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손해보험사들
  • 박혁진 기자 (phj@sisapress.com)
  • 승인 2015.09.16 18:59
  • 호수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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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 규모 큰 동부화재·KB손보 등 미국 현지에서 사태 파악 중

거액 보험사기 사건이 불거지면서 미국의 해외여행자 보험 대행업체인 T사와 거래했던 대형 손보사 네 곳은 저마다 사태 파악에 분주한 상황이다. 하지만 보험사들의 분위기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피해 금액에 따라 미묘하게 엇갈리고 있다. 금액이 큰 동부화재와 KB손해보험은 직원들을 현지로 보내 사태 파악에 나선 반면, 상대적으로 금액이 적은 현대해상과 메리츠화재는 사건이 불거져 피해 확산을 막은 것이 오히려 다행이라는 분위기다. 동부와 KB는 합동조사단을 꾸려 정확한 사태 파악에 나섰고, 직원들도 미국 현지로 보냈다.

동부는 최근 그룹이 자금난을 겪고 있어 분위기가 어두운 가운데 설상가상으로 이번 사건마저 터졌다. 동부그룹은 금융과 전자, 철강 등 한때 60여 개 계열사를 거느렸으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영이 어려워져 최근에는 그룹의 모태인 동부건설까지 내다 파는 등 창사 이래 최대 시련을 겪고 있다. 그나마 동부그룹을 먹여 살리고 있는 곳이 바로 동부화재를 비롯한 금융 관련 계열사다. 동부그룹은 사실상 동부화재를 중심으로 한 금융 계열사와 동부대우전자 등을 중심으로 한 제조 계열사 두 축만 남았다.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 연합포토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 시사저널 최준필

동부화재, 검사 출신 임원이 사태 파악 나서

그나마 동부화재 쪽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는 것이 그룹의 유일한 위안거리였다. 동부화재의 올 상반기 순이익은 237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 증가했다. 특히 투자 영업이익이 4969억원으로 13.5% 늘어나며 이익 상승을 견인했다. 매출액도 5조629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4%, 영업이익은 3429억원으로 7.8% 늘어났다. 여기에 7월 실적도 순이익 351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1%나 향상됐다. 이런 상황에서 대규모 사기 사건이 벌어지자 동부화재는 폭탄을 맞은 듯한 분위기다. 일단 검사 출신 임원인 황 아무개씨를 중심으로 T사에 지급한 금액 중 허위 또는 과다 청구된 금액이 얼마인지 파악 중이다. 정확한 금액이 파악되면 소송 등을 통해 돌려받겠다는 입장이다.

현대해상·메리츠화재 “그나마 다행” 안도

KB손해보험 측 분위기도 뒤숭숭하긴 마찬가지다. KB손해보험은 지난 6월 KB금융지주에서 LIG손해보험을 인수한 후 바뀐 이름이다. 사명을 빼고는 사실상 LIG손해보험 인력과 조직이 그대로 남아 있다. 그런데 이번 보험사기 사건이 LIG손보 시절 벌어진 것이어서 LIG손보 측 임직원들의 분위기가 침체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KB금융지주에서는 피해 금액 등이 정확하게 파악되면 관련자들을 문책하겠다는 방침을 정한 상황이어서, 옛 LIG손보 인사들은 칼바람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LIG손보는 이미 지난해 3월 미국 영업점의 대규모 손실이 밝혀지면서 뉴욕 금융감독청(DFS)으로부터 신규 영업정지 조치를 받은 바 있다. 이 때문에 인수가격을 둘러싸고 KB금융과 LIG 간 이견이 계속되다 지난 3월 양측은 결국 인수가격을 낮춘 6450억원에 최종 합의했다. 이번 보험사기 사건은 당시 대규모 영업손실에 이어 다시 한번 미국에서 벌어진 사건으로 기록되게 됐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만약 이 사건이 사전에 파악됐다면 인수가격이 달라졌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KB금융지주 측도 떨떠름한 분위기는 마찬가지인 것으로 전해진다. KB가 LIG손해보험 인수를 추진한 것은 임영록 전 KB금융지주 회장 때부터지만, 임 전 회장이 금융 당국과 마찰을 빚으면서 승인이 보류된 바 있다. 꼬인 매듭을 풀었던 인물이 2014년 11월 취임한 윤종규 현 KB금융지주 회장이다. 그는 꼬일 대로 꼬였던 승인 건을 취임 한 달 만에 풀어내며, 회장 취임 후 첫 번째 성과로 LIG손보 인수 승인을 꼽았다. 하지만 LIG손보에서 대규모 보험사기 사건이 발생하면서 자신의 성과에 흠집이 난 셈이다.

