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심을 잡아야 당권을 잡는다!”
  • 김현│뉴스1 기자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05.27 13:46
  • 호수 13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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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민주 당권 경쟁,‘친노·친문’ 세력의 선택이 최대 변수

20대 총선에서 원내 제1당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더민주)의 전당대회에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더민주의 전대에서 뽑힐 새 지도부는 향후 여야 3당 간 ‘협치’의 키를 쥐고 있는 데다 내년 대선까지 이어지는 정치일정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어서다. 특히 전대에서 선출되는 새 지도부가 내년 대선 후보 경선을 관리해야 하는 만큼 당내 대권주자는 물론 야권 내 제 세력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에 따라 더민주 전대에 출마할 후보군들의 움직임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더민주는 5월3일 당선자 및 당무위원 연석회의를 열고 전대 개최시기를 8월말에서 9월초 사이 정기국회 전에 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로써 당시 당내 비노(비노무현)·비문(비문재인) 진영을 중심으로 제기되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에 대한 추대론은 수그러들었다. 더민주는 곧바로 오제세 의원을 전대준비위원장으로 인선하며 전대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나섰다. 더민주는 전대와 관련해 조직강화특위를 개최, 당 조직 재정비에도 돌입한 상태다.

 

현재 더민주에선 7~8명 정도의 인사들이 차기 당권에 도전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5선 고지에 오른 추미애 의원과 4선의 송영길 당선자는 공개적으로 출마 의지를 밝히고 있다. 20대 총선에서 공천 탈락해 여의도 재입성에 실패한 정청래 의원도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으며, 4선에 성공한 박영선·이인영 의원과 김부겸 당선자, 5선을 달성한 이종걸 전 원내대표 역시 자천타천으로 당권 후보로 입길에 오르고 있다. 국회의장직 도전에 나선 정세균·박병석 의원 등도 현재로선 국회의장직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상황에 따라 당권 도전으로 선회할 가능성도 관측되고 있다.

 

 

 

추미애·송영길·김부겸 등 7~8명 후보군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는 인물은 공식적으로 출마 의사를 밝힌 송영길 당선자다. 송 당선자는 이미 20대 총선 출마 당시 “총선 후 전당대회에 당 대표로 출마해 야권혁신의 기수가 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내 86(1980년대 학번·1960년대 생) 그룹에 속하면서도 중도파 인사들 모임인 ‘통합행동’ 소속인 송 당선자는 벌써부터 전국을 돌며 부지런히 바닥민심 잡기에 돌입한 상태다. 송 당선자는 야권의 주요 행사인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과 5·23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7주년 추모식을 활용해 호남과 부산을 오가며 낙선자 및 당원들과 접촉면을 늘려가고 있다. 송 당선자와 가까운 한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전남 고흥 출신인 송 당선자는 당의 혁신을 통해 호남 등의 지지 기반을 복원시키고 정권교체에 역할을 하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다만, 86그룹에 속하는 우상호 원내대표가 선출돼 송 당선자에게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3선에 성공한 한 의원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86그룹의 운동권 출신인 우 원내대표가 있는 상황에서 당 대표마저 86그룹에서 하게 된다면 국민들에게 안정감과 신뢰감을 줄 수 있겠느냐”라고 지적했다.

 

추미애 의원도 사실상 당권 도전에 대한 의욕을 내비치고 있다. 추 의원은 5월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자리에서 자신의 당 대표 출마 여부에 대해 “요구가 있다면 거절하지 않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둔 바 있다. 추 의원은 당내 주류인 친노(친노무현)·친문(친문재인) 진영의 지원을 기대하고 있는 눈치다. 추 의원은 지난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 당시 문재인 전 대표, 안희정 충남지사 등과 함께 나란히 이동하며 스킨십을 강화하기도 했다. 추 의원은 문 전 대표 체제 당시 최고위원으로 합류해 문 전 대표와 호흡을 맞춘 것은 물론 김종인 대표에 대한 추대론이 제기됐을 당시 호남 참패 책임론을 제기하며 김 대표 측과 각을 세운 바 있다. 그래선지 당내 주류 진영에선 추 의원에 대한 호감도가 괜찮은 편이다. 한 주류 측 인사는 “현재 주류 진영을 뚜렷하게 대표할 후보가 없는 만큼 추 의원 카드도 충분히 검토해볼 수 있는 카드”라고 밝혔다. 

 

그러나 추 의원이 주류 진영의 최종 선택지가 될지는 미지수다. 한 핵심 당직자는 통화에서 “추 의원이 주류 진영의 지원을 기대하고 있겠지만, 과연 주류 측이 추 의원을 100% 신뢰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하는 게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주류 진영과 가까운 정청래 의원의 당권 도전 여부도 변수가 될 전망이다. 정 의원은 5월11일 한 라디오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당 대표 출마) 요청을 다수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고 그래서 고민이 없지는 않다”고 출마 가능성을 내비쳤다. 지난해 2·8 전당대회 최고위원 경선에서 2위로 당선된 저력을 감안하면 주류 진영의 전폭적인 지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하지만 정 의원의 정치적 색깔이 선명한 만큼, 외연확장을 시도하고 있는 문 전 대표 측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일 여지도 있어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 송영길 당선자, 박영선 의원, 김부겸 당선자(왼쪽부터).

 

文 “당권은 내가 개입·관여할 문제 아니다”

 

비주류 진영에선 김부겸 당선자와 박영선·이종걸 전 원내대표의 출마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다. 특히 비주류 진영 내에선 김 당선자의 출마를 독려하는 목소리가 심심치 않게 들리고 있다. 현재 김 당선자는 전대 출마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다만, 김 당선자 주변에선 내년 대선 후보 경선 쪽에 좀 더 시선이 가 있는 분위기다. 비주류 측에선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박영선 전 원내대표에 대한 기대감도 크지만, 총선 공천 과정에서 박 전 원내대표에 대한 주류 측의 불신이 큰 데다 ‘모래알 같다’는 비주류 진영을 결집시킬 수 있는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을지엔 물음표가 달리고 있다. 이종걸 전 원내대표의 출전 가능성도 높다. 이 전 원내대표는 당권 도전 가능성에 대해 “수권을 위한 당의 모습을 갖춰나가는 과정에서 필요하다면 어떤 것이라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당권 도전 가능성을 열어둔 바 있다.

 

더민주의 당권 레이스는 결국 주류인 친노·친문 세력의 선택이 결정적 변수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일단 문 전 대표는 “당권은 내가 개입하거나 관여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선을 긋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새 지도부가 내년 대선 후보 경선을 관리하는 만큼 문 전 대표가 마냥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어 보인다. 문 전 대표가 5월17일 광주지역 낙선자들과 가진 만찬에서 ‘호남 대표론’이 제기되자, “호남과 인연이 있거나 연관된 분들이 계시니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며 “호남 출신으로 치면 정세균·송영길 의원이 있고 추미애 의원 같은 경우 호남은 아니어도 친호남적 정서를 갖고 있지 않느냐”는 취지로 언급한 것으로 알려져 이들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그러나 당권 도전 가능성이 점쳐지는 후보들 가운데 뚜렷한 강세를 보이는 인물이 없다는 점에서 전대 흥행에 대한 고민의 목소리도 들린다. 한 당직자는 “당에서 실무적으로 준비는 하고 있는데, 전대에 나설 후보군은 여전히 안갯속”이라며 “뚜렷한 강자가 없어 대중적 관심도도 떨어질 수 있어 흥행 요소를 어떻게 만들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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