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의 권모술수를 모르는 국민은 없다. 그저 참고 있을 뿐”
  • 조철 문화 칼럼니스트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06.24 14:28
  • 호수 13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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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금강》 통해 권력욕 다툼에 피폐해지는 민생의 아픔 그려낸 김홍정 작가

 

 

 

 

김홍정 지음 솔 펴냄 3권 세트  4만2660원

 

역사는 현실을 비추는 거울이라고 했다. 역사소설을 쓰는 작가 중 어떤 이는 이 말을 증명이라도 하려는 기세로 이야기를 써내려간다. 어떤 역사소설은 그 내용과 출생 시기의 일들이 오버랩되어 마치 현실을 비판하기 위해 쓴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최근 출간된 김홍정 장편역사소설 《금강》이 그렇다.  

 

“《금강》의 시대적 배경은 중종반정 이후 공신(功臣)과 사림(士林)들의 대립이 시작되면서 권력을 독점하려는 세력, 즉 임금을 세운 공신들과 왕의 측근·외척들로 인해 조선 건국의 중심이념인 민본이 흐트러지기 시작한 대표적인 시점이라 할 수 있다. 이들의 이전투구는 내우외환으로 이어져 민초들의 삶이 피폐화되고 번번이 희생되는 상황이 반복된다. 이러한 모습은 현대라고 해서 다를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대권을 장악한 세력을 중심으로 왜곡하기 시작한 권력구조는 자기들끼리의 세력 다툼뿐만이 아니라 차기 집권을 꿈꾸는 세력도 나라의 중심인 국민을 수시로 도외시하니까.”

 

“여민동락의 새 역사를 이루려 하는 희망”

 

충남 공주 태생인 김홍정 작가는 공주여고 교사로 재직하면서 단편집 《창천으로 오세요》 《해가 서산에 지면》 《양자강 이야기》와 소설집 《그 겨울의 외출》, 시집 《다시 바다보기》 등으로 이름을 알렸다. 10여 년 작심하고 자료를 조사하고 2년간 집필한 끝에 《금강》을 세상에 흘려보냈는데, 집필을 시작한 단초가 ‘세월호 참사’였다. “권력의 권모술수를 모르는 국민은 없다. 그저 참고 있을 뿐이다. 세월호로 인한 상처를 어떻게 치유할지 기대조차 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오래 준비해오던 것을 시작할 수 있었다.”

 

《금강》은 16세기 조선시대 끊임없이 이어진 당쟁과 사화(士禍), 그리고 임진왜란 중인 선조 29년(1596년)에 터진 이몽학의 난을 모티프로, 절망의 시대를 극복하려 목숨을 바친 세 여인의 처절한 삶을 그린 작품이다. “기묘사화·신사무옥·을사사화·기축옥사 등 사림과 훈구파 사이에 피비린내 나는 권력쟁탈이 벌어졌던 그 시기는 대외적으로 친명(親明) 외교에 의존하는 가운데 왜구의 침탈이 잦아지고 북방 여진과의 대치가 가팔라지던 때였다. 소설 속 백성들의 삶은 그들의 이름을 참칭(僭稱)한 소수 지배층의 권력다툼의 와중에 궁핍과 재변·횡액의 우연에 던져져 있었다. 물론 자연과 역사의 냉혹한 무심함이 가져다주는 잠깐의 평화와 행복이 그들에게 전혀 도착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세 주인공 연향·미금·부용은 여민동락(與民同樂)의 새 역사를 이루려 하는 모든 한국인의 간절한 희망의 이름들이다.”

 

폭군 연산군을 폐위한 중종반정 이후 조선의 조정은 이른바 공신과 사림 간의 끊임없는 권력투쟁의 소용돌이에 처박히고, 급기야 선비들이 떼죽임을 당하는 참극이 이어진다. 피비린내 풍기는 사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마침내 사림의 큰 스승 충암(忠庵)의 가르침을 따르는 ‘동계(同契)’가 결성되고, 동계를 중심으로 새 세상을 이루기 위해 자기 목숨조차 아끼지 않는다. 동계는 그 여인들을 품어 안았다. 세 여인에게 새 세상을 향한 꿈을 꾸게 했다. 여인의 꿈은 대체 무엇이었을까. 소설 속에는 이렇게 썼다. “어미의 꿈이라? 꿈은 아닐세. 우린 그저 스승님의 가르침을 실현할 뿐이네. 그 가르침이란 생각해보면 너무도 당연하고 쉬운 일이네. 아침 굴뚝에 연기가 나지 않는 집에 음식을 나누는 일이고, 지쳐 쉴 곳이 없는 이들에게 쉴 곳을 내주는 일일세. 이른 새벽, 사람을 가리지 않고 들에 나가 서로 인사하고 함께 일을 하는 것이고, 늦은 저녁 나란히 어깨를 하고 돌아와 얼굴을 보고 웃는 일이기도 하겠지. 노인이 아이를 돌보고, 아이가 어른을 공경하면 더욱 좋을 것이고, 억울한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한 번 더 돌아본다면 아름다운 세상을 이룰 것이야. 어미는 그렇게 살아서 사람들을 중히 여기는 세상을 이루고자 하셨지.”

