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하면 장사 절대 안 망한다”
  • 장지연 객원기자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07.20 13:32
  • 호수 13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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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장사의 신’ 김유진 대표 “장사는 종합예술”

지속적인 불경기에 자영업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자주 거니는 골목에 자리한 식당들만 봐도, 수시로 간판이 바뀌는 것을 보면 생계형 창업자들의 앓는 소리가 결코 가볍게 들리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불황 속에서도 대기하는 손님들로 장사진을 이루는 식당들이 있다. 까다로운 손님을 사로잡기 위한 방법, 그 답은 단순하고 명쾌했다. 성공한 창업자들은 공부를 한다.


외식업으로 성공을 꿈꾸는, 그리고 이미 성공을 이룬 이들 사이에서 ‘코치님’이라고 불리는 사람이 있다. 바로 《한국형 장사의 신》의 저자로 유명한 김유진제작소의 김유진 대표(49)다. 최근 그의 SNS에는 얼마 전 그가 내놓은 ‘장사 교과서’ 《장사는 전략이다》를 첫 페이지부터 고스란히 따라 해서 성공을 이룬 사람들의 후기가 마치 릴레이처럼 이어지고 있다. 누군가는 인생이 바뀌었다고도 한다. 그는 단언했다. “공부한 사람은 절대로 망할 수가 없어요.”

 

 

김유진 대표


“무조건 비판만 하라면 난 평론가 안 한다”

 


7월14일 기자가 김유진 대표를 만난 곳은 서울 삼성동에 위치한 카페였다. 주문한 아이스 음료가 테이블 위에 놓이자, 그가 어김없이 칭찬을 했다. 음료가 담긴 스테인리스 재질의 컵 하나라도 그냥 지나칠 리 없는 그였다. 장점을 찾는 것, 김 대표의 핵심 전략 중 하나다. “단점이 있으면 보완을 해야 되겠지만, 더 중요한 건 가지고 있는 장점을 최대한 극대화시키는 거예요.” 푸드 칼럼니스트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그지만, 무조건 비판하는 것은 좋아하지 않는다고 딱 잘라 말한다. “누군가는 그래요. 비판하지 않는 게 무슨 평론가냐고. 그럼 전 평론가 안 할래요. 칼럼니스트 안 할래요. 전 그게 싫어요. 개인 대 개인으로 비판을 해서 그 사람이 발전해주면 좋은데, 매스컴에서 비판을 하고 그 사람이 무너지면, 그 가족은요? 칭찬하는 것만 하고 살아도 인생 얼마 안 남았어요. 행복하게 웃으면서 좋은 것만 해주고 싶어요.”


비판보다 칭찬을 좋아하는 것은 김 대표가 살아온 삶의 방식이자 가치관이기도 하지만, 지난 25년 동안 음식 관련 프로그램을 제작했던 내공을 가지고 있는 그였다. “매일 프로그램을 제작해서 시청자가 좋아하는 코드를 찾는 걸 20년 넘게 했단 말예요. 어떤 콘텐츠를 좋아할까를 아는 거죠. 프로그램을 하나 만들면 제목도 만들어야 되고, 타이틀도 만들잖아요. 그게 매일 해야 하는 숙제였으니까. 지금은 굉장히 도움이 많이 돼요.” 또한 프로듀서 경험을 통해 그는 비주얼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그것을 적극 활용한다. “비주얼커뮤니케이션이라는 카테고리를 잡았어요. 이제는 말로 하는 게 아니고 영상물로 보여주고 이미지로 얘기를 해야 돼요. 그래서 제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코칭을 하는 데는 가게 밖에 굉장히 사진이 크게 붙어 있거나 영상이 있어요.”


김유진제작소 대표, 외식업 매니저, 푸드 칼럼니스트 등 여러 직업을 가지고 다방면으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장사를 “종합예술”이라고 표현했다. “무대도 설계해야 하죠, 음악감독도 돼야죠. 직원들을 어떻게 쓸 건지, 서빙을 어떻게 해야 할지 캐스팅도 해야죠. 소위 얘기해서 종합예술인이라고 하는 아티스트들은 무대만 올리면 되잖아요. 그런데 식당 주인은 티켓도 팔아야 하고, 홍보 마케팅도 해야 하고. 정말 어려운 거예요.” “공부하면 절대 안 망한다”고 말하며 그 역시도 장사라는 종합예술을 이해하기 위해 끊임없이 공부한다. “광고, 설득 커뮤니케이션, 심리학, 행동 경제학. 《한국형 장사의 신》 쓰고 나서 1년3개월 동안 그것만 팠어요. 그리고 책을 9개월 썼어요. 미친 듯이 집어넣었어요. 학자들의 얘기를 사회현상이 아니고 외식업과 매칭을 시키면 어떨까 하는. 그걸 잡아내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어요.”


