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승필 고려대 안암병원 유방센터장 “건강보조식품 효과 없어"
  • 윤민화 기자 (minflo@sisapress.com)
  • 승인 2016.04.12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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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에 좋다는 음식 무작정 섭취하면 독"
본지는 정승필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유방센터장과 지난 4월 초 인터뷰를 가졌다. / 사진=김재일 기자

유방암은 다른 난치병이 그렇듯 근거 없는 속설이 많이 나돈다. 종합편성채널 MBN이 지난 2월21일 방영한 건강정보 프로그램 '천기누설'에서 유방암 예방 식품으로 석류를 추전했다. 방송이 나간 뒤 유방암 환자들이 석류 섭취를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나친 석류 섭취는 유방암 치료에 해가 될 수 있다. 정승필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유방센터장은 “유방암에 좋다는 음식은 해마다 바뀐다. 올해는 석류다. 많은 환자들이 석류를 농축액으로 섭취하고 있다. 절대로 해선 안될 행동이다. 속설만 믿고 오히려 병세를 악화시키는 경우도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난치병 환자 상당수가 민간 치료요법에 의존한다. 그러다보니 검증되지 않은 치료 요법 탓에 치료가 불가능해지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정승필 센터장과 4월 초 안암병원 유방센터에서 인터뷰를 갖고 유방암 치료에 대한 오해를 풀어봤다. 정승필 센터장은 2015년부터 한국유방암환우청엽합회 자문의사로도 활동해왔다.  

 

본지는 정승필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유방센터장과 지난 4월 초 인터뷰를 가졌다. / 사진=김재일 기자

다음은 정승필 센터장과 일문일답.

건강보조식품이 유방암 치료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

“건강보조식품은 아무 효과 없다. 유방암 치료에 아무 도움 안된다. 유방암 환자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마찬가지다. 그래도 먹겠다면 말리진 않는다. 이왕 섭취한다면 성분을 정확하게 따지길 권한다. 간혹 환자 중 해독주스와 같은 음료 제품을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에 구매하는 경우도 있다. 해독주스보단 생 과일을 자연 그대로 섭취하는걸 추천한다.”

건강보조식품을 복용해도 아무 효과 없다는 말인가.

“그렇다. 아무 효과 없다. 최근 영향력 있는 해외 논문에 따르면 건강보조식품을 복용하지 않는 사람이 더 오래 사는걸로 나타났다. 환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건강보조식품은 오메가3, 글루코사민 등이다. 이 성분들은 일반 음식에 모두 포함돼있다. 보조제를 따로 섭취하는 것보다 음식을 골고루 먹는게 중요하다.”

환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건강보조식품은.

“홍삼, 오메가3, 비타민 등이다. 비타민 보조식품 경우 먹어봤자 아무 소용 없다. 차라리 과일 한 조각 더 먹는 걸 권한다. 어떤 건강보조식품은 값이 수백만원대까지 나간다. 환자들이 영업 상술에 휘둘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건강보조식품 부작용 사례가 있다면.

“부작용 사례는 많다. 특히 즙이나 액을 섭취한 후 간, 신장 수치가 망가지는 경우가 많다. 간, 신장 수치가 불안정해지면 정상으로 회복하기 전까지 항암 치료를 미뤄야 한다. 항암 치료제 자체만으로도 간 수치가 오르고 신장이 나빠질 수 있다. 항암 치료 중 의사들이 모르는 성분을 먹으면 몸은 더 망가진다.”

부작용 사례 중 기억 남는 환자는?

“한약을 먹고 간 수치가 악화된 환자가 많다. 치료 도중에 한약을 복용하면 수치 악화 이유가 한약인지 항암제인지 구별할 수 없다. “병세가 악화되면 병원에서 검진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치료 도중 기도원에 들어가거나 검증되지 않은 의료진에게 치료를 받는 경우가 많다. 오랜 기간이 지난 후 병세가 악화돼 돌아온다. 이런 환자들을 보면 굉장히 안타깝다.”

