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돼지 발언 충격적... 교육부가 그러니 한국 교육이 이 꼴"
  • 김경민 기자 (kkim@sisapress.com)
  • 승인 2016.07.13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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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비통한 대한민국 교육현실에 펜 든 소설가 조정래


장편소설 《태백산맥》《한강》으로 유명한 소설가 조정래(73)가 새로운 작품으로 돌아왔다. 이번에는 대한민국 교육현실을 적나라하게 담아낸 소설이다. 조정래 작가는 7월12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풀꽃도 꽃이다》(해냄) 출판 기념 기자간담회를 갖고 “다 늙은 나이에 소설을 쓰면서 이렇게 비통한 심정으로 현실을 바라본 적도 없는 것 같다”며 출판의 소회를 밝혔다. 


하지만 간담회 직후 이슈가 된 것은 그가 간담회에서 쏟아낸 작심 발언이었다. 한 언론사 기자가 조정래 작가를 향해 “최근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교육부 공무원의 ‘개․돼지 발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7월7일 <경향신문> 기자와의 저녁식사 자리에서 “민중은 개·돼지로 보고 먹고 살게만 해주면 된다”, “신분제가 낫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진 나향욱 교육부 정책기획관의 발언에 대한 질문이었다. 교육부는 나향욱 전 기획관를 파면 조치하기로 결정했다.

“국민의 99%가 개·돼지 새끼들이라면 개·돼지가 낸 세금 받아놓고 살아온 그는 어떤 존재일까. 그는 개·돼지에 기생하는 기생충이거나 진딧물 같은 존재다. (신분제 발언에 대해) 옛날에 양반들이 백성 위에 군림해서 세금을 내지 않았다. 국란이 오면 군대에 안 갔다. 그게 조선 양반의 실체였다. 그래서 조선왕조가 멸망해서 나라를 뺏긴 것이다. 그런 신분제를 공고히 하겠다는 사람이 정책기획관, 그러니까 대한민국의 모든 교육 계획을 세우고 추진하는 핵심 부서에 있다. 그러니 대한민국 교육 이렇게 된 것이다.”

“이런 인식이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란 것을 여러분은 아셔야 한다. 크게 봤을 땐 공무원 사회가 그렇고, 작게는 그가 거쳐온 교육부 전체 분위기가 그따위였단 사실을 망각해선 안 된다. 당사자를 파면시켜야 하고 그를 요직에 앉혀놓은 교육부 장관도 책임지고 물러가야 한다”

조정래 작가는 “(개․돼지 발언은) 굉장히 충격적인 발언이다. 아니, 위대한 발언이다. ‘내가 무슨 존재일까’를 고민하며 살아가던 국민들에게 명확한 답을 준, 위대한 업적이다”며 다소 시니컬한 말투로 입을 열었지만 그의 목소리는 답변을 이어가면서 점차 격앙됐다. 기자간담회 후 시사저널은 조정래 작가와 개별적인 만남을 가졌다.
 


현재 포털에서는 간담회에서 하신 ‘기생충’ 발언이 화제다.

 

기생충이 아니면 뭐냐. 난 진짜 그렇게 생각한다. 그 사람(나 정책기획관)은 빠른 시일 내 파면시켜야 한다. 그 책임자도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

혹자는 이런 견해를 두고 ‘정치적’이라며 비난하기도 한다. 


그렇게 말하는 자들은 문학을 외곬으로 보는 사람들이다. 편파적 문학 인식이요, 그렇게 보는 그들이 오히려 애꾸눈이요, 바보인 셈이다. 인간이 하는 모든 행위는 정치적이다. 광의의 정치는 인간사 전체를 포괄한다. 정치인들이 하는 나랏일은 협소한 규모의 정치에 불과하다. 문학, 특히 소설은 인간이 살아가는 세상에 대한 총체적 통찰이자 탐구다. 소설은 과거와 현재, 미래를 모두 다룰 수 있다. 때문에 ‘정치적’이란 말로 매도할 수 없다.


작가는 시대를 통찰하는 사람이다. 그렇기 때문에 예로부터 작가를 일러 ‘예언자’ ‘예지자’라고 하는 것이다. 작가의 관심은 어디든 가 닿을 수 있다.

