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장사가 제일 쉽다고? 천만의 말씀”
  • 김성희 | 창업 칼럼니스트 (.)
  • 승인 2015.11.11 16:39
  • 호수 1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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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창업 시장의 트렌드세터 3인의 조언

프랜차이즈 시장은 모방의 천국이다. 색다른 아이템이 시장에 나오면 늦어도 3~6개월 이내에 비슷한 콘셉트의 브랜드가 쏟아져 나온다. 그만큼 차별화가 쉽지 않다. 이런 외식 창업 시장에서 자신만의 차별화된 브랜드로 굳건히 자리를 지키는 이들이 있다. 김성동 띠아모코리아 대표(46)와 장치봉 맵꼬만명태 대표(42), 최광준 피자헤븐 대표(41)가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30대 때 열정으로 브랜드를 만들어 40대에 창업 시장에서 신화를 써가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20대  치밀하게 창업 준비

카페띠아모와 띠아모커피를 운영 중인 김성동 띠아모코리아 대표는 20대부터 창업을 시도했다가 여러 번 실패를 했다.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그가 선택한 것은 베이커리회사에서 샐러리맨 생활을 하면서 눈여겨봤던 젤라토였다. 영화   <로마의 휴일>에서 오드리 헵번이 먹던 이탈리아 정통 아이스크림 젤라토의 미래를 본 것이다. 김 대표는 “이탈리아 젤라토에는 화학적 첨가물이 거의 들어 있지 않다. 소아과에서 식사를 자주 거르는 아이들에게 ‘젤라토를 많이 먹어라’고 말할 정도”라며 “이탈리아인들에게는 젤라토가 믿을 수 있는 식품이자, 어린 시절부터 함께해온 친구와 같은 존재라는 점에 주목했다”고 말했다.

ⓒ 띠아모코리아, ⓒ 시사저널 최준필

최광준 피자헤븐 대표는 18세부터 피자 배달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좋아하는 오토바이를 타면서 돈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시작한 일이 그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피자업계 다크호스 브랜드를 만들어낸 것이다. 최 대표의 나이 23세 때였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1년 만에 2개 매장을 운영하는 등 20대 성공 신화를 만들어냈다. 피자헤븐의 특징은 18인치(46cm) 대형 피자이면서도 가격은 합리적이라는 점이다. 여기에 모든 피자 메뉴를 신크러스트로 주문할 수 있다.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폭을 넓혔다. 신크러스트 피자는 얇은 도우를 여러 겹 눌러 만든다. 바삭한 식감이 특징이다.

한식업계의 떠오르는 유망주인 장치봉 맵꼬만명태 대표는 29세 때 한식조리사 자격증을 따면서 고깃집 창업에 나섰다. 이렇게 시작한 브랜드가 ‘주경야돈’이다. 한때 50여 개의 가맹점을 오픈시킬 정도로 성공적이었다.

 30대  차별성으로 브랜드를 만들다

2000년대 초 골라먹는 재미가 있다는 31가지 공장식 아이스크림이 인기를 끌었다. 당시까지만 해도 커피전문점에서 아이스크림을 팔지 않았다. 김성동 대표가 2005년 론칭한 카페띠아모는 커피를 주력으로 하는 커피전문점이 아니었다. 김 대표는 매장에서 직접 만드는 젤라토 아이스크림을 들고나왔다. 국내 최초로 ‘젤라토 디저트카페’를 프랜차이즈 아이템으로 론칭한 것이다. 커피는 사이드 메뉴다. 실상은 젤라토 아이스크림이 주 메뉴였다.

젤라토 디저트카페 카페띠아모는 말 그대로 대박이 났다. 100만원으로 사업을 시작해 6년 만에 연매출 200억원을 훌쩍 넘겼다. 김 대표의 말이다. “창업에 성공하려면 경쟁자를 압도할 만한 무기가 있어야 한다. 나의 무기는 이탈리아 아이스크림 젤라토였다. 웰빙 트렌드에 부합하는 아이스크림이기 때문이다. 선택과 집중이라는 말이 있다. 2010년 전후로 ‘선택과 집중’이나 ‘혁신’은 마케팅 전략의 필수로 떠오르고 있다. 알고 보면 별게 아니다. 혁신과 창조는 생각보다 가까운 데 있었다.”

성공적으로 고깃집을 운영하던 장치봉 대표는 2008년부터 고민에 빠졌다. 비슷한 고깃집 프랜차이즈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났기 때문이다. 고민하던 그에게 떠오른 아이템이 명태 요리였다. 벤치마킹하기 어려운 메뉴 구성과 맛이라면 프랜차이즈 시장에서 장수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년 정도를 매달리면서 메뉴 세팅에서부터 가공 작업, 수분율(水分率)  조정 등의 시스템을 만들어냈다.

맵꼬만명태의 최대 무기는 바닷바람에 말린, 수분율 70%를 자랑하는 명태다. 까다로운 건조 방법 때문에 시중에 유통되지도 않는다. 비린내가 없고 꼬들꼬들하며 고소한 맛이 혀의 식감을 키워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고소한 명태와 아삭한 콩나물, 특제 양념이 어우러지면서 쉽게 모방할 수 없는 음식을 만들어낸 것이다. 건강식품으로 이름 높은 명태의 효능까지 알려지면서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한식의 퍼플오션이 창출됐다.

