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강유 회장, 김영사를 사금고처럼 운영했다"
  • 김지영 기자 (abc@sisapress.com)
  • 승인 2015.08.04 18:30
  • 호수 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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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주 전 사장 측 '검찰 제출 자료'에서 주장

국내 최대 출판사 중 하나인 김영사. 자본금 1억원에 불과하던 회사가 매출액 500억원대로 성장하는 ‘성공 신화’를 쓴 곳이다. 신화의 배경에는 ‘출판의 여왕’으로 불리는 박은주 전 사장이 있었다. 출판업계 최초의 여성 최고경영자(CEO)인 박 전 사장이 이끈 김영사는 매년 끊임없이 베스트셀러를 탄생시켰고, 베스트셀러는 꾸준한 판매를 이어가 밀리언셀러로 자랐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자서전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1989년)에서부터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쓴 <안철수의 생각>(2012년)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히트 상품을 내놓으며 단행본 시장을 휩쓸었다.

그런 박 전 사장이 2014년 5월 말 갑작스럽게 회사를 떠났다. 25년 전 자신을 사장 자리에 앉혔던 창업주 김강유 회장(68·김정섭에서 개명)이 직접 쫓아냈다는 게 박 전 사장의 주장이다. 박  전 사장은 7월23일 김 회장을 350억원 규모의 배임 및 횡령·사기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박 전 사장이 고소장을 통해 주장한 김 회장의 불법 행위는 다음과 같다. ‘형이 운영하는 회사에 김영사 자금 35억원을 적절한 채권 회수 조치 없이 빌려줘 김영사에 손실을 끼쳤고, 김영사에 출근도 안 하면서 본인 월급 등의 명목으로 36억원을 받아갔으며, 박 전 사장에게 보상금 45억원을 준다고 속여 박 전 사장 소유 회사 주식과 가회동 사옥, 퇴직금까지 모두 포기하게 하는 식으로 285억원 상당을 잃게 만들었다.’

김영사 파주 본사와 박은주 전 사장 측의 검찰 제출 자료. ⓒ 시사저널 이종현·시사저널 최준필

‘김영사’ 입금 4억원 사흘 뒤 ‘김강유’가 인출

시사저널은 박 전 사장 측의 ‘검찰 제출 자료’를 단독으로 입수했다. 박 전 사장 측이 김 회장의 불법 행위에 대한 근거로 제시한 것들이다. 박 전 사장은 7월27일 이메일로 배포한 사건 경위에서 ‘내 인감도장과 주민등록증을 유용해 내가 직접 가지 않았는데 9·22 합의서에 공증을 했고, 합의금을 넣어준다고 만든 마북동 농협 통장을 이용해 오히려 가회동 사옥 전세를 8억 더 올려 받는 것으로 꾸며서 내 농협 통장에 김영사에서 4억을 두 번 송금하고 그 돈은 바로 김강유 통장으로 인출됐다’고 주장했다.

시사저널이 입수한 해당 통장의 거래명세표 사본에 따르면, 박 전 사장의 주장이 상당 부분 사실인 것으로 확인된다. ‘박은주’ 명의로 개설된 계좌번호 ‘352-0830-1××××-××’ 농협 통장 거래 내역을 보면, 2014년 10월10일 김영사가 박 전 사장에게 4억원을 송금했다. 같은 날 3억3520만2416원과 100만900원, 그리고 3000원이 어딘가로 인출됐다. 그리고 3일 후인 10월13일 ‘김강유’에게 6379만원이 빠져나갔다.

김영사는 4억원을 입금한 일주일 후인 10월17일 한 번 더 4억원을 박 전 사장의 통장에 입금했다. 이번에도 3일 후인 10월20일 ‘김강유’가 4억4000원을 찾아간 것으로 나타났다. 박 전 사장의 주장처럼 자신의 농협 통장을 이용해 김 회장이 회사 돈을 빼갔는지 여부는 향후 사정기관의 수사가 이뤄지면 명확히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형 회사 미분양 주택 6억원에 강제 구입”

'박은주' 명의로 개설된 농협 통장의 거래 명세표

박 전 사장은 김 회장을 고소한 이유 중 하나로 김 회장의 형 회사를 위한 연대보증과 대출 강요를 들었다. 김 회장이 형 회사를 위해 김영사에 배임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박 전 사장이 이메일로 배포한 사건 경위에도 이와 관련한 내용이 담겨 있다.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김 회장의 형이 1993년 한국○○○○○를 창립했는데 2000년 초 부동산 개발에 실패하면서 100억원이 넘는 빚을 지게 됐다. 김영사에서 인수하라는 제안을 여러 번 받았으나, 빚더미에 앉은 회사를 인수하면 김영사도 동반 위기에 처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수락할 수가 없었다. 2007년부터 김 회장의 요구로 한국○○○○○에 대여를 7차례 했고, 2013년에는 5월에 10억원 대여, 11월에 25억원 연대보증을 서게 하는 과정에서 마찰을 빚었다.’

시사저널이 추가로 확보한 박 전 사장 측 자료에는 좀 더 구체적인 내용이 나와 있다. 2007년에 김 회장 형 회사에 10억원 대출을 강요했고, 형 회사의 미분양 주택을 6억원에 강제 구입하게 했다는 것이다. 7차례 대여한 금액은 6억6000만원이라고 적시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박 전 사장이 대표이사직에서 밀려나 이사가 된 다음 해인 2015년 ‘김영사에서 80억원을 투자해 회사를 매입하는 방법으로 자산을 갈취한 후 법정관리에 들어감으로써 1년 사이에 100억원 이상 손실을 끼쳤다’고 돼 있다.

“법인 전환 때 도서 판매대금 16억원 빼돌려”

김 회장이 김영사를 사금고처럼 운용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박 전 사장 측 자료를 보면, 김 회장은 개인적으로 돈이 필요할 때마다 박 전 사장에게 돈을 요구한 것으로 나와 있다. 김영사가 주식회사로 전환할 때도 회사 자금이 빠져나갔다고 밝혔다. ‘김영사가 개인 회사에서 주식회사 법인으로 변경한 1994년 당시 현금 1억원(자본금)만 남겨놓고 서점에서 받은 도서 판매대금 어음 16억원과 회사에서 보유하고 있던 현금을 몽땅 빼돌렸다’는 것이다.

이메일로 배포한 사건 경위에 나온 것처럼 2008년부터는 매월 1000만원씩 김 회장에게 송금해줬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런 행각이 노출되면 탈이 날 수 있다고 판단해 현금으로 직접 가져오라고 지시해 2014년 5월에는 직접 법당에 현금을 가져갔다’고 밝혔다.

김 회장이 외제차 3대를 회사 자금으로 구입해 부인과 함께 사용했고, 운전기사의 월급 10년 치인 약 10억원을 김영사에서 지급하라고 한 대목도 나온다. 매년 신도와 형제 주주들을 위해 20% 이상의 주식 배당을 결의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리고 ‘ㅅ단체의 종교인들에게 출판을 준비시켜야 한다며 2명의 급여와 사무실 보증금 및 임대비 등을 지원하도록 지시해 2억여 원이 들어갔지만 책은 한 권도 만들어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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