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피해 가족 "면피용 사과는 받을 수 없어"
  • 김지영 기자 (kjy@sisapress.com)
  • 승인 2016.05.02 14:0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피해가족 기자회견장에서 눈물로 호소
가습기 살균제 피해 가족이 2일 레킷벤키저 대표의 기자회견을 들은 뒤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시사비즈

가습기 살균제로 가장 많은 피해를 낸 옥시리킷벤키저가 2일 기자회견을 열고 5년 만에 공식 사과 입장을 밝혔다. 기자회견장에선 피해자들이 연단으로 올라와 거세게 항의하는 등 소동이 발생했다.

아타 울라시드 사프달 옥시레킷벤키저 대표는 이날 오전 11시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습기 살균제 사고 피해자를 위한 보상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사프달 대표는 “충분하고 완전한 피해보상안을 마련하기 위해 사과가 늦어졌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이어 “1·2등급 판정을 받은 피해자 가운데 옥시 제품을 사용한 분들을 대상으로 보상안을 마련하겠다”며 “기존에 발표한 인도적 기금 100억원은 가습기 살균제로 고통 받은 다른 분들을 위해 사용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때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가족들이 기자회견장 안으로 들어와 거세게 항의했다. 일부 피해자는 연단 위로 올라가 항의했고 “5년 전, 3년전에도 옥시를 찾아갔을 때 무시하더니 이제 사과하면 무엇하느냐” 는 고성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사프달 대표는 "이 사건을 완전히 해결할 때까지 책임지고 한국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며 피해자 가족들과 긴밀히 협의할 뜻을 밝혔다.

옥시 측 기자회견이 끝나자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가족연대 관계자가 연단에 올라 입장을 밝혔다.  피해자들은 이번 기자회견 역시 “사전에 연락 받은 적이 없다”며 옥시 측 사과의 진정성을 의심했다.  

만 1살된 아들을 잃은 최준웅 씨는 “수사 면피용 사과는 받지 않는다”며 “살인기업 옥시가 한국에서 자진 철수 할 것”을 요구했다. 그는 “옥시가 진정으로 사과하고 싶다면 피해자 한명 한명을 찾아와 ‘내가 내 아이를 죽인 게 아니다’ ’우리가 잘못했다’고 사과하라”고 항변했다.  

옥시레킷벤키저 관계자는 "피해자 가족들과 간담회를 갖겠다"며 기자회견을 서둘러 마쳤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