성공적으로 피자 가맹점을 운영하던 최광준 대표는 2006년 ‘세금 폭탄’을 맞았다. 세금이라는 개념을 잘 몰라 비롯된 실수였다. 2개 매장을 정리할 수밖에 없었다. 2008년 호주의 ‘피자헤이븐’ 국내 라이선스(상표권)를 획득한 친형과 함께 피자헤이븐으로 다시 도전에 나섰다. 이때 그의 총 재산은 5000만원이었다.

  40대  성공은 쉽지 않았다

2010년 가맹 사업을 시작한 맵꼬만명태는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몸에 좋은 웰빙 요리인 데다, 중독성 강한 매콤함으로 일주일에 2~3번 이상 매장을 찾는 고객이 크게 늘어났다. 가맹문의도 이어졌다. 하지만 성공은 평탄하지 않았다. 그와 사업을 같이 진행하던 이가 장 대표 몰래 상호를 등록하고 별도의 비용을 요구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결국 지금의 맵꼬만명태로 상호를 변경하면서 기존 가맹점의 간판을 모두 무상으로 교체해줬다. 가맹점의 식기를 모두 교체하는 데 수억 원의 비용이 지출됐다.

사람에 대한 신뢰 또한 휘청거렸다. 그럼에도 장 대표는 ‘FUN(펀, 즐거움)’이라는 회사 경영 키워드를 잃지 않았다. 점주가 즐거우면 고객도 즐겁고, 본사 직원도 즐겁다는 것이다. 직원들이 회사 내에서 자신의 의견을 충분히 말할 수 있도록 벙어리 경청도 실시 중이다. 즐거운 일터, 즐거운 가맹점, 그것을 바탕으로 고객에게 행복을 제공하겠다는 그의 꿈을 조금씩 실현 중이다.

최광준 대표는 2008년 피자헤이븐이라는 상표권을 사용하기는 했지만, 메뉴 모두를 직접 개발했다. 오랜 기간 피자 가맹점을 운영한 노하우를 최대한 활용했다. 문제는 피자집이 승승장구하면서 그의 비법을 전수받고 싶어 하는 이들이 크게 늘어났다는 점이다. 호주 피자헤이븐 본사에서는 과도한 로열티를 요구했다. 최 대표는 ‘피자헤븐’이라는 독자 브랜드를 만들었다. 호주 피자헤이븐 측은 상표가 비슷하다는 이유로 딴죽을 걸어왔다. 최 대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기술 이전을 받지 않은 데다, 피자 메뉴를 최 대표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점 등을 인정해 최 대표의 손을 들어주었다. 최 대표는 “18인치 피자는 일반 피자보다 크기 때문에 치즈·소스 등 재료가 많이 들어간다”며 “그럼에도 최고급 재료를 이용한 농축 소스를 사용한다. 프랜차이즈 사업은 장인정신을 갖고 뛰어들어야만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성동 대표의 경우 장 대표나 최 대표처럼 간판 교체와 같은 어려움을 겪지는 않았다. 하지만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노출될 수 있는 변수들을 해결하기 위해 고심 중이다. 띠아모(TIAMO)는 이탈리아어로 ‘당신을 사랑합니다’라는 의미다. 가맹점주와 소비자 모두에게 사랑을 주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그래서 그는 ‘위기의 현재’를 이겨내고 가맹점주에게 ‘희망의 미래’를 전해주기 위해 오늘도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 시사저널 최준필

트렌드세터로서 창업자들에게 해줄 조언은?

장치봉 대표는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하면서 매일 세 가지를 실천하며 직원들에게 강조하고 있다. 첫째는 위기의식이다. 경쟁이 치열한 외식업계에서 생존하려면 적당한 긴장감과 위기의식이 있어야 시장 흐름에 대응할 수 있다는 얘기다. 둘째는 변화하는 노력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고객의 니즈(욕구)와 시장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항상 변화하는 사고와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 세 번째는 창의적 도전이다. 직원들이 창의적인 생각을 가져야 하고 그것을 통해 조직이 탄탄해질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창업을 준비하고 있는 이들에게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음식 장사가 제일 쉽다는 얘기가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그는 “쉽게 시작할 수 있지만 성공하기 어려운 것이 음식 장사”라며 “의욕에 앞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성공 확률이 높은 아이템을 선택하고 두 번 세 번 따져본 후 준비해야 성공에 다가갈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성동 대표는 “경쟁이 심한 외식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차별성과 경쟁력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며 “남이 좋다고 해서 무작정 따라 하면 안 된다.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아이템을 선택해야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다”고 말했다. 최광준 대표도 “피자와 인연을 맺은 지 20여 년이 흘렀다. 그 열정이 지금의 브랜드를 존재하게 만든 힘”이라며 “예비 창업자도 맛에 대한 열정, 매장에 대한 열정이 있어야 고객으로부터 인정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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