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심은 어디서 나오는가?
  •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05.22 18:06
  • 호수 13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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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시 사태’로 상징되는 가습기 살균제 문제는 2011년에 제기됐지만 올 1월에 들어서야 검찰은 전담수사팀을 구성하는 등 적극적 수사 의지를 보이기 시작했다. 피해자 부모의 ‘자식을 죽인 것이 바로 자신’이라는 회한에 찬 인터뷰를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까닭 모를 미안과 공분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곧바로 ‘국가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된다. 과연 우리가 국가로부터 보호를 받고 있는 것인가 자문하게 된다.

 

 

아무리 소극적으로 국가의 역할을 해석해봐도 국가는 국민의 안위를 책임져야 한다는 의무와 책임이 포함된다. 이번 정부에서 유난히 국가의 책임을 묻는 일이 부쩍 많아졌다. 세월호 사건은 아직도 국민들에게 큰 상처로 남아 있다. 최근 단원고 학생들을 제적 처리해 희생 학생 부모들을 또다시 분노케 한 것을 보면 정부가 이 사건을 다루는 시각을 단적으로 알 수 있다. 사건 발생부터 사건 처리까지 정부에 대한 믿음을 가질 수가 없다.

 

메르스 사태는 또다시 국가의 무능력을 보여준 케이스다. 전염질병에 대한 즉각적이고 효율적 대처가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에 국민은 불필요한 공포에 떨어야만 했다. 국민 생활의 위축은 경제 위축으로 이어졌고 가장 큰 피해자는 영세 상인들이었다. 이러한 정부의 책임에도 불구하고 업무 책임의 수장은 문책은커녕 영전했다는 소식에 배신감을 느낀다.

 

이번 ‘옥시 사태’에 대한 정부 책임은 위의 두 사건에 비해 절대 가볍지 않다. 그동안 피해 당사자들을 외면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피해자들이 외국계 거대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는 것은 절망적 싸움이다. 사망에 이르게 한 인과관계를 과학적으로 증명해야 하고, 언제 끝날지 모르는 지루한 소송을 지속해야 한다는 사실은 개인의 역량을 넘어서는 것이다. 특히 자신을 자책하면서 지칠 대로 지친 피해자 부모나 가족들이 정부로부터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자포자기라는 절망이 눈에 아른거렸을 것이다. 이때 정부는 어디에 있었나? 터무니없는 이유로 자식과 가족을 잃은 국민을 뒷전으로 미뤄야 할 만큼 중요한 국가 안위의 문제가 있었다는 것인가? 

 

이러한 일련의 사태를 접하면서 가장 우려되는 것은 정부의 잘못이 지속되면서 국민들이 집권 정부를 넘어 국가에 대한 신뢰감과 자긍심을 잃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20대, 30대에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자랑스럽다는 생각은 50%초반에 불과하다(보훈처 2월 발표). 지난 3월 ‘서해수호의 날’ 기념사에서 대통령은 대한민국을 지키는 힘은 국민의 하나 된 마음과 애국심이라고 강조했다. 맞는 말이다. 그렇지만 정부는 국민에게 요구하기 전에 국민을 위한 최소한의 역할을 해야 한다. 

 

공자는 나라를 지키는 요소가 무엇이냐는 제자들의 질문에 신(信), 식(食), 병(兵)이라 답했다. 이 중 하나를 버려야 한다면 병이고, 또 하나를 버려야 한다면 식이라 답했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서는 국방도 중요하고 경제도 중요하다. 그러나 국가가 끝까지 지켜야 하는 것이 국민과 통치자 사이의 믿음이며, 믿음만 있으면 다른 모든 것을 이겨낼 수 있다고 말한 것이다. 2500년 전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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