 

지금까지 인간이 발명한 모든 발명품이 갖는 단 하나의 공통점이 무엇인가. 바로 ‘인간의 삶에 유익한 것’이란 점이다. 소설도 인간의 정서에 유익한 발명품이다. 인간 삶에 유익하기 위해서라면 소설은 모든 것을 소재로 다룰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을 원치 않는 사람에게 강요하진 않는다. 문학 작품이란 것은 보는 사람이 선택하는 것이다. 모두가 작가 정신에 동의할 필요가 없으며 작가 역시 독자에 이를 강요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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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래 작가는 평소 사회 이슈에 대한 소신을 거리낌 없이 밝히기로 잘 알려져 있다. 신간 《풀꽃도 꽃이다》는 조정래 작가의 사회의식이 교육문제에 두고 있음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그는 지난 3년간 집중적으로 자료를 조사하고 각급 학교와 사교육 현장을 찾아 관련 종사자를 직접 취재해 썼다. 200자 원고지 2212매를 손으로 꼬박 써내려간 작품이다. 


책의 첫 장을 넘기면 이어지는 세 페이지에 걸쳐 한 사립고등학교 학생들이 복도에서 나누는 대화가 그대로 담겨 있다.

“와우, 존심 상해. 살맛 땡이다(자존심 상해. 살맛 없다).”
“쓰바 이래 봤자 좋은 새낀 하나뿐이잖아.”
“글타니까. 1등 못하는 놈들은 인간 자격 없으니까 그만 떠나셔. 어서 뛰어내리셔 하며 몰아대는 거라니까.”
“아 정말, 살고 싶지가 않다.”
“아휴, 청춘은 인생의 봄이라는데 우리 꼴은 이게 뭐냐. 마냥 공부, 공부에 시달리고, 요따위로 성적 써 붙여 스트레스 받고, 다 불 싸질러버리고 싶다." (중략)
“거럼, 거럼. 십장생이지(십 대부터 장래를 생각해야 한다).”
“쓰벌, 열공이고 빡공(빡세게 공부하다)이고 우리같은 돌탱이(머리 나쁜 인간)들한테는 다 개소리 잡소리지.”
“야, 솔까말(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1등 한 놈이라고 해서 행복한 건 아니라고.”

이 소설은 초․중․고생들이 자신의 꿈과 미래를 선택할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오로지 대학이라는 한길만 바라보며 달리는 현재를 진단하고 우리 모두 함께 그려야 할 대한민국의 미래를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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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한국 학생들의 민낯을 마주했을 때, 다소 놀랐을 것 같다. 그들이 사용하는 은어, 속어며 자신의 부모를 ○○년, 개○○라고 부르는 모습 등을 보며 무슨 생각을 했나.


이 주제에 대해 워낙 오래 전부터 생각했고 꾸준히 아이들을 만나왔기 때문에 그렇게 충격적이거나 놀랍진 않았다. 다만 제가 잘 못 알아듣는 언어가 많았다. 이를테면 아이들이 많이 사용하는 표현 가운데 ‘ㅠㅠ(유유)’를 처음 보고 “이게 뭐냐?”고 물어봤다. 우는 거라고 하더라. 한글이지만 나로선 도저히 그 의미를 떠올릴 수 없었다.


이런 언어 습관이 사회문제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언어는 언제나 시대에 따라 생성되고 소멸된다. 아이들이 사용하는 ‘망가진’ 언어도 그 세대의 문화일 뿐이다.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아이들만의 언어문화 때문에 소통이 안 된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 모르는 사람이 배우면 된다. 


아이들이 자신의 부모를 향해 패륜적 호칭으로 부르는 것은 정말 심각한 수준이다. 문제의 원인은 부모에게 있다. 부모가 아이에 대해 지나치게 욕심을 부리기 때문이다. 부모란 어디까지나 아이의 인생에 있어 보조적 역할에 그쳐야 한다. 아이들 인생의 주인은 아이들 자신이다. 부모가 아이 인생에 있어서 리더로 나서면 안 된다. 아이를 지배하려 하지 마라. 아이는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다.


예로부터 ‘맹모삼천지교’란 말도 있고 한석봉 어머니 일화도 있지만 그들은 아이에게 어떤 교훈을주고 스스로 결심하게 만든 것이다. 결코 부모의 의지대로 끌고간 것이 아니다.
 


부모님의 교육법은 어떠했나. 자식 교육법은 어떤가.

 

우리 형제가 4남4녀로 모두 8남매다. 나는 그 중 네 번째다. 종교인이자 교육자였던 아버지는 자식들에 대해서는 자유방임형이었다. ‘하고 싶은 것을 하라’는 식이었다. 다만 집안 전체의 분위기를 학구적이고 검소하게 이끄셨다. 


