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로에서]한국이 일본을 다루는 법
  • 박영철 편집국장 (everwin@sisapress.com)
  • 승인 2015.12.17 18:10
  • 호수 1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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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일 관계가 더 나빠질 조짐입니다.

11월23일 발생한 일본 도쿄의 야스쿠니(靖國) 신사 남자 화장실 폭발음 사고의 용의자가 한국인 전 아무개씨인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입니다.

일본의 여론은 들끓고 있습니다. 극우파들은 물 만난 고기처럼 혐한(嫌韓) 분위기를 부채질하고 있습니다. 대상이 일본 최대 신사이면서 일본 우익의 총본산 격인 야스쿠니 신사인 탓입니다.

그까짓 신사 하나가 뭐길래 남자 화장실 폭발음 사고 난 것 갖고 이렇게 호들갑을 떠느냐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보통 일본인의 관점에서 보면 이곳은 한국의 국립현충원과 비슷한 곳입니다. 도조 히데키(東條英機)를 비롯한 2차 대전 A급 전범 14명이 합사돼 있어 한국과 중국 등 이웃나라의 반발이 심합니다.

그런데 일본인들의 생각은 많이 다릅니다. 기본적으로 246만여 명의 전몰장병을 신으로 모시는 시설이니 문제가 없고 A급 전범 14명은 그중의 극히 일부라는 것이죠. 극우파들은 A급 전범 14명을 가리켜 “우리가 태평양전쟁에서 이겼으면 영웅 소리를 들었을 분들”이라고 치켜세웁니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생각이 다른 것은 놀랄 일이 아닙니다. 문제는 국제사회의 여론입니다. 한국인들은 위안부·징용 등 일제 강점기 시절의 참혹한 역사에 대해 미국·유럽연합(EU) 등 힘센 나라 사람들이 동정적일 것이라고 굳게 믿는 경향이 있습니다.

사실은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이들 강대국도 식민지를 거느렸던 가해자이기 때문입니다. 1차 대전과 2차 대전은 선발 제국주의와 후발 제국주의 간의 밥그릇 싸움이라는 것이 본질입니다. 초록은 동색이고 자칫하면 ‘뭐 묻은 개가 뭐 묻은 개 나무라는’ 격이 되는 거죠.

홍보 전략도 주요 원인입니다. 한국인의 홍보 전략이 “진실은 세상이 알아줄 것”이라고 믿는 거라면, 일본인의 그것은 “진실을 세상이 알게 할 것”입니다. 소극적 홍보와 적극적 홍보, 누가 이길까요? 일본은 인상파를 태동시킨 미술의 나라, 오페라 <나비부인>의 배경인 나라, 프랑스 요리 등과 함께 세계 최고 음식 반열에 오른 일식의 종주국 등등 세계적 이미지 강국으로 떠올랐습니다.

1960년대 이후 경제 성장에 힘입어 한국의 이미지가 많이 좋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글로벌 차원에서 보면 일본과는 아직 격차가 큽니다. 한·일 이미지 경쟁에서 우리가 뒤처지고 있는데 뒤집기를 할 수 있는 방법이 뭘까요?

한국이 가장 빨리 일본을 잡으려면 일본에 대한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입각해 일본을 평범한 외국의 하나로 대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일본이 추악한 과거를 숨기려고 기울이는 노력보다 더 열심히 우리의 참혹했던 피해 사실을 알리고, 한국의 휴머니즘과 아름다움을 전 세계에 널리 전파해야 합니다. 지구촌 곳곳에서 한국의 우군이 생길 때 비로소 일본은 한국에 고개를 숙이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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