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과 통화 정책의 조화 필요
  • 김영익 |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
  • 승인 2016.05.12 18:02
  • 호수 138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선업 등 일부 산업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한국판 양적완화’와 한국은행의 역할에 대한 논쟁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재정과 통화 정책의 절묘한 조합과 더불어 사회적 통합이 필요한 시기이다.

 

현재 우리 경제 상황을 보면 기업의 구조조정은 필연적이고 정부의 역할은 커질 수밖에 없다. 2008년 미국에서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수요가 크게 위축되면서 거의 모든 산업에서 공급 과잉이 심각한 상태이다. 선진국들 중심으로 과감한 재정 및 통화 정책을 펼쳐 수요를 부양하고 있지만, 아직도 초과 공급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여기다가 우리의 경우 주요 산업의 경쟁력이 일본과 중국에 밀리고 있다. 조선업이 대표적인 예이다.

 

또 한 가지 우리 경제의 주요 특징은 민간 부문의 위축으로 정부 역할이 확대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있다는 것이다. 인구 고령화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가계는 저축을 늘리고, 지난해 말 현재 497조원 정도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은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다. 머지않아 1990년대 후반 이후의 일본처럼 기업이 자금 잉여 주체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가계 소비와 기업 투자가 줄면, 결국 정부가 돈을 써야 한다.

 

구조조정을 해야 하고 정부의 역할이 커지는 시기이다. 문제는 정부가 구조조정과 더불어 경기 부양을 위한 자금을 어떻게 조달해야 하는가에 있다. 정부가 예산을 편성하거나 소유 주식을 현물로 지원하는 방법, 한국은행이 국채나 해당 금융기관의 채권을 매입하는 방식, 그리고 직접 출자하는 방식 등이 있다. 가장 바람직한 방법은 정부가 국채를 발행하고 한국은행이 이를 사주는 것이다. 정부가 구조조정의 주체가 되고 한국은행의 독립성도 어느 정도 보장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전제조건이 있다. 늘어나는 정부 부채에 대한 국민(국회)의 동의가 있어야 하고, 정부가 시장원리를 지키면서 가장 효과적으로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 글로벌 경제에서 각 산업의 초과 공급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수요 측면에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공급을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구조조정은 시장화’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한국은행이 돈을 찍어내면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서 임금 소득자를 불리하게 할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그렇게 많은 돈이 풀리지도 않겠지만, 향후 몇 년간은 인플레이션을 우려하지 않아도 될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2016년부터 3년간 소비자물가 상승률 목표를 2%로 설정하고 통화정책을 운용하기로 했다. 그런데 올해 들어 4월까지 물가 상승률이 1%에 그치고 있다. 실제 물가 상승률이 6개월 연속 목표치에 비해 0.5%포인트 벗어났을 때, 한은 총재가 그 이유와 더불어 통화정책 운영방향을 국민에게 설명하기로 했다. 앞으로 이런 한은 총재의 모습을 자주 보게 될 것이다. 경제에 초과 공급이 존재하는 상태에서 통화승수마저 낮아지고 있기 때문에 돈을 풀어도 당장 물가가 오르기는 힘들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