 책임은 어디까지일까. 파키스탄 정부는 공식 외교문서를 통해 KT&G가 최소한 밀수를 ‘방조’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KT&G는 “우리가 생산자라는 이유만으로 현지의 최하위 유통 구조까지 다 관리할 수는 없다. 밀수를 최소화하기 위해 현지 생산을 늘리는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무리한 외형 확장으로 외상 매출 수천억대”

KT&G가 실적을 올리기 위해 ‘밀어내기’식 영업 활동을 벌인 게 밀수의 원인이란 지적도 있다. 중동 현지에서 근무했던 한 외국계 담배업체 관계자는 “수출업체는 현지 수입상으로부터 일일·월간·연간 리포트를 꼬박꼬박 받는다. 여기에는 나라별·제품별 재고·판매 현황이 모두 들어 있다”며 “KT&G가 중동 수출을 시작한 지 20년이 넘었는데 밀수 현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KT&G의 무리한 해외 성장 정책으로 수입상의 나쁜 관행이 심화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KT&G는 1992년부터 중동 수입상 ‘알로코자이’(대표 압둘 라만)를 통해 소규모로 중동 수출을 개시했다. 1999년 김재홍 사장 시절부터 수출을 늘리기 위해 알로코자이에 무담보 외상 수출(사후 송금 방식), 저가 수출(원가 미만 수출), 10~50%의 프리 샘플 제공, 당해 연도 목표 달성 조건으로 400만~500만 달러의 별도 판촉비 지급 등 각종 지원책이 동원됐다. 그러나 2006년부터 수출가격 인상 및 판촉비 지급 제한 등으로 KT&G와 갈등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급할 것이 없는 알로코자이는 외상대금 결제를 고의적으로 지연하거나 아예 대금을 내지 않고 판촉비 타내기 전략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한다. 올 6월 말 기준 중동 지역 외상 채권은 2억8000만 달러 수준으로, 전체 외상 채권 3억3000만 달러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A씨는 “만약 채권 결제에 문제가 발생하면 채권 전액이 부도날 위기에 처해질 수 있다. 일종의 ‘폭탄 돌리기’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KT&G 측은 “20년 이상의 신용거래에도 부실 채권 발생 등으로 회사에 손실을 끼친 사례가 단 한 번도 없었다”며 “2010년 인천지방검찰청이 수입상과의 수출 거래 방식, 가격 책정 및 외상 거래 내용 등에 대해 수사를 했지만 문제가 없는 것으로 처분했다”고 강조했다.

 

 

황교안 총리 사정 1호는 KT&G? 

황교안 신임 총리 체제에서 사정 제1호는 KT&G가 될 것이라는 얘기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KT&G는 ‘대기업 및 공기업 사정’과 ‘MB 사정’이라는 박근혜 정부의 두 가지 목표에 모두 부합한다는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김석우 부장검사)는 최근 민영진 KT&G 사장이 자회사 운영 과정에서 수십억 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하청업체 J사가 민 사장에게 향응을 제공했고, 계약을 거부하면 이를 언론에 흘리겠다고 협박하는 내용의 문서도 입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시사저널이 입수한 접대 내역을 보면 당시 전무이사였던 민 사장은 다른 임원들과 함께 3300만원 상당의 그림, 8900만원 상당의 상품권, 3억6000만원 상당의 골프접대 등을 받은 것으로 나와 있다. 이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사람들 중 상당수는 현재 KT&G 고위 경영진으로 일하고 있다. 향응 접대 액수는 합쳐서 10억원 정도다. KT&G 측에서는 “이 사안은 과거 수사에서 무혐의를 받았던 부분”이라며 “검찰 수사가 또다시 진행되고 있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억울해했다.

민 사장에 대한 배임 의혹도 일고 있다. 인천지검 외사부에 따르면, 2009년 서울지방국세청 조사1국 소속 팀장 H씨를 비롯한 같은 팀 직원 6명은 KT&G 측으로부터 세무조사 편의 제공을 대가로 총 2억2000만원을 받아 나눠 가졌다. 이를 알고 있던 이 아무개 전 재무팀장은 회사를 나오면서 “KT&G의 세무 비리를 국세청 측에 제보하겠다”고 회사를 협박해 돈을 받아냈다. 그런데 이 전 팀장이 협박한 내용 중에는 민 사장과 관련된 내용도 있다. 인천지검 관계자는 “협박 내용 중에는 곽영균 당시 KT&G 사장, 민영진 당시 전무이사와 관련된 내용도 있다. KT&G 경영진은 스톡옵션을 받는데, 2007~08년에 제공된 스톱옵션이 문제가 됐다”며 “당시 곽 사장은 약 11만주를 받았는데, 당시 시가 7만원 대비 매입가는 4분의 1 수준이었다. 40억~50억원의 시세 차익을 얻게 된 셈이다. 민 사장은 약 5만주를 받았는데, 당시 시가 대비 매입가가 3분의 1 수준이었다. 이 역시 20억~30억원의 시세 차익을 얻을 수 있다. 배임죄가 성립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KT&G 측은 “칼 아이칸 사태로 인한 예기치 않은 주가 폭등으로 차액이 발생한 것은 사실이지만, 3~4배 차액은 터무니없는 주장”이라며 “3년의 주식 매도 제한에 따른 기회비용 상실, 주가 불안정에 따른 리스크 부담 등을 감안해야 한다”고 밝혔다.


