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국민 반발 무시하면 정권 잃는 결과 초래할 것”
  • 임수택 편집위원 (.)
  • 승인 2015.08.12 18:58
  • 호수 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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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보장 관련법 참의원 통과 저지 앞장선 에다 민주당 의원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중의원에서 자위대 활동을 강화하는 안전보장 관련법 처리를 강행해 일본 열도가 뜨겁다. 주부, 연예인부터 학생, 심지어 아이돌 그룹까지 반대 집회에 참가하는 등 시위가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요즘 일본에서 가장 바쁜 정치인 중 한 사람이 에다 사쓰키 민주당 의원이다. 8선의 중진으로 우리 국회의장에 해당하는 참의원 의장을 지내기도 했다. 당내 법률 분야의 대가로 오는 9월 참의원의 안전보장 관련법 통과 저지를 위해 최일선에서 활약하고 있다. 당내에서, 국회에서 때로는 국민들 속에서 함께하느라 여념이 없는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그는 시사저널의 이메일 인터뷰에 응했다. 그는 지난해 2월에도 본지의 현지 인터뷰에 응한 바 있다. 에다 의원은 참의원 의장을 비롯해 법무대신·환경대신 등 요직을 지냈으며 현재는 민주당 참의원 의원이자 당 최고위원직을 맡고 있다. 한국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대표적 지한파 정치인으로 알려졌다.

에다 사쓰키 참의원 의원이 광복 70주년을 맞아 시사저널의 특별 인터뷰에 응했다. ⓒ 시사저널 최준필a

집단적 자위권을 추구하는 안전보장법제에 대해 일본 국민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일본 국민들이 아베 정부에 대해 피로감을 느끼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나.

피로감이라고 확실히 말할 수는 없지만 분명한 것은 국민들은 자민당 제1당과 약한 다수의 야당들 구조인 ‘1강 다약(多弱)’의 현 정치 체제하에서 아베 정권이 민주주의 절차를 무시하고 안보 관련 법안에 돌진하는 사태에 대해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내각 지지율이 급락하고 국내외에서 남녀노소가 참가하는 항의 데모가 잇따르고 있다.

많은 국민이 반발하고 있는데도 강행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중의원에서는 강행으로 채택되었지만, 참의원에서는 지금부터다. 강행 처리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지만, 안전보장법제를 통과시키고자 하는 것은 아베 신조라고 하는 정치인 개인의 역사관에 의거한 단호한 신념이기도 하다. 앞으로 혹독한 싸움이 될 것이다.

아베 총리가 추구하는 궁극적 목적은 무엇인가.

전후 체제로부터의 탈피다. 세계적으로 주목할 만한 ‘일본 민족의 우수성에 대한 정신적 긍지’를 되찾고 싶다고 하는 것이다.

아베 총리가 국민들의 반발에 아랑곳하지 않고 지금까지의 정책을 계속 밀어붙일 것이라 보는가.

앞서 말한 대로 개인의 신념이 강하기 때문에 단호하게 계속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본회의’ 등 아베 총리를 강력하게 지지하는 세력들이 아베 총리가 생각을 바꾸는 것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안전보장법제가 국회를 통과할 경우 향후 어떻게 전개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법안이 통과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는 중이기 때문에 통과를 전제로 하는 답변은 피하고자 한다. 여하튼 이번 국민들의 반대 운동 물결은 새로운 형태의 움직임으로 쉽게 멈추지 않을 것이다. 선거에서 이번 법안에 찬성한 의원들을 낙선시키는 운동 등으로 이어질 것으로 본다.

국민들의 이러한 저항이 아베 정권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듯한데.

아베 총리가 국민들의 반발을 무시하면 정권을 잃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그렇게(정권 교체) 하기 위해서는 야당의 의연한 단합이 필요하다.

이번 기회에 일본 정치가 변화될 것으로 보는가.

‘아베 정치 인정 못한다’라는 전단이 자발적으로 게시되고 젊은이들의 ‘SEALDs’ 움직임이나 고등학생들의 시위 참여와 같이 인터넷에서 연결되는 새로운 시민민주주의의 물결이 형성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움직임들이 정치문화의 변화로 이어질 것으로 생각한다.

(‘아베 정치 인정 못한다’는 안전보장 관련 법제에 반대하는 작가들의 아베 정권에 반대하는 항의 활동을 시작으로 저명한 시인 하이쿠가 쓴 ‘아베 정권 인정 못한다’라는 휘호의 포스터를 편의점 등에서 복사해 시위나 집회 때 높게 거는 운동으로 전국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SEALDs’는 Students Emergency Action for Liberal Democracy, 즉 자유민주주의를 위한 학생 긴급 활동의 의미로 학생들 간에 퍼져가고 있다.)

화제를 한·일 문제로 바꿔보겠다. 오는 8월15일 종전 70주년을 맞이해 아베 총리가 담화를 발표할 예정이다. 어떤 메시지가 나올 것으로 예상하는가.

기대와 염려가 함께한다. 전 세계와 아시아 모든 국민들에게 박수 받을 수 있도록 과거 반성에 기초해 미래 지향적인 담화가 되기를 기대하지만 염려를 지울 수 없는 면도 있다

과거사를 반성하고 식민지 지배를 인정한 무라야마 담화나 고노 담화 내용을 계속 인정할 것이라 생각하는가.

그렇게 하기를 바라고 있다

아베 정부가 위안부 문제를 인정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결단의 문제다. 아베 총리가 자신을 지지하는 세력을 염두에 두지 말고 양국 관계에 새로운 미래를 열겠다는 결심을 하는 게 중요하다

아베 정부는 최근 중국에 대해서는 화해의 제스처를 보내면서도 한국에 대해서는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경향이 있어 보인다.

한국에 대해 무관심으로 일관한다는 것은 있을 수가 없다. 만에 하나 그런 게 있다면 고쳐야 한다.

일각에서는 한·일 관계가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가고 있는 게 아니냐고 걱정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그렇게 되지 않도록 우리가 노력하고 있다.

혐한(嫌韓) 분위기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 것 같은데 대책이 있는지. 

끈질기게 경제·사회·문화·청소년 등 모든 분야에서 민간 우호 교류를 해야 한다.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을 맞이해 한국의 독자들에게 축하의 메시지를 부탁한다. 

한일조약 체결 당시 양국 국민들 사이에 우려의 목소리가 강했고, 또 그런 이유도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 이후 관계자들의 많은 노력으로 현재는 끊으려야 끊을 수 없는 중요한 관계가 되었다. 하지만 그런 관계라 하더라도 갈등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이 갈등을 어떻게 우호적으로 해결해갈지가 지금 아주 중요하다. 50년간의 성과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

새로운 한·일 관계를 위해 한마디 한다면. 

한·일 관계는 일의대수(一衣帶水·작은 물을 사이에 둔 가까운 이웃)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성의를 가지고 솔직하게 대화하고 먹고 마시고 노래하는 것을 반복하고 만나면서 늘 좋은 인간과 인간 간의 관계를 만들어가야 한다. 국가 간의 관계에서도 역시 이것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에다 사쓰키 참의원 의원 주요 경력

1941년  오카야마 현 오카야마 시 출생

1966년  도쿄 대학 법학부 졸업

1971년  영국 옥스퍼드 대학원 졸업(석사)

1968~77년 판사

1977년  중의원 당선 이래 현재까지 8선,

 현재 참의원 의원, 민주당 최고위원

 법무대신, 환경대신, 참의원 의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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