이처럼 그는 항상 “손님을 꼬드기기 위한” 그 무엇을 찾고 연구해왔다. 그리고 기꺼이 그것을 나누고자 한다. “제 철칙이에요. 우리 마누라가 얘기하는 게 있어요. ‘아이디어는 쓸수록 샘솟는 거야.’ 감춰놓는다고 저 혼자 떼부자 되는 거 아니에요. 저는 공부한 걸 현실에서 반영하고 실천해보고 하면서 또 배워요. 그럼 더 강해져요. 저는 저보다 훨씬 더 감각이 뛰어나고 장사 DNA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스카우트해서 키우는 걸 더 잘해요.” 공공연하게 알려진 그의 꿈은 외식업계의 SM엔터테인먼트가 되는 것이다. “브랜드 하나하나가 제게는 제 소속사의 연기자, 아이돌 같은 거예요. 그래서 지속적으로 끊임없이 한 단계 한 단계 올라서서 전국무대에 설 수 있게끔 만들어주는 거예요.”

 


《장사는 전략이다》 출간된 지 이틀 만에 소진


그가 성공시킨 레스토랑이 수백여 곳에 이르다 보니, 외식업주들로부터 일주일이면 수십 통의 상담 메일이 온다고 한다. 그의 장사 전략이 담긴 책 《장사는 전략이다》는 지난 7월4일 출간된 지 이틀 만에 소진됐고, 서점의 경제·경영 베스트에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그만큼 그의 전략을 필요로 하는 자영업자가 많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가 풀어놓는 성공한 맛집의 전략을 하나둘 듣다 보면 감탄과 웃음이 터져 나올 만큼 재기발랄한 아이디어들이 많다. 하지만 그가 거듭 강조한 것은 사람, 즉 오너의 정성이다. “장사는 브랜드가 하는 게 아니에요. 장사는 사람이 하는 거예요.” 그는 자신의 코칭을 받은 오너들을 제자라고 표현하며 애정을 아끼지 않았다. 수십 통씩 오는 메일 중에서도 그에게 코칭을 받는 사람들은 김유진 대표에게 변화의 의지를 보여준 이들이다. “저도 아무나 해주지 않아요. 세 번까지 기다려보고. 자기가 보낸 것을 다시 보완해서 오는 사람들의 경우에는 만날 의향이 생겨요. 스스로가 바뀌고 배우겠다는 각오가 있는 사람들이에요. 그 사람들은 당장 내일부터 행동을 바꿔요. 한 친구는 상담을 끝내고 가서 본인이 기획안을 짜서 역으로 저한테 보내줬어요. 그게 너무 감동이어서 책에 다 넣었어요. 제게는 그런 게 큰 의미예요.”


인터뷰 당일도 서너 개의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그였지만, 그의 SNS에는 아이들을 위해 직접 차린 아침상이 올라온다. ‘아침밥 차려주는 아빠.’ 아이들을 위한 그의 정성스러운 아침상에는 그의 철학이 담겨 있다. “가장 가까운 사람을 행복하게 못해주는데 고객을 행복하게 한다는 건 ‘뻥’이에요. 참 좋아하는 집은 손님이 아무리 많아도 그 자리에서 소복하게 밥을 바로 떠주는 집, 그렇게 주는 집 중에 음식 맛없는 집은 별로 없어요. 잘 생각해보시면 돼요. 어머님들이 자녀들한테 밥을 줄 때. 애는 배고프다고 징징대지만 ‘잠깐만 기다려 금방 해줄게.’ 뜨끈뜨끈한 밥 갓 지어가지고 위에서 떠서 소복하게 살짝 담아주는 거예요. 공기층이 생기게. 그래야 밥이 맛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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