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 마인드’가 통증 재발 불렀나
  • 김남우 MLB 칼럼니스트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06.13 13:06
  • 호수 1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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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 빨라야 7월 중순 복귀… 관절와순 수술 후 16%만 재활 성공

 


 

올 시즌 메이저리그는 그 어느 해보다도 많은 한국인 메이저리거로 볼거리가 풍성하다. 연일 계속되는 홈런 소식과 오승환의 삼진 쇼는 하루가 멀다 하고 스포츠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한국인 선수들의 활약 속에서도 아쉬움이 남는 것이 사실이다. 아마 그 이유는 선발투수로 활약하는 선수가 없기 때문이다.

 

LA 다저스의 류현진은 지난해 5월 어깨 관절와순 수술을 받으며 1년을 통째로 쉬었다. 스프링캠프 때부터 어깨에 통증을 느꼈고 시범경기에서 등판을 거르는 등 조짐이 좋지 않았다. 구속(球速)도 나오지 않고 통증이 계속되자 결국 휴식을 취하고 부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시즌 초반 정확한 부상 원인을 발견하지 못한 채 공백이 계속됐다. 5월이 다가와서도 구속은 전혀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으며, 결국 우려했던 어깨 부상으로 밝혀지면서 수술을 받게 됐다.

 

그런데 다저스는 류현진에게 어깨 관절와순 부상이 있다는 사실을 입단 당시에 알았다고 한다. 다만 그때는 투구에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다저스는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류현진과 계약을 추진했다. 하지만 2014년 어깨에 통증이 발생했고 결국 이듬해에 수술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만약 류현진의 부상이 어깨 회전근이 파열된 것이라면 복귀 가능성은 1% 미만이 되겠지만, 관절경(관절내시경) 수술을 받은 선수의 경우 재기할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구속 90마일 끌어올린 후 통증 재발

 

일반적으로 관절경 수술을 받으면 재활 기간이 8~10개월 정도 걸린다. 예상대로라면 지난해 5월에 수술을 받은 류현진은 올해 3월에는 공을 던질 수 있었다. 류현진의 복귀 시점에 대해서는 말이 많았는데, 재활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되면서 본인도 개막전 로스터 합류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물론 이는 류현진의 희망사항일 뿐,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무리시킬 이유가 없다는 입장을 보여 5월 복귀를 예상하게 됐다.

 

순조롭게 재활을 하며 복귀할 것으로만 보였던 류현진은 3월3일 재활 불펜 투구를 소화하던 중 어깨에 불편함을 느끼면서 투구를 중단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4월에는 사타구니 근육 부상까지 당하면서 5월 복귀가 힘들어졌다.

 

5월16일 마이너리그 재활 등판에 나선 류현진은 구속이 시속 80마일 중반대를 보였고, 21일과 26일 등판하면서 구속을 시속 90마일까지 끌어올리는 데 성공해 복귀 가능성을 높였다. 앞으로 두어 차례 재활 등판을 거친 뒤 6월 중순이면 복귀가 가능해 보였다. 하지만 5월31일 어깨 통증이 재발하면서 모든 등판이 취소됐고 다시 부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지금 재발한 통증에 대한 원인이 수술 후유증인지 오랜만에 구속을 끌어올려서 일어난 근육통인지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복귀는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결국 류현진은 다시 처음부터 재활 프로그램을 소화한 뒤 4~5번의 재활 등판을 거칠 것으로 보인다. 즉 빨라야 7월 중순 복귀가 가능할 전망이다. 물론 통증이 없다는 가정하에 세울 수 있는 계획이다.

 

 

왼쪽 어깨 수술 후 메이저리그 복귀를 준비하는 류현진이 5월20일(현지 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랜초쿠카몽가 론마트 필드의 더그아웃에서 마이너리그 두 번째 재활 등판을 준비하고 있다.

