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사진으로 인정받은 의정부고만의 ‘표현의 자유’
  • 조유빈 기자 (you@sisapress.com)
  • 승인 2016.07.08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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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이슈 진단 가능하단 평가도…청소년 예술 문화 참여까지 이어져

 

 

 


 

매년 이때쯤이면 졸업사진 촬영만으로 누리꾼들의 기대를 모으며 화제의 중심에 서는 학교가 있다. 바로 의정부고등학교다. 오늘이 바로 의정부고가 졸업앨범 촬영을 하는 날. 온갖 해괴하고 기발한 분장, 기가 막힌 아이디어로 무장한 채 이들은 비장하게 졸업사진을 찍었다.

수년 째 지존의 자리를 지키던 의정부고에 6월23일 도전장을 내민 학교가 있었다. 바로 충북에 있는 제천고등학교다. 제천고 예비 졸업생들은 페이스북에 가수 이승철, 빅뱅 태양, 카카오톡 캐릭터으로 변신했다. 그렇게 독특하고 개성 있는 졸업앨범 사진을 올려 잠깐 호응을 얻었다. 하지만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원조’가 나섰다. 의정부고 페이스북 ‘의정부 고등학교 대신 전해드립니다’에는 7월8일 졸업앨범을 찍는 학생들의 다양한 사진이 올라왔다. 의정부고 졸업앨범을 기대하고 있었던 네티즌들의 다양한 반응 역시 실시간으로 업데이트 되는 중이다.

올해 역시 파격적인 분장과 현실 풍자 코스프레는 녹슬지 않았다. 이미 의정부고의 ‘문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각에서는 ‘누군가 그 해 트렌드가 무엇이냐고 물어보거든 의정부고 졸업앨범을 보게 하라’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이를 증명하듯 의정부고 학생들은 올해도 사회, 문화, 연예를 망라한 이슈들을 졸업앨범에 다뤘다. 미세먼지가 등장하고 영화 <곡성>을 패러디했고 최근 성폭행 혐의를 받아 구설수에 오른 메이저리그 야구선수 강정호와 배우 박유천, 불륜설에 휩싸인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 커플, 그리고 인기 프로그램 《쇼미더머니5》에 나오는 래퍼들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고 모두 의정부에 떴다. 
 

 

누군가는 이럴 수도 있겠다. ‘한 번뿐인 졸업앨범 촬영을 너무 장난스럽게만 임하는 게 아니냐’고. 하지만 의정부고 졸업앨범의 흐름과 결과물을 안다면 학생들의 변신이 마냥 가볍게 느껴지지만은 않을 것 같다. 이들의 졸업앨범 문화는 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처음에는 졸업생 중 일부가 개성 있게 사진을 찍은 것에서 출발했다. 점점 확산된 졸업생들의 변신은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해가 갈수록 졸업사진 패러디는 다양해졌고 퀄리티도 높아졌다.

그러나 이들의 졸업사진 촬영이 매년 순조롭게 진행된 것만은 아니다. 시련도 있었다. 2014년 졸업사진 촬영을 앞두고 당시 의정부고 교감은 학생들의 이색적인 사진 촬영을 강하게 반대하고 나섰다. 이러자 일부 학생들은 졸업사진 촬영 거부 의사까지 밝히며 갈등을 빚었다.

당시 트위터를 보자.
“의정부고등학교 졸업사진 촬영날인데 교감이 정상적인 사진 아니면 못 찍게 하겠다고 해서 문과 애들 단체로 촬영 거부 중”
“어떤 애는 졸업사진 찍으려고 머리도 밀었는데 몇 년째 잘하던 걸 왜 못하게 막아서”
학생들의 반응은 실시간으로 중계됐다. 이를 본 네티즌들은 ‘졸업앨범 불매 운동을 하라’는 의견을 내기도 했고, 실제로 경기도교육청에 민원을 넣는 일까지 일어났다.

갈등 과정에서 ‘검열위원회’가 열린다는 논란까지 있었지만 교장이 “표현의 자유를 막을 필요는 없다”며 졸업 앨범에 손을 안대겠다는 것을 약속하며 논란은 마무리됐다. 교감은 “알찬 졸업사진에 대한 목표의식이 좋지 못한 방향으로 표출된 것 같다”고 사과했고, 학생 주임 역시 “졸업사진에 대해 학생회 외 다른 인물이 관여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학생회에서 자체적으로 위원회를 구성해 노출이 지나치게 심하거나 표현 수위가 거친 사진 등을 걸러내고 다른 사진들은 그대로 수록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올해 졸업앨범도 이런 합의를 따른다. 학생들은 ‘7/8일 졸업앨범 개인 프로필 사진 촬영 계획서’를 미리 제출했다. 계획서에는 지나치게 선정적이거나 정치적인 내용, 상업적인 내용은 자제하기를 바라는 문구가 들어있다. 학생들은 주제와 세부 내용, 준비물 등을 미리 기록해 알리는 절차를 거쳤다.

의정부고 졸업앨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학생들은 지난해부터 의정부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의정부음악극축제’에 참여하고 있다. 여기서는 의정부고 졸업생들의 코스프레가 펼쳐진다. 행사 참여는 의정부고 재학생들의 자발적인 의사로 이루어졌다. 2015년 의정부음악극축제에서는 ‘의고 졸업사진전시회’ 등의 프로그램이 운영됐다. 올해 5월에 열린 음악극축제에서도 코스튬 파티 퍼레이드가 펼쳐졌다. 학교의 전통이 된 졸업앨범 문화를 청소년 예술 문화로 성장시켜 시민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계기로 삼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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