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모르는 새 움츠러든 IS
  • 김경민 기자 (kkim@sisapress.com)
  • 승인 2016.06.23 09:4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수년 간 실행돼 온 IS소탕작전 상당한 성과 올려


한국도 더 이상 IS(이슬람국가)의 테러에서 안전한 국가가 아닌 걸까. 6월19일 국정원의 발표에 사람들은 주목했다. 이슬람 테러단체 IS의 해킹조직이 우리나라 민간인을 테러대상으로 지목했다는 내용이 세상에 공개됐다. IS의 해킹조직인 ‘유나이티드 사이버 칼리파’가 주한미군 공군기지의 위성지도, 좌표 등과 함께 공개한 8318명의 테러대상자 명단 중에는 한국인이 한 명 포함됐다.

유나이티드 사이버 칼리파는 비교적 최근에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진 조직이다. IS 산하에는 미국과 유럽, 아시아 국가들의 주요 정부 기관들을 해킹하는 조직들이 산재해 있었는데 최근 이들 조직 중 4곳을 통합해 만든 곳이 유나이티드 사이버 칼리파로 알려져 있다. ‘칼리파’(caliphate)는 ‘칼리프의 영토’라는 뜻이며, ‘칼리프’는 이슬람 제국 주권자의 칭호다.

한국인의 명단이 포함되자 이젠 한국도 테러 안전지대가 아니라며 경계 태세를 강화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반면 최근 수세에 몰리고 있는 IS가 다국적군의 공격을 와해시키고 ‘두려움’을 심기 위해 실체가 없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과거와 비교하면 소식이 뜸한 IS다. 뜸한 사이 미국과 러시아 등의 지원을 등에 업고 이라크와 시리아 등지에서 수년 간 실행돼 온 IS소탕작전은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IS 본거지에도 이미 3만 명 남짓의 대원만 남아 있으며 여기에서조차 대원의 이탈이 이어지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IS는 지금 어떤 상황에 처해 있을까. IS 세력의 본거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한 번 짚어보자.  

 

 

서방 다국적군의 IS에 대한 공격이 강화되면서 이라크 팔루자와 시리아 라카의 IS거점이 수세에 몰리고 있다. IS세력은 북아프리카 리비아, 이집트, 나이지리아 지역으로 세 확장을 꾀하고있으나 IS에 동조하는 대원 수는 현격히 줄어든 것으로 추산된다.

○ 시리아

 

지난 6월19일(현지시각) AFP 통신은 “친정부 시리아군이 IS가 ‘수도’라 부르며 주요 거점으로 삼아온 라카 인근지역인 타브카까지 진격했다”고 보도했다. 현재 시리아군은 타브카 공군기지 반경 6㎞ 내부에 진입한 것으로 전해진다. 기지는 IS의 근거지인 라카의 북부에 있으며 라카 중심부까지는 45㎞ 떨어져 있다.

이번 진입은 러시아의 공습 지원, 그리고 병력 강화를 등에 업은 승전보다. 시리아군은 일주일 전부터 타브카 기지를 15㎞ 앞둔 상태에서 전진하지 못해 난관에 봉착했지만 러시아의 지원으로 마침내 승기를 잡기 시작했다. 타브카는 IS가 2014년 장악한 전략적 운송거점이다. 시리아군이 이곳을 탈환한다면 시리아군은 라카로 향하는 IS의 물자 보급로를 차단할 수 있을 전망이다. IS로선 숨통이 끊기는 격이다.


○ 이라크


이라크 내의 IS 세력도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6월17일 하이데르 알아바디 이라크 총리는 “IS가 장악했던 팔루자 대부분 지역을 탈환했다”고 발표했다. 알아바디 총리는 이날 오후 텔레비전 방송 연설에서 이라크군이 팔루자 통제권 80% 가량을 확보했다고 전했다. 이번 선언은 이라크군이 5월23일 이라크 팔루자 탈환 작전을 시작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나온 것이다. 강경 수니파의 밀집 거주지역인 팔루자는 이라크의 수도 바그다드에서 서쪽으로 50㎞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데 2014년 1월 이후 IS가 2년 간 장악해온 곳이다. IS가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처음 점령한 주요 도시이기도 하다.