 

빠른 복귀보다 완벽한 복귀 준비해야

 

류현진이 받은 관절와순 수술은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인 토미 존 수술보다 복귀 가능성이 큰 수술은 아니다. 2012년에 나온 미국의 야구 전문 사이트 베이스볼 프로스펙터스의 칼럼에 따르면, 2002년 이후 10년간 어깨 관절와순 수술을 받은 선수 67명 중 복귀하지 못한 선수가 20명이며, 50이닝도 못 던진 선수가 19명이다. 절반이 넘는 선수가 복귀에 실패한 것이나 다름없다. 성공적인 복귀 기준을 400이닝이라고 보면 67명 중 11명만이 이 기준을 넘어섰다. 수술을 받은 선수 중 16%만이 재활에 성공한 것이다. 물론 류현진의 경우 최악의 수술은 피했다고 하니 이보다는 복귀 가능성이 커 보인다.

 

문제는 이미 알려졌듯이 류현진이 메이저리그에 입성할 당시에 어깨 부상을 안고 있었다는 점이다. 시한폭탄을 단 채로 2년을 보낸 것이다. 어찌 보면 류현진의 부상은 예고된 일인지도 모른다. 류현진은 메이저리그에 오기 전 KBO에서만 1269이닝을 뛰었다. 수술을 받기 전까지 KBO와 메이저리그에서 총 1613이닝을 소화한 것이다. 중간중간 참가했던 국제대회는 덤이다. 지난해부터 공을 던지지 않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1987년생 야구선수 중 류현진보다 많은 이닝을 소화한 투수는 없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고교 에이스가 매 경기 등판하는 일이 비일비재했으니 류현진의 어깨는 고교 시절부터 무리를 해왔다고 볼 수 있다. 어찌 보면 회전근 파열이 아닌 것이 천만다행일지도 모른다.

 

류현진과 비슷한 부상을 당한 선수 중 가장 최근 선수로는 뉴욕 양키스의 마이클 피네다를 꼽을 수 있다. 2012년 수술을 받은 피네다는 그해 전체를 쉬었으며, 2013년에는 마이너리그에서만 10경기에 등판하는 데 그쳤다. 그리고 2014년 메이저리그에 복귀하기는 했으나 마이너리그를 포함해 총 15경기 등판에 그쳤다. 온전하게 돌아온 시즌은 지난해로 160.2이닝을 소화했다. 지난 4년간 피네다가 휴식을 취한 기간은 무려 2년 반이나 된다.

 

국내에서는 비슷한 사례의 선수로 박명환이 있다. 2006년 FA 최고액을 받으며 두산에서 LG로 이적한 박명환은 2008년에 류현진과 같은 관절경 수술을 받았고 이후 LG에서 2년간 19경기 등판에 그쳤다. 2011년부터 3년간 한 경기도 던지지 못한 박명환은 올해 NC에서 조금씩 기회를 얻고 있다. 비교적 쉬운 수술이었음에도 박명환은 회복에 어려움을 겪으며 예전의 구속을 잃어버렸고 지금은 기교파 투수로 변신했다.

 

류현진 본인은 복귀에 대한 의지가 강해 그동안 빠르게 재활 과정을 거치며 메이저리그 등판을 준비해왔다. 평소 긍정적인 마인드를 지닌 류현진은 복귀 가능성도 긍정적으로 생각했을지 모른다. 생각보다 조심스럽고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될 상황에 긍정적으로만 접근하다 보니 어깨 통증이 재발했을 가능성이 크다. 어깨 수술은 투수에게 상당히 치명적이다. 팔꿈치와 다르게 어깨는 칼을 대는 순간 선수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는 것이다.

 

과거 사례를 봤을 때 수술 후 성공적으로 복귀한 사례는 많지 않다. 그리고 1년 만에 성공적으로 복귀한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다. 류현진은 지금 빠른 복귀를 준비할 것이 아니라 완벽한 복귀를 준비해야 한다. 팬들 또한 인내심을 가지고 류현진의 복귀를 기다릴 필요가 있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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