 

 

시사저널 보도에 대한 KT&G 반론문

<편집자주> 
아래 내용은 본지의 기사에 대해 KT&G가 추가로 보내온 반론문이다. 본지는 취재 과정에서 몇 주간에 걸쳐 KT&G측의 해명과 주장을 들었고, 또 이를 본 기사에 최대한 충실히 반영했지만, KT&G 측에서 좀 더 해명이 필요하다고 요청해 반론권을 충분히 보장한다는 차원에서 추가 반론문을 싣는다. 단 이는 KT&G 측의 주장임을 밝혀둔다. 
 

기사에서 언급된 문서는 4년 전인 2011년 4월, 파키스탄 정부가 우리나라 정부에 발송한 공문으로, 이를 전달받은 회사는 이후 다음과 같은 조치들을 즉각적으로 취해왔다. 매년 수입상에게 현지상황 점검과 대응책 마련을 요청하여 왔고, 주한 파키스탄 대사관(2011년 4월, 2012년 5월, 2013년 4월), 주파키스탄 한국 대사관(2012년 5월), 외교통상부(2013년 4월) 등 유관기관을 대상으로 수차례 면담을 통해 적극적인 설명과 이해를 구하였다. 주한 파키스탄 대사관의 상무 참사관은 동 이슈에 대한 KT&G의 지속적 노력에 대해 많은 공감을 표명하였다. 2013년에는 현지 상황 파악을 위한 파키스탄 방문을 추진한 바 있고, 특히 2014년부터는 현지 경고문구와 그림이 적용된 파인 담배의 현지 유통을 개시하는 등 제조자로서의 책임을 다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해 왔다.

이와 같은 회사의 지속적인 노력으로, 회사는 2013년 하반기 이후 2015년 현재까지 동 건과 관련하여 파키스탄 정부로부터 문제 제기를 받은 적이 없으며, 회사는 필요시 금년 내로 파키스탄 현지 방문을 추진하여 수출물량 현지 유통점검과 향후 현지 생산 가능성 등 해당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적극 추진할 예정이다.

기사에서 ‘밀수 루트’로 언급된 경로는 현재 현지에서 자사제품뿐 아니라 다른 제품들에게도 공히 적용되는 일반적인 수출경로이다. 과거에는 한국 수출부터 이라크, 이란, 아프가니스탄의 최종 목적지까지 직운송을 하였으나, 2013년 미국의 국방수권법에 따라 동 목적지로의 해상운송루트가 폐쇄되어 불가피하게 UAE를 통해 위 국가들에 재운송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해당국에 수출하는 대부분의 제품에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다.
 회사는 수입상을 통해 이라크, 이란, 아프가니스탄 등 현지국가에서 요구하는 적법한 통관 절차를 거치고 세금 납부 후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중동지역의 특수한 현지 환경으로 인하여 담배를 비롯한 수많은 생필품 등이 일부 국가간에 국경을 통해 거래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어떤 회사도 그러한 방식으로 거래되는 자사 제품의 규모를 정확하게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기사에 언급된 국가별 밀수 판매량 수치는 전혀 근거 없는 숫자로 보이며, 특히 KT&G 관계자 멘트를 인용하여 중동지역 밀수담배가 전체 수출량의 10%에 불과하다고 언급된 부분은 ‘정확한 밀수 규모 파악이 어렵지만, 아무리 많다하더라도 전체 수출량의 10%는 넘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 맞는 표현이다.

판촉비 지급제한과 외상대금 결제 고의적 지연 내용 또한 사실과 다르다. 자사가 판매증대를 위해 매년 시행하는 마케팅 투자는 회사와 수입상간 계약에 의거해 진행되고 있어 당사가 일방적으로 판촉비 지급을 제한한다든지 수입상이 근거 없이 판촉비를 타낼 수 있는 부분이 아니며, 수입상으로부터의 외상대금은 매년 정상적으로 상환되고 있으며, 지금까지 외상대금을 고의적으로 지연한 적은 한 차례도 없다. 매출채권은 사업규모와 해상·현지 운송 리드타임, 수입상의 현지 안전재고 보유기간 및 수입상의 대금회수기간 등 사업제반 여건 및 현지시장 특수성을 감안하여 적정 수준으로 판단되는 10개월 이내에서 관리되고 있으며, 수입상으로부터 일정금액이 거의 매일 상환되고 있다. 특히 올해 들어(상반기 기준) 전년 동기대비 채권 규모가 12% 감소하는 등 최근 몇 년간은 수출액보다 더 많은 금액이 상환되어 채권 잔액이 점차 낮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기사에서 언급되었듯이 2010년 7월 인천지방검찰청에서도 회사와 수입상과의 거래와 관련하여 거래방식, 가격정책 및 외상거래 내용 등에 대해 합리성이 있다는 처분을 내린바 있다.

임원 스톡그랜트 관련, 2007~2008년 민영진 당시 전무이사가 수령한 주식 수량은 5만주가 아닌 총 2만7063주다. 2007년 수령분은 칼 아이칸 사태로 인한 예기치 않은 주가 폭등으로 일부 차액이 발생했으나 수량이 4408주라 그 규모가 크지 않으며, 2007년 관련 규정 개정을 통해 2008년 수령분은 모두 시가를 반영(직전년도 평균주가 적용)했기 때문에 기사에서 언급된 수령 주식수와 시가대비 매입가, 시세 차익 규모는 사실과 다르다.

마지막으로 기사에서 제보자로 알려진 A씨가 “만약 채권 결제에 문제가 발생하면 채권 전액이 부도날 위기에 처해질 수 있다. 일종의 ‘폭탄 돌리기’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라고 밝힌데 대해, 이는 대단히 편협한 한 개인의 주장일 뿐, 채권 전액이 부도날 것이라는 예상은 지나치게 과장된 것임을 밝혀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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