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집 교수의 시사유감​] 우병우의 비겁한 검사외전
  • 권상집 동국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07.29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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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시자에서 하루아침에 적폐가 된 사나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힘센 집단은 어딜까? 누군가는 삼성 또는 김앤장을 떠올릴 수 있지만 대부분의 국민이 피부로 느끼고 언론 기사를 통해 가장 많이 접할 수 있는 파워 집단은 역시 검찰이다. 수사권․수사지휘권․기소권․공소유지권 등 막강한 권력을 공식적으로 집행할 수 있고 특정인의 신체적 자유마저 구속할 수 있다. 특히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모든 검사가 하나라는 독특한 검사동일체 원칙은 조직의 상명하복 관계를 강조하며 검찰의 무소불위를 더욱 강화하는 데 기여한다. 이런 조직에서 가장 막강한 권력을 행사했으니 우병우 민정수석의 별명이 기브스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재계에서는 검찰 출신 법조인의 임원 영입이 신드롬처럼 불었다. 검찰 라인을 간접적으로 관리하기 위함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재계 오너들은 검찰의 수사방식과 금융계좌 추적 능력이 과연 어떤 프로세스로 진행되는지에 대해 많은 호기심을 갖고 그들을 영입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병우 민정수석처럼 검찰 출신 상당수 재계 임원들은 저마다 자신이 속한 기업에서 막강한 입김을 발휘하며 오너 측근으로 행사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그러나 부하직원의 건설적인 의견이나 제안을 무시하고 ‘오직 내 생각이 정답’이라는 그들의 오만한 습성 때문에 재계에서 좌초되는 검찰 출신 임원도 그간 부지기수였다.

 

 

우병우 민정수석


 

 

《삼성을 생각한다》의 저자 김용철 변호사는 ‘검찰은 가장 자존심이 센 조직’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검사 한 명 한 명이 권력기관이다 보니 많은 졸부들은 이들에게 밀착하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고, 지금은 좀 나아졌다고 하지만 과거 사법연수원 근처에는 중매쟁이들이 ‘누구누구 졸부 따님’을 거론하며 결혼하면 열쇠 3개는 받을 수 있다는 얘기를 아무렇지 않게 흘리고 다녔다. 이른바 ‘Gold & Gold’라는 이름으로 열쇠 3개+현금 50억을 제시하며 판사 또는 검사 사위를 맞이하려는 졸부들과 중매쟁이들이 존재했던 것도 사실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부와 권력, 그리고 명예에 집착하는 이들은 ‘정의’라는 이름을 쉽게 포기하고 자신의 결핍된 보상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자본가들에게 충성을 서약한다. 졸부와 부패 법조인의 비리 네트워크는 이렇게 형성된다.

 

진경준 사태로 불거진 우병우 민정수석의 비리 의혹은 그가 얼마나 검사 직분을 외면하고 그간 국가 공신력을 추락시키는 행동을 부끄럽지 않게 자행했는지 그 민낯을 똑똑히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일찍이 40대 후반의 나이에 검찰․국정원 등 사정 및 정보기관에 자신의 라인을 심어놓고 주요 권력기관을 정치권력의 예속 하에 두려는 그의 모습은 역시 상명하복의 조직에서 베테랑급 경력을 쌓은 부패한 이의 전형적인 구태답다. 스스로 성역으로 군림하며 온갖 특혜를 자행해 놓고 지금 와서 자신의 가족을 괴롭히지 말라는 우병우 민정수석의 하소연은 실소를 금할 수 없게 만든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가족은 물론 측근․일가친척까지 모두 파헤친 지난 일을 잊은 게 아닐까.

 

이미 많은 언론을 통해 알려졌지만 우병우 민정수석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직접 심문했을 뿐만 아니라 끝까지 노무현 구속영장 청구를 주장한 인물이기도 하다. 티끌 하나라도 잘못된 점을 찾아내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한 그가 지금 와서 그 어떤 책임 추궁도 받지 않으려 하고 대통령 직속 특별감찰관에 의해 감찰을 받게 되자 오히려 강력히 반발하는 모습은 그가 상명하복에도 충실하지 않았던 건 아닌가 하는 의심까지 불러일으킨다.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라는 말처럼 자신이 조사하고 심문하면 정의와 공정이고 남이 하면 불신과 추궁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예나 지금이나 절대권력은 부패하게 되어 있다. 지난 칼럼에서도 소개한 바 있지만, 수많은 해외 심리학 연구에서도 막강한 권력을 지닌 자는 습관적으로 자신의 위험이 노출될 경우 거짓말을 반복하고 상대의 가치와 노력을 폄하하며 자신의 성과를 위해 다른 사람을 도구로 간주할 수 있다고 우리에게 경고하고 있다. 우병우 민정수석 역시 자신의 권력 강화와 통제를 위해 자신의 라인을 곳곳에 심어두고 그들을 청와대 권력의 예속에 두었으며, 수많은 언론이 모든 비리를 고발하고 있음에도 이를 외면하고 습관적인 거짓말로 회피하고 있다. 부끄러운 그의 언행이 하나하나 밝혀지고 있음에도 그는 자신에게 쏟아지는 비난의 화살에 대해 여전히 억울함만을 호소하고 있다.

 

물론 이 모든 문제를 우병우 개인의 탓으로 돌리고 싶지는 않다. 그는 20대 중반 최연소 검사로 서울지검에 임용되며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돼 있지 않은 검찰권력이 오히려 승승장구하는 것을 지켜보며 성장했고, 어떤 사안에 대해서도 잘못이나 비판을 받지 않는 위풍당당한 검찰의 힘을 느끼며 청와대까지 입성했을 것이다. 자신에게 다가오는 칼날은 축소하거나 은폐하고 상대에게 향하는 칼날은 매서워야 한다는 법을 일찌감치 몸으로 체득했으니 이 모든 문제가 우병우 개인의 문제라고 볼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권력의 시녀로서 검찰의 막강한 권력을 손에 쥐고 수많은 사람들을 정의라는 이름으로 단죄하며 대한민국의 감시자 노릇을 톡톡히 해온 그는 지금 모든 국민의 뇌리에 대표적인 적폐로 남아 있다. 문제는 우병우 민정수석이 사퇴한다고 해도 언제든지 또 다른 칼날을 거머쥔 제2의 우병우, 제3의 우병우가 등장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번 사안을 우병우 개인의 비리에만 초점을 두고 해결할 것이 아니라 정치권력에 예속된 정치 검찰, 검찰 조직의 비합리적인 폐쇄성에 본질을 두고 풀어나가야 하는 이유이다. 비겁한 검사외전을 써 내려갈 인물은 우병우 이외에도 여전히 검찰 조직에 많을 것이라는 게 현재 국민들의 불안이자 염려이기 때문이다.

 

권력을 거머쥔 공직자와 정치인의 도덕성은 일반 국민보다 높아야 한다는 것이 시대의 요구이다. 그런 측면에서 우병우 민정수석은 맡은 소임을 다하지도 못했기에 자신을 위해서가 아닌 국민을 위해서라도 하루 빨리 민정수석 자리에서 내려오는 것이 타당하다. 알버트 아인슈타인은 초라한 옷차림보다 초라한 생각과 엉터리 철학을 부끄럽게 여길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우병우 민정수석과 수평적인 의사소통이 부재한 폐쇄적인 검찰 조직이 새겨들어야 할 조언이다. 또한 도덕적 기반을 잃어버린 공직자의 정치 행위가 국가와 국민의 공공선에 가장 해악을 끼치는 적폐라는 점을 청와대는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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