반면 상대적으로 피해 금액이 적은 현대해상과 메리츠화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두 회사 관계자들은 시사저널과의 전화통화에서 “우리보다는 동부와 KB의 피해 금액이 압도적으로 큰 만큼 경찰 조사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대해상 측 관계자는 “T사와의 거래를 중단했고, 사건이 불거지지 않았다면 우리도 피해 금액이 늘어났을 텐데 오히려 사전에 문제가 불거져 예방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전체 보험사기의 11%만 적발  


금융감독원이 9월8일 국회 정무위원회 김정훈 위원(새누리당 의원)에게 제출한 ‘2014년 기준 보험사기 규모 추정’ 자료를 보면, 지난해 보험사기 규모는 계산 방식에 따라 3조9142억?5조4568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다. 금감원에 따르면, 생명보험과 손해보험에서 보험사기로 적발된 금액은 2011년 4236억원에서 2012년 4533억원, 2013년 5189억원, 2014년 5997억원으로 매년 급증하고 있다. 보험사기는 그 의도성을 입증하는 게 쉽지 않은 만큼 사기당한 금액을 정확히 계산하기도 어렵다. 그렇다면 금감원 측은 보험사기 금액을 어떻게 추산했을까. 금감원은 두 가지 방식으로 지난해 적발되지 않은 보험사기 규모를 추정했다. 먼저 2010년 기준의 보험사기 비율인 3.6%를 지난해 지급보험금(183조2525억원)에 적용한 결과에서는 보험사기 누수 규모가 3조9142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다. 다음으로 금감원은 보험사기 적발 금액의 증가율이 보험사기 규모의 증가 추세와 동일하다고 가정해 지난해 누수 규모를 추정했다. 보험사기 적발 금액이 2010년 3747억원에서 지난해 5997억원으로 60% 증가한 것을 2010년의 보험금 누수 금액(3조4105억원)에 적용한 결과, 무려 5조4568억원이라는 금액이 도출됐다. 지난해 금감원이 적발한 보험사기 금액이 5997억원이므로, 이 추정에 따르면 전체 보험사기의 11%만 적발된 셈이 된다.

금융감독원이 9월8일 국회 정무위원회 김정훈 위원(새누리당 의원)에게 제출한 ‘2014년 기준 보험사기 규모 추정’ 자료를 보면, 지난해 보험사기 규모는 계산 방식에 따라 3조9142억?5조4568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다. 금감원에 따르면, 생명보험과 손해보험에서 보험사기로 적발된 금액은 2011년 4236억원에서 2012년 4533억원, 2013년 5189억원, 2014년 5997억원으로 매년 급증하고 있다.

보험사기는 그 의도성을 입증하는 게 쉽지 않은 만큼 사기당한 금액을 정확히 계산하기도 어렵다. 그렇다면 금감원 측은 보험사기 금액을 어떻게 추산했을까. 금감원은 두 가지 방식으로 지난해 적발되지 않은 보험사기 규모를 추정했다. 먼저 2010년 기준의 보험사기 비율인 3.6%를 지난해 지급보험금(183조2525억원)에 적용한 결과에서는 보험사기 누수 규모가 3조9142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다.

다음으로 금감원은 보험사기 적발 금액의 증가율이 보험사기 규모의 증가 추세와 동일하다고 가정해 지난해 누수 규모를 추정했다. 보험사기 적발 금액이 2010년 3747억원에서 지난해 5997억원으로 60% 증가한 것을 2010년의 보험금 누수 금액(3조4105억원)에 적용한 결과, 무려 5조4568억원이라는 금액이 도출됐다. 지난해 금감원이 적발한 보험사기 금액이 5997억원이므로, 이 추정에 따르면 전체 보험사기의 11%만 적발된 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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