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 되면 '공약파기'가 아닐까
  • 박준용 기자 (juneyong@sisapress.com)
  • 승인 2016.06.23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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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을 믿고 표를 건넸던 게 문제였을까. 이번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에서 볼 수 있듯이 박근혜 정부의 ‘공약파기’, ‘공약후퇴’가 각 부문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물론 정권이 선거과정에서 유권자에게 내놓은 모든 약속을 지킬 수는 없다. 급변하는 상황, 여론 등을 고려해 수정할 수도 있는 법이다.


하지만 “해도 해도 너무하다”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변수들을 감안해도 공약이행 수준이 저조하기 때문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올해 2월 분석한 내용을 살펴보면 잘 나타난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공약한 20대 분야 674개 공약 중 완전이행된 공약은 41%(273개)에 불과했다. 후퇴된 공약은 39%(260개), 전혀 이행되지 못한 공약도 20%(134개)나 됐다.

이뿐만이 아니다. 당시 유권자가 인지하고 투표한 몇몇 핵심 공약들은 지켜지지 않았다. 핵심 공약들 중 일부는 정부가 실현 의지가 있었는지조차 의문이 들게 한다. 이 때문에 ‘공약파기’가 아니라 ‘허위공약’이라는 표현까지 사용된다. 시사저널은 정권이 지키지 못한 대표적 약속을 꼽아봤다.
 

 

■ 신공항 건설 하겠습니다

박 대통령은 2012년 8월 '동남권 신(新)공항 건설'을 공약으로 냈다. 2012년 대선 공약집에도 신공항 건설 내용을 넣었다. 박 대통령은 2012년 11월30일 부산·경남 유세에서 "부산 시민이 바라는 신공항은 반드시 건설하겠다는 것을 약속드린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신공항은 없었다. 6월21일 신공항에 대한 사전타당성 조사를 한 프랑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과 국토교통부는 신공항을 건설하는 대신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방안이 최적이라고 밝혔다. 그간 신공항 입지를 놓고 가덕도 유치를 지지했던 부산, 밀양을 지지했던 대구·울산·경북·경남 등은 여러 해 동안 치열하게 경쟁하고 갈등을 빚었으니 반발하는 것도 당연했다. 청와대는 6월22일 “김해공항이 신(新)공항이다. 공약 파기가 아니다”라는 답만을 내놨다.


■ 어르신께 기초연금 챙겨드리겠습니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박 대통령은 만 65세 노인 모두에게 기초연금 20만원을 지급하겠다고 강조했다. 결과적으로 이 공약은 노인 표심을 움직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선거 과정에서 이미 공약을 이행하기 위한 예산을 터무니없이 낮게 잡았다는 지적을 받았다. 당시 선거캠프는 공약별 소요비용을 명시한 공약가계부에서 기초연금 공약에 34조2000억을 책정했다. 하지만 이 비용만으로는 공약이행이 불가능했다. 지급대상을 소득 하위 70% 수준으로 축소해도 40조원 가량이 든다는 분석이 나왔기 때문이다.

 

2013년 박근혜 정부는 공약 후퇴를 결정했다. 정부는 모든 노인이 아닌 소득하위 70% 노인에게만, 그것도 20만원 균등지급이 아니라 국민연금 가입기간 등을 고려해 기초연금을 차등지급하기로 했다. 2015년 기준 기초연금수령자는 만65세 이상 인구 중 67%에 불과하다. 그중에도 20만원을 모두 받는 사람은 105만명에 그쳤다. 

 


■만 0세~5세, 국가가 책임지고 무상보육 하겠습니다

박 대통령은 2012년 12월,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0~5세 무상보육 공약’을 제시했다. 이명박 정부가 시행하던 보육 수준을 확대하기로 약속했다. 만 3~5세 유아에게 공통적으로 제공하는 교육·보육인 누리과정과 만 0~2세에게 제공하는 보육이 모두 공약집에 포함됐다.

 

하지만 이 약속은 결국 지켜지지 못했고 ‘보육대란’을 불러왔다. 정부가 이 공약의 예산을 지역 시도교육청에 떠넘기려하면서다. 0~2세 무상보육 공약은 이미 후퇴안이 마련됐다. 올해 7월부터 0~2세 영유아를 둔 전업주부는 어린이집을 7시간가량만 무상으로 이용할 수 있다. 정부가 내놓은 무상보육과 관련된 정책들은 “국가가 0~5세까지 모두 책임지겠다”던 공약집 내용과 대비된다.

■‘반값등록금’ 만들겠습니다

박 대통령은 2012년 대선 당시 ‘국민행복 10대 공약’에 “2014년까지 대학생 반값등록금을 실천하겠다”고 공약했다. ‘소득 1-2분위’ 학생을 대상으로 ‘전액 무상 지원(100%지원)’하고, 이외에는 소득 단계별로 등록금이 반값이 되도록 지원하겠다는 구상이었다. 2016년 초 정부는 “반값등록금 공약이 이미 실현됐다”고 홍보하는 중이다. 전체 등록금 14조원 중 반값인 7조원을 정부와 학교가 장학금으로 지원한다는 이유다.

 

하지만 여기에 맹점이 있다. 대학이 부담한다는 장학금 3조1000억여원은 기존에 있던 지원을 포함한 수치인데다가 소득을 연계 하는 장학금 지급 방식 때문에 ‘사각지대’가 나타난다는 분석이 많다. 더구나 그간 등록금 수준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2012년 4년제 대학교 1인당 연평균 등록금은 671만4000원이었고, 2015년에는 667만5000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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