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20년 전 오늘] 20년 전엔 ‘웹컨설턴트 이재웅’도 낯선 직종이었다
  • 감명국 기자 (kham@sisapress.com)
  • 승인 2016.07.01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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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349호 표지


 

 

『 그리고 다시 세상을 변했다. 전문가들의 예언대로라면 ‘PC 시대는 가고 네트워크 시대가 열리고 있다.’ 네트워크 시대의 상징인 인터넷에 미래를 거는 젊은이들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이들이 택하는 직종은 다양하다. 직종을 새로 만들어 내는 경우도 많다. 이중에는 웹마스터·웹디자이너·웹카피라이터처럼 웹과 관련된 직종이 단연 많다. 웹은 월드와이드웹(WWW)의 줄임말로, 인터넷에서 그림·소리·동화상 따위를 볼 수 있게 함으로써 인터넷의 대중화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정보 검색 시스템이다. 인터넷 보안 전문가, 인터넷 프리랜서, 인터넷 자키, 정보 검색사도 네티즌들로부터 폭발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기성세대에는 이름조차 낯선 직종들이다. 』 

- 시사저널 349호 「신종 직업의 산실, 인터넷」 중에서- 

20년 전 오늘, 발간된 시사저널 349호(1996년 7월4일자)에서 단연 눈에 띄는 기사는 「신종 직업의 산실, 인터넷」이었습니다. 1994년 6월 당시 한국통신(지금의 KT)이 국내 최초로 인터넷 상용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인터넷 시대가 열렸고, 각 가정마다 PC(개인용 컴퓨터) 보급이 확산되면서 인터넷이 서서히 우리 생활에 파고들기 시작한 그 무렵, 시사저널이 이를 발 빠르게 기사로 다룬 듯합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웹 관련 신종 직업이 생겨나고 있고, 향후 이런 직업들이 상당히 각광을 받게 될 것이라는 전망 기사입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1996년 10월에 수습으로 기자 생활을 처음 시작했는데, 당시엔 지금의 네이버나 다음과 같은 포털은 없었던 것으로 압니다. 대신 사무실에서 천리안을 썼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때만 해도 아마 대부분 전화 회선을 통해 인터넷에 접속했을 겁니다. 실제 인터넷 접속을 하면, 바로 연결이 안 되고 한동안 전화 신호음이 들리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1998년에 두루넷(2005년에 하나로 텔레콤에 합병)이 케이블 TV망 기반의 초고속 인터넷(Broadband) 서비스를 한국 최초로 시작하면서 인터넷 속도는 비약적으로 향상되었다’(네이버캐스트 ‘인터넷’ 중에서)고 합니다.

20년 전 349호 시사저널 기사를 보면, 인터넷 관련 향후 신종 유망 직종으로 다음과 직종을 꼽고 있습니다. 인터넷 보안 전문가, 네트워크 프로그래머, 네트워크 관리자, 웹디자이너, 웹기획자, 웹마스터, 웹에디터, 인터넷 자키, 정보 검색사 등등. 지금은 그다지 낯설지 않은, 아니 오히려 한물 간 듯한 직종들도 보입니다. 하지만 기사에 언급된 대로 당시엔 ‘이게 뭐하는 직업이야. 이런 걸로도 돈을 벌 수 있나’ 싶었을 겁니다. 그런데 당시 기사에서 웹컨설턴트로 소개된 이가 바로 이재웅씨였습니다. 지금은 네이버와 함께 인터넷 양축을 이루고 있는 다음커뮤니케이션을 이재웅 대표는 1995년 2월 설립했습니다. 회사 설립 1년여 만에 시사저널에서 그를 새로운 직종의 전사로 조명해 본겁니다.


‘인터넷 시대’에서 ‘사물인터넷 시대’로

이제는 단순히 ‘인터넷 시대’가 아닌, ‘사물인터넷 시대’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얼마 전 시사저널에서 보도된 아래 기사를 한번 봐주시죠.

