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총수일가 다사다난 2015년...기업비리부터 혼외자 고백까지
  • 한광범 기자 (totoro@sisapress.com)
  • 승인 2015.12.31 15:03
  • 호수 13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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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콩회항' 조현아 5개월 수감, CJ 이재현 실형, 롯데 경영권 분쟁, SK 최태원 사생활 커밍아웃

2015년에도 재벌 총수 일가들은 각종 사건사고에 얽히며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각종 기업범죄는 물론 도박으로 재판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또 땅콩회항과 중앙대 사태 등을 통해 구성원을 상대로 한 일부 재벌들의 몰지각한 행태가 드러나기도 했다. 아울러 최태원 SK 회장의 사생활 고백은 총수의 사생활이 그룹에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고스란히 보여주기도 했다.

◆비리로 서초동 들락날락...수감 생활도

조세포탈·횡령·배임 혐의로 재판을 받아온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말 그대로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지난해 9월 항소심에서 징역3년을 선고받은 후 올해 9월 대법원에서 원심 파기환송 판결을 받으며 집행유예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지난 15일 파기환송심은 징역 2년6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이 회장은 재상고를 한 상태지만 전망이 어둡다.

중앙대 비리로 기소된 박용성 전 두산그룹 회장(전 중앙대 이사장)은 지난달 20일 1심 재판에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박 전 회장은 중앙대 이사장 재직 시절 중앙대 총장을 지낸 박범훈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에게 학교 현안 해결과 함께 수천만 원의 뇌물을 건넸다.

앞서 그는 지난 3월 학내 구조조정 반대 교수들을 막말로 비하한 이메일이 공개되자 이사장직을 사퇴했다. 박 전 회장은 "목을 치겠다"거나 'Bidet委(비데위)', '鳥頭(조두)'라는 말로 교수들을 비하했다. 검찰은 이에 대해 박 전 회장을 벌금 150만원에 약식 기소했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지난 5월22일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후 석방됐다. / 사진=뉴스1

지난해 12월30일 '땅콩회항' 사태로 구속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5개월 동안 수감생활을 했다. 그는 지난 2월 진행된 1심 선고에서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조 전 부사장은 5월 항소심에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으로 감형돼 풀려났다. 피해 승무원이 미국 법원에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은 최근 각하되며 조 전 부사장은 막대한 배상은 피해갈 수 있게 됐다.

조 전 부사장의 아버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도 지난 9월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조 회장은 문희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부탁을 받고 문 의원의 처남을 허위로 취업시켜주고 급여 8억원 가량을 지급한 의혹을 받고 있다.

이밖에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은 도박·횡령·배임 혐의로 지난달 19일 1심에서 징역 3년6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재벌 경영권 분쟁...이번엔 롯데

지속적으로 나오는 재벌가 경영권 분쟁이 올해는 롯데에서 발생했다. 발단은 지난해 12월이었다. 일본 롯데 경영을 담당하던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전격 해임된 것이다. 본격적인 싸움은 신 전 부회장이 지난 7월 아버지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을 앞세워 반격에 나서며 시작됐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7월말 롯데홀딩스 이사회를 개최해 신 총괄회장까지 전격 해임하며 신 전 부회장의 반격을 제압했다. 절치부심하던 신 전 부회장은 지난 10월 기자회견을 통해 향후 소송계획을 밝히며 법정 공방을 본격화했다.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형제 간 경영권 분쟁에서 신격호(사진) 총괄회장의 판단력 이상 여부는 최대 쟁점으로 부각됐다. 사진은 지난 10월16일 집무실에서의 모습. / 사진=뉴스1

현재 한국과 일본에서 진행 중인 소송에서 초미의 관심사는 신 총괄회장의 건강상태다. 그가 스스로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릴 수 있는지가 쟁점이다. 한국에선 성년후견인 지정 신청을 법원이 심리 중이고, 일본에서도 재판부가 판단력 이상 여부를 결론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역설적으로 롯데는 경영권 분쟁을 거치며 기업의 투명성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신 회장이 여론을 의식해 내놓은 각종 기업개선 조치들이었다. 그동안 거미줄처럼 얽혀있던 순환출자 고리 상당수가 해소되고 재계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해온 기업 문화 개선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태원의 '커밍아웃'...총수 리스크의 재현

재벌 총수의 사생활은 단순히 사생활로만 치부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 최태원 SK 회장의 전격적인 '사생활 커밍아웃' 역시 마찬가지다. 최 회장은 지난 8월 광복절 특별사면을 통해 2년 7개월 동안의 수감생활을 마쳤다. 그는 적극적으로 경영에 참여하며 그동안의 총수 공백을 메우려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최태원 SK 회장이 지난 29일 한 언론사에 보낸 편지를 통해 불륜과 그로 인한 혼외자 존재를 고백하며 부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이혼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사진은 지난 8월14일 광복절 특사 출소 당시 모습. / 사진=뉴스1

하지만 최 회장은 지난 29일 한 언론에 보낸 사생활 고백이 담긴 편지로 또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서있다. 그는 이 편지에서 불륜과 그로 인한 혼외자 존재를 고백하며 부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이혼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최 회장은 지난 1988년 노 관장과 결혼 후 슬하에 1남2녀를 두고 있다. 노 관장은 결혼생활 27년째를 맞고 전직 대통령 딸로서 재산형성에 대한 기여가 상당하다는 평가를 재계에서 받고 있다. 시장에선 당장 두 사람이 이혼할 경우의 재산 분배로 관심이 쏠렸다. 재산 분할과 관련한 여러 시나리오도 돌았다. 최 회장이 SK그룹 지주회사인 SK 지분 23.4%를 가진 상황에서 재산 분할로 경영권이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됐다.

노 관장이 이혼의사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최 회장도 31일 뒤늦게 편지 의도가 가정사에 대한 커밍아웃 차원에 불과하고 이혼소송 의사가 없다고 밝히며 수습에 들어갔다. 그러나 이미 주가 하락 등으로 인한 기업가치 하락은 물론 재산분할 이슈가 불거지며 경영권에 대한 불안감마저 시장에 안겨주며 총수리스크를 그룹에 안긴 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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