 

조선시대 여인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당시 조선의 문화예술로서 ‘소리’를 생생하고 빼어나게 되살려내고 있다는 것에 대해 평론가들은 호평한다. 그런데 존재감 없었던 조선시대의 여인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이유가 무엇일까. 억지스러울 수도 있지 않을까. “조선에서의 여성의 역할은 매우 왜곡된 바 있다. 북방족에서 여성의 역할은 부족을 이어가고 부족의 살림을 책임지는 경제적 주체로서의 역할을 해왔다. 이러한 모습은 통일신라·고려시대를 거쳐 16세기까지 조선에서도 엄연히 존재했다. 그러나 성리학 중심의 사회체제가 성립하면서 여성의 지위가 뚜렷이 격하됐다. 《금강》에서는 상단과 소리채의 주인으로 여성의 역할이 돋보인다. 이들에게는 사랑의 주체이자 대상이기도 하지만, 경제적 주체로서 동계의 재정적 살림을 이끄는 주체로 설정했다. 가문을 잇고, 시대를 잇는 여성의 주체적 인식은 시대가 부침(浮沈)을 거듭했지만, 조선 여성의 강한 생존성은 면면히 이어졌다.”

 

현대라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다. 김홍정 작가는 ‘촛불시위’에 등장한 소녀나 어머니의 모습을 그저 우연한 한 현상으로 보지 않았다. 시대의 변혁 과정에서 변절하지 않고 당당한 죽음을 맞이하는 여성의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리고 《금강》은 흐른다. “그러나 세상은 태평하였다. 세상은 궁중에서 일어나는 일과는 달리 백성들은 삶의 터전에서 백성들의 곳간을 채우는 일에 열심이었고, 인심과 인정에 따라 흥청거리거나 쪼들리기도 하였다.”  

 

 

New Books


 

회사의 언어: 직장 언어 탐구 생활 


조직의 ‘에이스’들은 요란하게 자신을 포장하지도, 화려한 스펙을 깔고 들어오지도 않았는데, 조용하고 묵묵히 일하다 어느새 조직의 중요한 위치를 점한다. 그들은 회사의 언어를 구사할 줄 알았던 것이다. 수십 수백 명의 사람들이 보폭을 맞춰야 하는 회사에서 핵심을 짚어내고 박수 받고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직원의 언어 습관은 무엇일까.

 

 

 

 

김남인 지음 어크로스 펴냄 296쪽 1만5000원

 

 

내가 언제나 바보 늙은이였던 건 아니야


30대 젊은 작가가 쓴 철없고 엉뚱한 7080들의 일대기. 전직 강도·사기꾼·뱃사람이었던 ‘관습과 규칙의 파괴자’ ‘무중력 방랑자’ 레옹은 아파트 화재에서 구출돼 요양원에 들어간다. 소설은 요양원 사람들뿐 아니라 레옹의 과거 속 인물들이 품고 있는 삶의 비밀까지 하나씩 밝혀 간다.  

 

 

 

알렉상드르 페라가 지음 열림원 펴냄 320쪽 1만3000원

알렉상드르 페라가 지음열림원 펴냄320쪽1만3000원

 

책의 역습: 책의 미래는 밝다 


10년 동안 북 코디네이터로 일해온 저자는 옷가게·레스토랑 등에서도 책을 묶어 하나의 상품으로 판매한 경험을 바탕으로 책의 재미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책은 재미있다’는 것을 어떻게 전해 잘 팔 수 있는지 알려준다. 그는 종이책뿐 아니라 전자책·팟캐스트·인터넷방송·SNS 등 콘텐츠를 담고 있는 모든 것을 ‘책’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한다. 

 

 

우치누마 신타로 지음 하루 펴냄 248쪽 1만2000원

우치누마 신타로 지음 하루 펴냄248쪽1만2000원


 

나를 피곤하게 만드는 것들에 반응하지 않는 연습


‘쉬지 말고 계속 세상의 변화를 감지하라’는 현실에 오히려 ‘외부의 자극에 반응하지 마라’는 저자는, 인간관계로 고민했던 사람들, 그리고 과거의 실수에 연연했던 사람들에게 스쳐지나갈 일에 일일이 반응하지 않음으로써 인생의 긍정성을 회복하고 부정적인 감정에서 자유로워지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구사나기 류 지음 위즈덤하우스 펴냄 216쪽 1만2800원

구사나기 류 지음위즈덤하우스 펴냄216쪽1만2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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