어머니도 비슷했다. 당신께서 내게 강하게 뭔가를 하지 마라라고 말한 적은 딱 한 번 뿐이었다. 내가 ‘작가가 되겠다’고 말했을 때였다. 당시 아버지는 씩 웃고 말았지만, 어머니는 절대 그 길로 가지 말라, 상대(商大)를 가라고 했다. 당신 아들이 가난하게 살까봐 걱정하는 마음이 컸을 것이다.


나 역시도 자유방임형이다. 제 자식도 그렇게 키웠고 손자들 교육도 그렇게 시킨다. 내가 아는 한 우리 손자들은 사교육을 한 적이 없다. 제가 며느리한테 경고했다. “우리 손자한테 사교육 폭탄 던지지 마라. 암을 키우는 것이다. 스스로 공부하게 하라.”

 

손자는 지금 고1, 중1인데 나와 만날 땐 늘 내 서재에서 만난다. 책을 가까이 두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까지가 내 몫이다. 아까운 인세를 받아 아이들 사교육비에 투입 안 하니 좋다.


이런 작품을 구상하게 된 동기가 궁금하다.


잘 아시다시피 대한민국 교육은 국가의 운명을 좌우할만큼 심각한 상태에 와있다. 청소년들 사망 원인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 자살이다. 지난 8년간 하루 1.5명의 학생이 성적 때문에 죽어갔다. 왕따․학교폭력에 시달리다 죽어가는 아이들도 있다. 


OECD 국가 중 청소년 자살률 1위. 이혼율이 1위, 출산율 꼴찌. 이게 우리의 현실이다. 국제적인 수치다. 이 모든 것의 근원에 ‘교육’이 있다. 교육은 원래 사람을 사람답게 만들기 위해 하는 것이다. 행복하게 살기 위해 교육 받는 것인데 그 교육으로 인해 사람이 죽어간다. 대한민국의 학생들은 OECD 국가 학생들 중 공부하는 시간이 가장 길다. 하지만 학업 성취도는 꼴찌다. 억지로 공부시키니까 효과가 안 난다는 얘기다.


사교육 시장이 광적으로 팽창하고 있다. 국가는 제대로 집계조차 못 내고 있다. 부모들은 아이에게 100을 투입했을 때 50의 성과를 내면, 200을 투입하면 100이 나오겠구나 생각한다. 이렇게 추가로 투입되는 100이 결국 사교육이다. 하지만 인간의 속성은 그렇지 않다. 100을 투입하든 200을 투입하든 나오는 건 50 뿐이다. 본인의 의지가 없다면.


문제는 국가도, 교육 사회도 아무 대책이 없다는 점이다. ‘나라도 이 소설을 안 쓰면 안 되겠다’ 하는 절박함에 쓰게 됐다. 어느 작가도 작품을 구상하면서 독자를 염두에 두진 않는다. 특정 소재에 대한 글을 쓰고자 하는 욕구, 필요성이 ‘농익을’ 때, 그때 글을 쓰는 것이다. 작가 본인의 욕구에 의해 써나가는 것이다. 그렇게 쓴 작품이 마침 시대정신에도 부합하고 독자들의 반응도 좋으면 다행인 것이고 아님 할 수 없는 것이다.


《풀꽃도 꽃이다》라는 제목에서 주제의식이 보인다.


장미만 꽃이냐 풀꽃도 꽃이다. 못난 것도 사람이다. 우리의 교육은 단 한 명의 학생도 버려선 안 된다. 모두 감싸 안고 떠안고 가는 게 교육의 기본이고 목표다.


현실은 어떤가. 350명의 학생을 배정 받으면 시험 쳐서 100명까지 뽑고 나머지 250명은 버린다. 그야말로 ‘무대책’의 나라다. 이들 역시 소중한 학생이고 국민이다. 


근대국가는 말할 것도 없고, 현대국가는 국가와 민족의 장래는 교육에서 비롯된다고 믿는다. 하지만 우린 문제를 덮은 채 100년을 살아왔다. 이제 교육 현장의 문제는 매우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찍기식·암기식 교육이 아닌 토론식 창의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 논술을 생활화해야 한다. 함께 생각하며 발전적 인간상을 만들어가야 한다.


이제까지 우린 그렇게 하지 못했다. 이제 이런 문제를 논의할 시기 왔다. 내 소설이 그 작은 계기를 마련했으면 좋겠다. 그게 작가로서의 소명이자 보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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