 

 

이라크, 시리아 지역에서 IS 점령지와 다국적군 탈환지. (2016년4월26일 기준) 출처. Institute for the Study of War, BBC

 

이라크군은 팔루자의 대부분을 수복하는 데 성공했으며 현재 최종목표인 니네베 주 모술 탈환작전도 2단계를 개시하고 있다. 모술은 이라크에서 IS의 상징적인 수도 역할을 해왔고 시리아의 라카와 함께 IS의 정신적 근거지로 여겨져 왔다.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장관은 6월17일 기자들에게 “이라크 정부군이 팔루자 지역을 재탈환했지만, 완전한 재탈환을 위해서는 좀 더 전투를 치러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 지역에서 IS의 세력이 열세에 접어든 것은 분명해 보인다.

쿠르드계 매체 루다우는 6월19일 “IS 조직원들이 모술의 정부 청사에 있던 각종 장비를 시리아 국경 지대로 옮겼다”고 보도했다. 이라크 근거지가 공격받는 상황에 대비하는 것이다. 쿠르드민주당(KDP) 소속 이스마트 라잡은 “IS는 지금 니네베 주 지역 정부 청사에 있던 값비싼 기계를 시리아로 분주히 옮기고 있다”며 “이라크 모술에는 더 이상 미래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리비아

 

IS는 그들이 ‘칼리프’ 영토로 선언했던 이라크와 시리아 뿐만 아니라 북아프리카의 거점 리비아에서도 정부군에 밀려나고 있다. AFP 통신과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리비아 통합정부군은 6월11일 IS의 거점 도시인 시르테의 요충지인 항구와 동부의 거주 지역을 탈환했다고 밝혔다.

시르테는 리비아의 전 국가원수인 무아마르 카다피의 고향이다. 2011년 ‘아랍의 봄’의 여파로 카다피 정권이 붕괴한 뒤 리비아가 두 개의 정부로 갈라져 혼란에 빠진 틈을 타 IS는 세력 확산에 성공했다.

리비아군 대변인은 영국과 미국의 군사적 지원으로 예상보다 손쉽게 IS 대원들을 물리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리비아군은 지난 한 달 동안 시르테 외곽에서 탈환 작전을 전개해 왔다. 지난주 시르테에서 남동쪽으로 30㎞ 떨어진 지점에 위치한 IS의 군사 기지를 탈환한 데 이어 6월8일에는 시르테 진입에 성공했다. IS는 현재 시르테 도심 5㎢ 구역 내에 포위된 채 자살 폭탄 공격과 부비트랩 설치로 저항하는 중이다.

물론 일부 전문가들은 “시르테 탈환이 리비아에서 극단주의자들을 몰아내는 데 성공했다는 의미가 될 수 없다”고 경고했다고 AFP는 전했다. 리비아에는 약 5000명의 극단주의 조직원들이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CNN 방송도 이라크와 시리아, 리비아에서 IS 격퇴 작전이 승전보를 울리고 있고 IS도 내부 분열로 흔들리고 있지만, 아직 자축하기에는 이르다고 분석했다.


○이집트


이집트 시나이반도를 거점으로 삼고 있는 IS는 수도 카이로까지 세력을 확대하려고 시도해왔다. 시나이반도 중북부 산악지대에서 활동하던 반정부 무장조직 안사르 베이트 알마크디스(ABM)는 지난해 11월 IS 지도자에 충성을 맹세하면서 단체명을 ‘시나 윌라야트(시나이 지방)’로 바꾸고 이곳을 근거지를 삼아 활동했다. 이들은 지난해 10월31일 이 지역에 추락한 러시아 민간 항공기를 자신들이 격추했다고 주장한 전적도 있다. 이집트 콥트교도들을 살해하고 시나이반도의 알 아리시 알 사파 검문소를 습격해 군경 20여명을 사살하는 등 여전히 국지적 테러행위를 이어오고 있다.


○나이지리아
 

IS는 시리아와 이라크 등지에서 점령지를 잃으며 퇴각했다. 물러난 이들이 새롭게 거점지로 삼은 곳이 리비아와 나이지리아 같은 북아프리카 지역이다. 지난해 초부터 세력을 빠르게 확장시키며 급격히 몸집을 불렸다. 뉴욕타임스 등 서방언론들은 나이지리아의 이슬람 무장단체인 보코하람이 IS와 협력관계에 있다는 정황 증거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기존의 시리아나 이라크 거점에 비하면 그 규모가 현격하게 작은 편이다. 시리아와 이라크 주둔 IS 대원수가 대략 3만명이라면 나이지리아에 있는 대원수는 7000명 수준인 것으로 추산된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