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 송금해도 돌려받기 어렵다…“제도 개선해야”
  • 장가희 기자 (gani@sisapress.com)
  • 승인 2016.03.08 18:06
  • 호수 13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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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액은 떼이기 일쑤...착오 송금액은 계속 증가
시민들이 서울 시내에서 은행 현금자동화기기(ATM·CD)를 이용하고 있다 / 사진=뉴스1

경기도 안양에 사는 장윤희(가명·65)씨는 지난해 6월 은행 ATM기기를 통해 100만원을 이체했다. 그러나 계좌번호 2자리를 잘못 입력하는 바람에 모르는 사람의 계좌로 돈이 입금됐다. 은행 직원이 수취인에게 연락을 취했지만 받지 않았다. 장 씨는 법원에 부당이득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송장을 받은 피고는 반환을 거부하다 “정신적 피해보상금과 계좌이체를 위해 은행에 가야하는 수고비를 뺀 액수만 돌려주겠다” 답했다. 수개월에 걸친 소송 끝에 장 씨는 소를 취하하고 100만원 중 40만원만 돌려받았다.

개인이 은행간 자금 이체 과정에서 실수해 엉뚱한 이에게 송금하면 돈을 돌려받기 어려워 관련 법과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5월 금감원에 접수된 착오송금 관련 민원은 2013년 141건에서 2014년 175건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2014년 4월~2015년 3월중 송금인이 타행에 착오송금한 금액의 반환을 은행에 청구한 규모는 1708억원이다.

금감원이 2015년 5월에 발표한 최근 1년간 발생한 타행 착오송금 반환청구 현황 / 자료=금감원

착오송금액은 법적으로 수취인의 예금이라 송금인은 수취인 동의 없이 자금을 돌려받을 수 없다. 금감원은 지난해 수취은행이 송금은행에 수취인 접촉이력과 미반환 사유를 전달하도록 제도를 개선했다. 최근 모르는 번호는 받지 않는 사례가 늘어 수취은행의 수취인 접촉 노력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문제는 수취인이 연락을 받지 않거나 송금액 반환을 거부할 경우다. 송금인은 반환청구소송을 진행해야 한다. 금액이 소액이라면 복잡한 절차와 비용 때문에 반환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

사례에서 장 씨측 소송을 대리한 변호사는 “일반적으로 소를 제기하고 집행되기까지 6개월 정도 걸린다”며 “수취인이 괘씸해 착오송금액을 돌려받으려 변호사를 찾아왔다가도 소송기간, 변호사 선임비용 때문에 포기한다”고 말했다. 수년전 5만원을 착오 송금한 나지선(주부·60)씨는 “소송 시간과 비용을 생각하면 5만원을 포기하는 편이 나았다”고 말했다.

은행 역시 반환을 강제할 수 없다. 한 시중은행 직원은 “착오송금을 받은 계좌 주인이 연락을 받지 않는다고 은행이 반환을 강제하는 법안은 없다”고 답했다. 대법원 판례 역시 계좌이체에 관여한 은행은 중개역할만 해 특별한 이해관계가 없다고 판시한다.

김용태 금감원 은행제도팀장은 “금융소비자를 위한 방안을 꾸준히 마련하고 있지만 은행이 착오송금 반환을 강제할 수 없고 반환이 어려울 경우 송금인이 소송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이에대해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금융국장은 “착오송금으로 인한 민원은 수차례 있었다”며 “소액 착오송금 뿐 아니라 압류·휴면계좌일 경우에도 송금인이 반환금을 받을 수 없어 법적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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