유방암 환자들이 다이어트 제품에 관심이 많은데.

“유방암 종류 중 호르몬 수용체 양성 유방암은 여성 호르몬에 쥐약이다. 여성 호르몬이 재발 가능성을 높이기 때문이다. 항 호르몬제를 먹는 이유도 여성호르몬 분비를 막기 위함이다. 그런데 여성 호르몬은 난소, 지방 등에서도 만들어진다. 지방에서 나오는 여성 호르몬을 줄이기 위해선 살을 빼야 한다. 기본적으로 살을 빼려면 음식을 줄이고 운동을 늘려야 한다. 이를 못하는 환자들이 다이어트 약에 의존한다. 하지만 유방암 치료 중 절대 먹으면 안되는 약이 있다. 체중 유지가 도저히 안 될 경우 의사의 처방 하에 다이어트 약을 복용해야 한다.”

본지는 정승필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유방센터장과 지난 4월 초 인터뷰를 가졌다. / 사진=김재일 기자

최근 석류가 유방암의 예방, 치료에 좋다는 속설이 나돈다.  

“유방암 환자들은 절대 석류를 즙으로 먹어선 안된다. 자연 그대로는 괜찮다. 석류 하나에 든 여성 호르몬 양은 비교적 적기 때문이다. 하지만 석류를 즙으로 농축하면 그 안에 들어있는 여성호르몬 양은 극대화된다. 석류를 먹는다고 유방암을 예방하거나 치료할 수 없다. 석류를 많이 먹으면 먹을수록 여성 호르몬에 대한 노출은 커진다. 검은콩도 같은 예다. 자연 그대로 먹는 건 괜찮다. 농축해서 먹으면 문제다. 이같은 속설 때문에 매년 골치를 앓는다. 자연 그대로 먹는 음식은 아무 문제 없다는 사실을 명심하길 바란다.”   

소량의 아스피린이 유방에 좋다는 말이 있다.

“섣부른 판단이다. 소량의 아스피린이 유방암을 억제한다는 사실은 쥐 실험을 통해 입증됐다. 동물을 대상으로 한 실험을 사람에게 무조건 적용할 순 없다. 동물 실험을 통해 효과를 입증한 약은 많다. 그 중 인간에게 적용할 수 있는 약은 1%도 안된다.”

가슴 성형 수술한 환자들은 유방암 치료에 문제가 없나.

“가슴 성형수술 자체는 문제되지 않는다. 요즘 유방 성형술은 과거와 달리 대흉근 뒤쪽에 실리콘을 삽입한다. 초음파 기기도 좋아져 검사에 지장이 없다. 일부 비전문 의료진은 유방에 파라핀을 주입한다. 유방 확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이는 검증되지 않은 사실이다. 오히려 유방 내 알맹이가 생길 확률이 높아진다. 유방 내 이물질이 생기면 초음파 검사는 불가능해진다. 간혹 자기 지방 이식도 한다. 이 경우 지방 일부가 염증을 일으킬 수 있다. 가슴 성형 수술을 한다면 실리콘이나 보형물 삽입을 권한다.”

유방 재건수술 후 유방암이 재발한다면.

“다시 떼내야 한다. 유방을 모두 제거해도 재발 가능성은 늘 있다. 유방을 떼어내도 유방 조직 2~5%정도는 남는다. 그 남은 조직, 근육에서 암세포가 다시 생길 수 있다.

환자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유방암 치료를 받은 환자들은 병원에 다신 오기 싫어한다. 이해는 한다. 하지만 정기 검진은  5년, 10년이 지나도 계속 받아야 한다. 환자 중 유방암 재발이 최대 23년동안 유지된 사례도 있다. 유방을 모두 제거해도 암 세포 일부는 남을 수 있다. 치료 중 잠복해있다가 치료 후 나타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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