『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 사는 주부 K씨는 요즘 집에서 신기하고 흐뭇한 경험을 하고 있는 중이다. 초등학교 5학년 아들이 집에서 부쩍 영어로 대화하는 시간이 늘었다. 시키면 어쩔 수 없이 공부해도 원어민과의 대화는 꺼리던 아이였는데 변했다. 아들의 대화상대는 다름 아닌 아마존에서 출시한 지능형 스피커 ‘에코’다. 

‘에코’는 아마존에서 만든 스피커다. 사물인터넷과 연결이 가능하고 음성인식을 통해 명령을 실행한다. 보통 개인비서로 분류된다. ‘알렉사’라는 명령어를 통해 구동되는 이 음성인식 블루투스 스피커는 높이 23.5cm, 지름 8.35cm의 원통형이다. 이 기기를 향해 “알렉사 ○○○ 좀 알려 / 찾아줘”라고 말하면? 에코는 당신이 말한 지시사항을 수행한다. 터치나 클릭 없이 오로지 음성만으로 구동된다는 게 장점이다. 에코의 주요 기능은 수동 조작 없이 음성명령만으로 음악을 재생시킬 수 있다. 에코와 연결된 휴대기기를 통해 인터넷 정보를 검색할 수도 있지만 아직은 날씨와 요일 등을 묻는 수준이다. 에코가 처리 가능한 질문 목록이 있을 정도로 그 인지 범위가 극히 제한적이다. 』

 

관련기사 -  「한국에서 ‘에코’는 비서가 아니라 원어민 교사」 -

그렇다면 사물인터넷 시대에서 새롭게 탄생할 신종 직종은 무엇이 있을까요? 역시 아래의 최근 시사저널 기사를 보면 그 답이 있습니다. 


『 첫 번째로 빅데이터 분석가다. 빅데이터 분석으로 나온 결과를 정리하고 해석해 실제 도메인에 적용해 설명해내는 직업이다. 다음으로는 ‘사물인터넷-클라우드 네트워크-포그컴퓨팅-빅데이터 분석’ 등 미래 기술의 전체 흐름을 망라하고 이를 설계해내는 시스템 분석가 또는 아키텍처 직업군이다. 소셜 그래프 및 지오(위치 기반 분석) 등과 같이 분석된 결과를 활용해 표현해내거나 한 장에 담아내는 소셜 홍보 관련 직업군도 이미 떠오르고 있다. 데이터 수집이 광범위하게 이뤄지면서 빅브러더들을 감시하거나 해킹을 막아내는 보안 전문가 직업군 역시 주목받고 있다.
혼자서 할 수 있는 직업들도 고민해볼 수 있다. 1인 작가, 1인 영화사, 4D 프린터 제작자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각 직업군의 대표이사이면서 동시에 종업원이다. 이들은 필요 경비를 줄이고 창의력을 바탕으로 일하는 신종 직업군이다. 취미로 갖고 노는 드론이 직업으로 변하면 드론 조종사가 될 수 있다. 혹은 드론 주차장 사업주 등과 같은 드론 관련 신종 직업군도 조만간 확산될 직업이다. 』

 

관련기사 ‘자동화 발달할수록 인간의 창의성과 감성 더 부각’ 중에서 -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한 지역주의


그 밖에도 시사저널 349호에서 20년 전 한국 사회를 엿볼 수 있는 주요 뉴스들이 많습니다. 우선 커버스토리로 사이비 언론의 실태를 정면 고발하고 있습니다. 1992년에서 1996년 사이 ‘사이비 기자’ 420명이 구속되었다고 합니다. 대개 사정이 다소 열악한 지방언론매체의 기자들이 대부분입니다.

정치 기사 중에는 「한국은 지금 ‘PK 공화국’」이 눈에 띕니다. PK(부산·경남)지역을 고향으로 하는 김영삼 당시 대통령의 ‘내 사람 심기’ 탓에 PK 지역 인사들이 정부 요직을 싹쓸이 하고 있다는 기사입니다. 지금은 TK(대구·경북) 출신인 박근혜 정부여서 ‘TK 중용’이란 분석이 심심찮게 나오고 있습니다. 원래 현 정부에서도 한때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을 비롯해 PK가 판친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만, 최근에는 급격하게 ‘PK 홀대론’과 함께 ‘TK+충청이 뜬다’는 얘기가 회자되고 있습니다.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지역주의는 여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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